아이비리그가 최고 명문이던 시절은 ‘끝’
“현대 문화가 가지고 있는 가장 큰 문제는 아이들에게 성공하라고는 가르치고 있지만 실패에 대해서는
가르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녀에게 실패와 좌절을 분명히 가르쳐 주어야 한다고 믿는다.” 이는 뉴욕대학 심리학교수 하임 기너트의 주장이다. 실패와 좌절, 10대의 끝 무렵인 고교 시니어들에게는 받아들이기
힘든 개념이다. 특히 성적이 좋고 자존심이 창끝같이 날카로운 모범생들에게 있어서는. 그러나 그들도
제 1지망대학에서 합격통지서가 날아들지 않을 수 있다. 한 가지 굿 뉴스는 엘리티즘(elitism)의 개념이
변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고 명문 사립대학이 더 이상 아이비리그 대학만 의미하지 않는다. 아이비리그에서 ‘다음에 보자’는 불합격 통지서가 와도 콧노래 부르면서 선택할 수 있는 탑 티어 대학이 50개쯤은 더
된다는 것. 변하고 있는 엘리티즘, 그 현황을 뉴스위크 특별호를 통해 짚어본다.
파격 장학금으로 우수 학생 유치
“더 이상 2류 아니다” 명문대 늘어
성공하는 동창 많아 기부금 껑충
CEO들 아이비리그 출신은 줄어
고교 시니어들에게 지금은, 공은 이미 강속구로 던져졌고 상대방의 반응만 기다리고 있는 초조하고 지루한 시간이다. 이미 얼리 액션 프로그램으로 합격통지서를 받아든 학생들도 있다. 위의 자녀에 이어 두 번째 자녀까지 조기입학 허가서를 받아든 부모들은 ‘목에 힘주는 시즌’이고 이를 질투(?)하는 부모들에게 “만약 나라면 저 정도가 아닐 거야. 좀 봐줘라 뭐”라고 부러움을 표시하는 부모들도 있다.
뉴스위크지에 따르면 2005∼2006년 학사기간에 대학입학 지원서를 낸 학생은 200만명으로 현재까지 최고의 기록을 세우고 있다. 18세 학생 중에 IQ 145가 넘는 수재는 2세대 전에 비해 무려 18배가 늘었다. 칼리지 카운슬러들은 “대학 입학과정의 풍속도가 더 이상 아버지가 올스모빌을 몰고 다니던 시절의 그것과 같지 않다”며 인구변화에 따라 명문대학의 개념, 엘리트의 개념이 변하고 있는 것은 당연하다고 진단하고 있다.
물론 아직도 하버드는 하버드이고, 예일은 예일이며, 프린스턴은 프린스턴이다. 엘리티즘이 죽고 없어진 것은 아니다. 칼텍이나 앰허스트 같은 명문을 포덩크 커뮤니티 칼리지와 혼동하는 사람은 없다.
단 GPA 깐깐하고, SAT 점수 좋고, 태권도에 피아노, 트럼펫까지 멋들어지게 부는 학생들이 줄줄이 아이비리그 대학에서 퇴짜를 맞고도 자존심과 에고에 상처받지 않고 갈 수 있는 명문대학들이 예전에 비해 수도 없이 많다는 것.
덴버의 사설교육 컨설턴트인 스티븐 앤토노프는 “이들 50개가 넘는 2류 명문 대학은 이제 2류가 아니라 1류의 대열에 속한다”며 우수학생이 늘다보니 2류의 질이 좋아져 1류대학이 확장된 셈이라고 현실을 진단하고 있다.
최고 명문대학보다 덜 알려진 2류 명문대학들은 메릿 장학시스템으로 우수학생에게 대폭적인 장학금을 지원함으로써 일류 학생들을 유치한 결과 성공한 동창들이 많아 기부금이 늘면서 실력 있는 교수진을 확보하는 등 윈윈 게임을 벌이고 있다.
이로 인해 프린스턴에서 거부당한 학생은 다른 학생보다 수강신청을 먼저 할 수 있는 특권이 주어지는 에콜즈 장학생(Echols Scholar)으로 버지니아 대학에 입학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또 버지니아의 알렉산드리아에 위치한 과학기술고등학교 토마스 제퍼슨 하이의 경우 SAT 평균이 1468점으로 고교 내에서만도 경쟁이 치열하므로 웬만해서는 탑 티어 칼리지 지원을 엄두도 못 낸다. 이 경우 많은 우수생들이 세컨드 티어 칼리지를 지원한 다음 전국적으로 잘 알려진 최고 명문 대학원을 겨냥하는 경우도 흔하다.
엘리티즘이 변하고 있다는 사회 분위기를 반증하는 또 다른 중요한 자료도 있다.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지가 2005년 1월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미 전국 포천 100대 기업 최고 경영진 중에 1980년대는 아이비리그 졸업자가 14%, 아이비리그 밑의 명문 사립대 졸업자가 54%, 주립대학 졸업자가 32%였으나 2001년에는 주립대학 졸업자가 48%로 대폭 늘어난 반면 아이비리그 졸업자는 10%로 줄어들었고 넌-아이비 사립대 졸업자가 42%를 차지했다.
또 경영진에 대한 조사 연구기관인 스펜서 스튜어트가 2004년에 조사한 자료에 의하면 스탠다드 & 푸어즈 500대 기업의 최고경영진(CEO) 중에 아이비리그 출신은 1998년의 16%에서 점차 줄어 11%밖에 차지하지 않았다.
이런 현상을 두고 업계와 학계에서는 ‘성공으로 가는 새로운 길’(The New Road to the Top)이라고 명명하고 있으며 사회에서는 엘리트 숫자가 줄고 있는 것이 아니라 개념이 바뀌고 있다고 진단하고 있다.
이에 학부모들도 “아이비리그 대학들이 성공적인 학생을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라 성공적인 학생은 어디에서나 성공할 수 있다”라고 개념정리를 해가는 중이라고 이글락 고교 카운슬러 스테픈 윌리엄스는 말한다.
그렇다고 해서 대중의 가슴에 단단히 뿌리내린 관습이 하루아침에 변하는 것은 아니다. 평균적인 학생들은 갈등없이 스테이트 칼리지를 지원하고 만족해 한다. 문제는 최고 명문을 노리는 ‘범생이’들의 갈등이다. 다 들어갈 수는 없는데 다 들어가려는 열망은 뜨거우니 문제다. 이때 부모나 교육자들은 세컨드 티어 칼리지의 우수성을 범생이들에게 ‘광고’할 필요가 있다.
HYPS-하버드·예일·프린스턴·스탠포드 약칭
■엘리트 대학 지칭하는 이름들
예전에는 탑 칼리지를 그냥 탑나치(topnotch)라고 부르면 그만이었다. 그러나 요즘은 탑나치 칼리지도 늘어난 만큼 이에 대한 용어도 세분화 되어 있다. 카운슬러, 학생, 학부모들이 사용하고 있는 엘리트 대학에 대한 명칭은 다음과 같다.
◆Drool School
포모나 칼리지처럼 매일밤 우유, 쿠키등 야식을 제공하는 대학을 말한다.
◆Designer Level
컨트리 클럽같은 대학을 일컫는다. 뉴욕의 쿠퍼 유니온은 등록금이 없다. 과학과 예술의 귀재들이 몰려 지원자의 86%가 퇴짜를 맞는다.
◆Impossible Selective
입학하기가 복권 당첨되는 것만큼 힘든 대학들. 아이비리그와 리틀 아이비리그 대학들.
◆Megaselective
아이비리그보다는 약간 들어가기가 수월한 대학들.
◆Rediculously Selective
아이비리그는 아니지만 특별한 재능이 있어야 입학할 수 있는 대학. 줄리아드가 이에 속한다.
◆Abercrombies
듀크나 다트머스처럼 개인 터치를 해주는 대학들.
◆HYPS
하버드, 예일, 프린스턴, 스탠포드 혹은 S를 sunnier로 해석하기도 한다.
◆Target
가고자 하는 대학.
◆Bumper Sticker
BMW 뒤에 붙이고 다니면 어울릴 만한 대학. 물론 아이비나 리틀 아이비 이상은 없다.
<정석창 객원기자> sokchangpl@cox.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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