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시간에 셀폰·PDA·랩탑 사용해도 된다?
“시험 부정이 합법화 되고 있다 (Legalized Cheating)”
물론 아직은 일부분이긴 하지만 이런 흐름은 중, 고교 및 대학에서 도도한 흐름을 타고 몇 년 전부터 암암리에 시행되고 있다. 여기에서 말하는 시험부정이란 시험시간에 셀폰이나 PDA, 혹은 랩탑으로 텍스트 메시지에서 해답을 구해오고 인터넷을 서치해서 에세이 문장을 따오는 것 등을 말한다. 물론 따오는 문장은 어디가 원전인지는 밝혀야 표절(Plagiarism) 혐의를 벗어 날수 있다. 시험 패턴의 대혁명, 부정의 합법화에 대해 최근 월스트릿 저널이 보도했다.
“단순 암기보다 정보 수집·분석력 중요”
일부 학교선 친구들과 정보교환도 허용
엘리트 학교서나 가능·표절 증가 우려에
“해답 제공업체의 상술에 이용” 비난도
아직 대부분의 학교에서 시험정답을 온라인에서 구해오는 것을 부정(cheating)으로 간주한다.
그러나 워싱턴주의 켄트에 소재한 밀크릭 중학교같은 경우는 몇몇 교사들이 오히려 이런 ‘하이텍 시험방법’을 권장하고 있다. 학생들은 어휘력 테스트를 볼 때 인터넷에서 단어의 뜻을 찾기도 하고 문장에서 달리 쓰이는 같은 단어의 다른 용도에 대해 감을 잡기도 한다.
오하이오의 신시내티 컨트리 데이 스쿨 학생들은 몇몇 시험에서는 랩탑을 가지고 와서 온라인 Cliff Notes를 서핑할 수 있다. 캘리포니아 뉴포트비치의 엔자인 중학교의 7학년 학생들은 과학시간에 친구들과 함께 손에 들고 다니는 컴퓨터를 서치하며 해답을 구할 수가 있다. 샌디에고의 고교생들도 영어시험에 인터넷 서치가 자유롭다.
필라델피아의 교직원들은 학생들이 시험을 못 봤으면 재시험을 보게 한다. 이때 재시험 전에 집에 가서 인터넷을 뒤져 정답을 알아오는 것이 부정으로 간주되지 않는다. 필라델피아 교육구의 수석 아카데믹 오피서 그레고리 트런튼은 “시험부정이란 용어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며 정보를 얻기 위해 기구를 사용하는 것은 현대교육에서 당연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덴버교외지역의 체리 크릭 고교의 AP역사학 교사 케런 웨이플즈는 시험시간에 학생들이 정보를 교환하는 것을 허용하고 있다. 그는 이렇게 하면 학생들의 스트레스 수위를 줄이는 것은 물론이지만 함께 문제를 해결하려는 과정에서 서로 팀웍이 조성되고 협동심이 생긴다고 말하고 있다. 그는 시험시간에 학생들에게 “책은 덮어놓고 친구를 이용하세요”(Close book, Open friends )라고 말한다.
매서추세츠주 앤도버에 소재한 명문 사립, 필립스 아카데미의 경우도 오픈 북과 오픈 노트북 시험을 허용하고 있다. 환경화학을 가르치고 있는 템바 마쿠벨라 교사는 시험시간에 노트북과 교과서를 오픈해 보는 것을 허용하고 있다.
대신 이 경우 만점을 받더라도 B 학점 이상은 주지 않는다. 그는 “정답을 모르는 것이 창피해야 할 일은 아니다”라고 말하면서 교과서를 열지 않고 시험에 임하면 전부 맞지 않더라도 A를 받을 수 있으므로 선택은 학생의 몫으로 넘기고 있다. 이처럼 예전에는 터부시되던 시험기간의 인터넷 서핑, 오픈 북, 교우와의 정보교환이 점차 허용되고 있는 분위기다.
■ 시험부정이 합법화되고 있는 이유
교사들은 말한다. 시험시간에 옆 친구의 답안지를 보기 위해 눈을 굴리는 학생은 쉽게 찾아낼 수 있다. 그러나 셀폰이나 PDA 등 무선 컴퓨터로 부정행위를 하는 것은 적발이 쉽지 않다. 그럴 바에야 무선을 이용한 시험부정을 합법화해서 모두에게 허용하자는 것이다.
이유는 또 있다. 오픈 북 시험이 허용되면 오픈 인터넷도 허용돼야 된다는 주장이다. 무선시대에 살고 있는 학생들에게 인터넷을 이용해 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분석해서 응용 할 줄 아는 능력은 암기능력보다 훨씬 중요하므로 이를 권장해야지 무시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이다.
이 부류에 속하는 교사들은 좋은 실례로 수학이나 과학시간에 계산기 사용허용을 들고 있다. 계산기는 1970년대에 등장했지만 당시 학생들은 긴 곱셈이나 나눗셈을 직접 손이나 머리로 했어야만 했다. 그러나 점차 수학문제 풀 때 계산기 사용이 허용되다가 급기야 1994년부터는 SAT시험에서마저 계산기를 사용할 수 있게 됐다.
또 시험시간에 친구들과의 정보교환이 허용되는 추세에 대한 해답은 이렇다. 예전까지는 개인끼리의 경쟁이었지만 화이트칼러 직종이 해외로 대대적으로 아웃 소싱 되고 있는 현시점에서는 개인적인 암기력보다는 그룹스킬과 비판적인 사고력 등이 더 중요시 되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학습도 서로 도와가면서 배우는 방법(Collaborative Learning)이 뜨고 있다. 때문에 시험문제도 혼자 푸는 것보다 여러명의 의견을 종합, 분석해야 해답을 찾을 수 있는 방향으로 출제되고 이 정답을 도출하는 과정에서 급우들과의 의견 및 정보교환은 필수라는 것이다.
■ 대학들의 반응
아직 이 과정이 초기단계이므로 대학마다 반응이 다르다.
하버드 대학의 입학사정 국장 매릴린 맥그래스 루이스는 고교 영어시험 시간에 인터넷 사용이 허용되었는지의 여부가 학생의 지원서 평가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는 “세대가 바뀌면 당연히 학습방법도 바뀌게 마련”이라며 변화를 수용하고 있는 쪽이다. 그러나 펜실베니아 대학의 입학사정 학장 리 스테슨은 입장을 달리하고 있다. 그는 “부정의 합법화가 입학심사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지만 세상이 그렇게 변하고 있더라도 절대로 권장할 일은 아니다”라고 못 박고 있다.
사실 아직 AP시험, SAT, 대학원 입학시험이나 직장 면접시험 때는 인터넷 서핑없이 솔로로 모든 것을 해결해야 한다.
■ 비판적인 시각
시험 시간 중 온라인에서 정답을 얻거나 친구로부터 해법을 빌려오는 것은 사실은 학업 성적이 좋은 엘리트 학교들에서만 가능한 사치스러운 교육방법이라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사실 이 새로운 방법이 시도되고 있는 학교들은 대부분 재정이 튼튼한 사립학교들이거나 교육재정이 풍부한 공립학교에 한하는 경우가 많다.
또 교사들도 채점시간이 더 걸린다고 불평하고 있다. 인터넷으로부터 표절한 부분을 가려내려면 전보다 20%의 시간을 더 할애해야만 채점이 가능하다는 것.
러저즈 비즈니스 스쿨의 도널드 맥카비 교수가 조사한 바에 의하면 1999∼2005년에 학생들의 표절은 4배나 증가했는데 대부분 인터넷을 이용한 텍스트 메시지 표절이었다.
■ 가세하고 있는 상업성
지난달 고교생 필독도서의 요약을 온라인에 제공하고 있는 SparkNotes는 최근 SparkMobil이라는 새로운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 서비스는 학생이 셀폰으로 SOS를 치면 즉각적인 해답을 제시한다. 예를 들면 ‘겟츠비의 주제’라고 학생이 문자 메시지를 보내면 즉각 ‘아메리칸 드림의 좌절’이라는 응답이 셀폰에 뜬다. 최근 이 서비스는 iPod와 1월 중순 시장에 나온 오디오 버전에도 가능하게 되었다. ‘오만과 편견’(Pride and Prejudice)의 요약을 다운로드 받는 비용은 3달러95센트이다.
<정석창 객원기자> sokchang@cox.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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