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령별 시청률에서 중년 여성 비율 급증…
드라마에도 ‘아줌마 코드’ 적극 도입

지상파 TV드라마에 40대와 50대 이상 여성의 입김이 거세지고 있다. 전체 시청률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해를 거듭할수록 높아진다. 이같은 경향은 드라마 제작 과정에까지 직ㆍ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
◇ 드라마 시청률의 ‘큰손’으로 등장한 중년 여성

시청률조사회사인 AGB닐슨미디어리서치에 따르면 작년 시청률 상위 7개 드라마 가운데 5개의 최고 시청층이 여자 40대와 50대 이상인 것으로 집계됐다. KBS 2TV ‘장밋빛 인생’은 여자 40대가 25.9%, SBS ‘봄날’은 여자 50대 이상이 23.0%로 가장 높은 개인시청률을 기록했다.

특히 20~30대를 겨냥한 드라마로 알려진 SBS ‘프라하의 연인’에도 ‘아줌마’들이 몰려들었다. 여자 40대가 20.3%로 여자 30대의 18.0%를 따돌렸다.

2004년 시청률 조사에서도 중년 여성들의 활약은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시청률 상위 10개 드라마 가운데 무려 8개를 40대와 50대 이상 여자 시청층이 싹쓸이했다.

역시 젊은 여성 취향 드라마로 분류되는 SBS ‘파리의 연인’, KBS 2TV ‘풀하우스’, SBS ‘발리에서 생긴 일’ 등까지 시청률 1위를 차지했다.

이런 경향은 2001년 이후 보이기 시작하다가 최근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1992년만 하더라도 시청률 상위 5위권에서 여자 40대나 50대 이상이 연령별 시청률 1위를 차지한 드라마는 한 편에 그쳤다. 여성 20~30대는 2000년까지 전통적인 강세를 보이던 미니시리즈뿐 아니라 일일극(’보고 또 보고’), 사극(’허준’), 시대극(’국희’) 등 다양한 장르에서 고루 강세를 보였다. 2000년에도 여자 40대나 50대 이상은 시청률 상위 5위권에서 2편에서만 1위를 차지했다.

◇ 젊은 층은 어디로 갔나

지상파 드라마 시청률에서 보이는 이 같은 중년 여성의 강세는 2000년 이후 젊은 층이 지상파 시청층에서 빠져 나가고 있는 데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상대적으로 꾸준히 지상파를 시청하고 있는 40대 이상 여성의 비중이 증가한 것으로 비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젊은 층은 어디로 옮아가고 있는 것일까.

SBS 드라마 콘텐츠를 관리하는 SBSi에 따르면 인터넷 주문형 비디오(VOD) 등을 통한 방송콘텐츠 매출이 최근 몇년간 급성장하고 있다.

2002년 49억원에 머물렀던 매출액이 2005년에는 68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인터넷에 익숙한 10~20대들은 지상파에서 보지 못한 드라마를 온라인에서 돈을 내고 ‘시청’하고 있는 셈이다.

지상파 드라마를 재전송하는 케이블TVㆍ위성방송 드라마 채널에서의 10~20대 비중도 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AGB닐슨미디어리서치의 조사에 따르면 KBS스카이드라마, MBC드라마, SBS드라마플러스 등 드라마채널을 시청하는 10~20대 시청층이 크게 늘고 있다. 지상파를 포함한 전 채널에서의 점유율을 집계한 통계에서 2002년 여자 10대와 20대는 각각 2.26%, 4.18%에 그쳤지만 2005년에는 7.46%와 9.15%로 급증했다.

반면 여자 40대와 50대 이상은 각각 2.99%와 2.43%에서 6.24%와 4.58%로 성장세가 이에 미치지 못했다.

결국 젊은 층은 지상파 대신 온라인과 케이블TV 등을 통해 드라마를 주로 시청하고 있는 셈이다.

◇ 드라마 타깃층도 바뀌나

이런 경향은 드라마를 직접 제작하는 연출자에게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10~20대를 타깃으로 한 평일 미니시리즈에 ‘아줌마 코드’가 적극적으로 삽입되고 있다.

김현준 KBS 드라마 1팀장은 3~4년 전부터 KBS 수목드라마는 30~40대 주부를 겨냥해서 제작하고 있다며 또 요즘 주부들은 상대적으로 낮은 연령대를 위한 소재도 쉽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현재 KBS에서 드라마를 준비하고 있는 한 PD도 미니시리즈를 연출할 예정인데 젊은 층의 멜로와 함께 중년층의 로맨스도 가미할 생각이라며 온 가족이 즐겁게 볼 수 있도록 폭넓은 연령층을 공략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중년 여성들의 시청 점유율이 높아지는 이런 현상은 동시에 일선 PD들에게 혼란도 안겨 주고 있다. 최근 종영한 드라마를 연출한 한 PD는 시청률표 상의 시청률을 높이려면 40~50대 중년층을 겨냥한 드라마를 만들면 된다면서 그렇다고해서 젊은 층이 드라마를 안 본다고 단정지을 수도 없기 때문에 드라마 타깃을 정하기가 더욱 까다로워졌다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김영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