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T I 시험에서 2,400점 만점을 받은 김혜은양. 독서가 SAT 시험의 3분의2를 차지하는 작문과 심층독해 실력을 키워준다고 강조한다.
역시 독서 덕에…
하버드 웨스트레이크 고교 11학년 재학
시험 개정 1주년이 다가온다. SAT I 시험은 지난해 3월부터 학생들이 직접 에세이를 써야 하는 작문(writing) 영역이 새로 추가되면서 67년만에 가장 큰 변화를 거쳤다. 또 과거 언어(verbal)라고 불리던 영역이 심층독해(critical reading)로 이름이 바뀌면서 독해의 비중이 더 커지고 수학 문제의 출제 범위가 늘어나는 등 SAT I 시험이 더 길어지고 더 어려워졌다. 한편 대입 경쟁이 갈수록 가열되면서 SAT 성적은 어느 때보다 더 중요해지고 있다. 월스트릿 회사 골드만 삭스 등 대기업들은 학기당 수 천명에 달하는 대졸 취직 지망자들을 추려내기 위해 SAT 시험을 요구하기 시작, SAT 성적이 이제 대학에 갈 때 뿐 아니라 졸업 후 회사에 취직할 때도 따라다니는 실정이다. 지난 12월에 실시된 SAT I 시험에서 2,400점 만점을 받은 김혜은(16·샌마리노 거주)양으로부터 ‘만점 학생의 SAT 만점 비결’을 들어본다.
장기적 준비
“SAT 시험은 열심히 공부해 봤자 남는 것이 성적일 뿐이지 새로 가르치는 것이 없어요.” 명문 사립학교인 하버드 웨스트레이크 고교 11학년인 김혜은양은 SAT 만점 비결이 시험공부에 있지 않다고 강조한다.
김양이 SAT 공부를 시작한 것은 시험을 치기 불과 몇 개월 전부터였다. 학원에 다니긴 했지만 주말에 가서 모의시험을 치른 정도였다.
시험 요령을 얻긴 했지만 이미 학원 공부를 시작하기 전에 배치(placement)시험에서 2,100점 이상이 나왔다. SAT 시험에 중요한 스킬을 이미 어렸을 때부터 닦았기 때문이다.
공부를 잘하는 다른 우등생들과 마찬가지로 김양도 독서를 만병통치약으로 꼽는다.
“지금은 너무 바빠서 책을 많이 읽지 못하지만 어렸을 때에는 책을 무척 많이 읽었어요.”
1학년 때에는 동물에 대해 관심이 생겨 도서관에서 사자, 곰, 등 동물에 대한 책들은 모조리 읽었다고 한다. 한번은 여름방학동안 100권의 책을 읽는다는 목표를 달성하기도 했다. 5학년 때에는 여름 독서목록에 있는 책을 모두 읽는다는 목표를 달성했다.
김양은 독서를 그처럼 많이 하게 된 이유가 “집에서 TV를 잘 보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TV를 보지 않으니까 심심해서라도 책을 들게 되더라는 것이다.
김양은 “많은 학생들이 SAT 시험에서 가장 어려워하는 부분이 심층독해와 작문인데 독서는 두 부분을 모두 충족시켜준다”며 “또 많은 학생들이 전치사 사용 등을 어려워하는데 책에서 문장을 많이 보면 자연적으로 익숙해진다”고 말한다.
김양은 4학년 때부터 SAT 학원 등을 다닌 학생들을 많이 봤는데 너무 어렸을 때부터 학원에 다니면 독서를 할 시간이 없다며 스포츠 등 좋아하는 주제에 대해 독서에 재미를 붙이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견이다.
김양의 어머니 김종현씨는 그러나 고전 도서들을 읽어두는 것도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영문학을 전공한 김씨는 성서와 그리스 신화가 서양 문화의 쌍벽을 이룬다고 배워 혜은양을 비롯해 3자녀에게 어린이 성서와 만화책으로 된 그리스 신화를 읽혔는데 재미있어 했다고 말했다.
김양도 “실제로 학교에서 배우는 고전 작품들이 성서와 그리스 신화로부터 엄청난 영향을 받았다”며 “중학교까지는 영어 클래스가 별 어렵지 않지만 고등학교에 가서는 분석적인 독후감을 써야 하는데 이 때 성서와 그리스 신화에 대한 기초가 든든한 것이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집에선 TV 시청 안해
고전·성서등 많이 읽어
독후감·일기 쓰는 습관
심층독해·작문에 큰도움
김양은 또 어렸을 때부터 일기를 쓰는 습관을 기른 것이 SAT 시험에 도움이 됐다고 한다.
“3학년까지는 그 날 있었던 사건에 대해 단순히 열거하는 일기를 썼는데 지겨워져서 4학년부터는 그 날 있었던 일에 대한 느낌을 쓰기 시작했어요” 언니로부터 노트북을 선물 받은 후에는 항상 노트북을 들고 다니면서 생각이 떠오르는 대로 적곤 했는데 이처럼 수시로 글을 쓰는 습관 덕분에 종이에 생각을 올리는 것이 익숙해졌다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김양은 지난 12월 치른 시험에서 만점을 받았고 앞서 10월에 치른 SAT 시험에서 2,310점을 받았을 때에도 심층독해와 작문은 만점이었다.
■단기적 준비
김양은 그러나 SAT I 시험은 특정 종류의 문제만 있으므로 요령을 배우고 연습을 많이 하면 단기간에 시험성적을 올릴 수 있다고 말한다.
김양에 따르면, SAT 작문 시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시간을 잘 관리하는 요령이다. 시간이 모자라서 결론 등을 제대로 못 쓰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작문 연습을 많이 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양은 SAT 작문 시험을 치기 전에 에세이 포트폴리오를 만들었다고 한다. 에세이에서 보기로 들 수 있는 사례들을 많이 열거했는데 다양한 에세이 주제에 사용할 수 있는 사례들로 잘 쓸 수 있다고 자신이 있는 것들을 모았다. 작문 연습도 되고 운이 좋으면 사용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김양은 또 시험을 앞두고 SAT 학원에서 연습 문제를 많이 풀어본 것도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어머니 김씨는 시험을 치기 전에 한번 학원에 다니는 것이 도움이 되는 것 같으나 자녀들이 주중에 학교에 다니면서 학원에도 가도록 시키는 것은 잘못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씨는 다른 부모들이 모두 자녀를 학원에 보내니까 주위 압력 때문에 학원에 보내는 경우가 많은데 자녀에게 맞지 않는다고 생각될 때에는 용감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모의 역할
김종현씨는 “엄마로서 뒷바라지 해준 것은 그저 아침식사를 잘 차려준 것밖에 없다”며 “혜은이가 잘 알아서 해줬다”고 대견스러워한다. 그러나 김씨는 자녀가 어렸을 때부터 TV, 비디오 등을 절제하는 등 집안에 학습 분위기를 조성해 주는데 각별한 신경을 기울였다.
“당뇨병 환자가 있는 집에서 가족 식단을 다르게 바꾸는 것처럼 공부를 해야 하는 자녀가 있는 가정도 생활이 바뀌어야 합니다. 자녀가 공부를 잘 하기 원한다면 비디오 시청, 골프 등을 포기해야 하지요.”
김씨는 SAT 만점에도 불구하고 아직 갈 길이 멀어 5분의1 밖에 가지 않은 것이라며 좋은 대학에 가기 위해서는 학교 성적이 더 중요하고 에세이, 인터뷰 등 많은 요소가 들어간다고 강조한다. 김씨는 아니 더 나아가서 공부도 중요하지만 가정 화목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양의 아버지 김석진씨는 안과전문의로 늦게 귀가할 때도 많지만 “아이들이 배고파하면 스낵을 주는 한이 있더라도 저녁을 먼저 먹지 않는다”며 저녁은 반드시 온 가족이 함께 먹는 시간으로 뿌리박았다는 것이다. 저녁 시간을 지키기 위해 배구 등 스포츠 활동도 그만두게 할 정도.
학교에 데려다 줄 때에도 가족 대화가 “Yes” “No”로 끝나지 않고 기분 좋았던 이야기, 나빴던 이야기 등을 자연스럽게 서로 나누는 시간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김씨는 또 자녀들이 피아노, 바이얼린을 연습할 때마다 항상 옆에서 지켜봐 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래야 자녀들이 대학으로 집을 떠나간 후에도 다시 찾아오고 싶어한다는 것이다.
<우정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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