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릅나무는 아름다운 나무다. 수형(樹形)이 퍽 단정하고 아름답다. 곧게 자란 원줄기에 많은 가지가 사방으로 고르게 뻗어 우아하면서도 위엄이 넘친다. 산속이나 들 한가운데서 간혹 잘 자란 느릅나무와 마주치면 그 독특한 껍질과 시원스럽게 뻗은 줄기, 그리고 기운이 넘치는 자태에 감명을 받는다. 느릅나무는 잎지는 넓은잎큰키나무로 높이 30미터, 지름 1미터 이상까지 자란다. 우리나라에 자라는 활엽수 중에서는 상당히 높게 크는 종류에 속한다. 그러나 키 5-10미터 정도의 소교목, 또는 3-4미터의 난장이 느릅나무도 있다.
느릅나무는 땅이 깊고 물기가 많은 곳을 좋아하며 볕이 잘 드는 양지(陽地)에서 잘 자라지만 반그늘에서도 잘 자란다. 우리나라의 모든 곳, 그리고 북반구의 온대 산악지방에 널리 분포한다. 일본이나 중국, 유럽에서도 흔히 볼 수 있고, 미주(美洲)에서는 미국, 캐나다, 멕시코 북부에까지 자란다. 추위와 그늘은 잘 견디어 내지만 가문 곳에서는 잘 자라지 않는다.느릅나무는 껍질에 여러 가지 특징이 있다. 껍질은 회갈색으로 세로로 불규칙하게 갈라지며, 속껍질은 섬유질이어서 매우 질기다.
옛날에는 이 질긴 껍질을 꼬아서 밧줄이나 노끈을 만들어 썼으며 옷을 지어 입기도 했다. 껍질에 칼로 흠을 내고 벗기면 세로로 길게 벗겨지는데 입으로 씹어보면 끈적끈적한 진이 많이 나온다. 이 점액이 소의 침액과 비슷하다 하여 느릅나무를 소춤나무라고 부르기도 한다. 약으로는 대개 느릅나무 뿌리껍질을 쓰는데 이른 봄에 뿌리껍질을 벗겨내어 그늘에서 말려서 쓴다. 습기를 가까이 하면 곰팡이가 생기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잘 말린 것은 속껍질이 대개 황갈색을 띤다.
느릅나무를 한자로는 느릅나무 유(輸), 또는 느릅나무 분(粉)으로 쓴다. 그 껍질은 유피(楡皮), 또는 유백피(楡白皮), 뿌리껍질을 유근피(輸根皮)라고 한다. 영어로는 elm(에음)이라고 하며 미국 하와이를 제외한 미국 전지역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잎은 천연수면제
이른 봄 꽃이 핀 뒤에 잎이 돋는다. 예전에는 어린 느릅나무잎을 따서 밀가루나 콩가루와 함께 버무려서 쪄서 떡을 만들어 흔히 먹었다. 풋풋한 냄새에 맛도 좋다. 우리 선조들은 봄철 어려운 보릿고개를 느릅나무잎떡으로 이겨 냈다. 떡을 만들어 먹었을 뿐만 아니라 이 잎으로 국을 끓여서도 많이 먹었다. 느릅나무 잎으로 끓인 국을 먹으면 잠을 잘 자게 되므로 불면증이 있는 사람이 많이 먹었다. 느릅나무 잎은 불면증을 치료하고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데 좋은 약이다.
느릅나무는 동양에서보다는 서양에서 훨씬 중요하게 여겼다. 서양에서는 수형이 우아하고 아름답기 때문에 가로수나 정원수로 그 가치를 높게 샀다. 느릅나무는 유럽이나 미국에서 제일 흔한 나무 중에 하나다. 가로수, 정원수, 공원수로 널리 심기 때문이다. 대학의 구내나 집 주변, 밭 둘레의 울타리에도 느릅나무를 심고 느릅나무는 경관에 큰 몫을 차지한다.
특히 느릅나무는 영국을 대표하는 나무로 알려져 있는데 영국의 도시와 농촌은 온통 아름드리 느릅나무들로 싸여 처음 방문하는 사람은 깊은 감명을 받는다. 느릅나무 아래에는 으레 긴 의자가 있고 오가던 사람들이 잠시 의자에 앉아 휴식을 취하거나, 신문이나 책을 읽는다. 햇볕은 느릅나무 그늘에 반은 가렸다가 반은 비치면서 천천히 옮겨간다.
영국적인 목가와 서정을 느릅나무가 대변하는 것이다.서양인들의 생활은 느릅나무와 연관이 많다. 어려서 느릅나무 아래서 놀고, 젊어서 느릅나무 그늘에서 사랑을 속삭이고 미래를 설계하며, 늙어서는 느릅나무 그늘에서 느릅나무로 만든 의자에 앉아 인생을 관조하고 음미하다가, 죽어서는 느릅나무 관속에 들어가 잠든다. 그들의 삶과 정서가 느릅나무와 이어져 있기에 서양의 문학 작품을 읽으면 느릅나무 얘기가 많이 나온다.
최고의 염증, 종창약
느릅나무는 옛날부터 종기를 치료하거나 소변을 잘 나오게 하는 약으로 썼다. 배가 고플 때에는 껍질을 벗겨 먹었고 잎도 쪄서 먹었으며 열매로는 장을 담가서 먹었다. 느릅나무의 약성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느릅나무 뿌리껍질의 성미는 달고 평하며, 미끄럽고 독이 없다. 대소변이 통하지 않는 데 쓰며 소변을 잘 나오게 한다. 또 부은 것을 내리게 하고 습기로 인한 열과 염증을 제거해 준다. 이 밖에 종창(腫脹), 악창(惡瘡), 옹저(癰疽), 나력 등을 치료한다. 다섯 가지 임질을 다스리고 결석(結石)을 다스린다. 또한 이 나무의 햇순으로 국을 끓여 먹으면 불면증을 다스린다. 또한 열을 내리고 독을 풀며 기생충을 죽인다.
느릅나무잎에는 탄수화물 9퍼센트, 단백질 6퍼센트, 섬유질 1.5퍼센트, 회분 3.4퍼센트, 지방 0.6퍼센트, 수분 79퍼센트가 들어 있다. 맛은 달고 성질은 평하며 독이 없다. 소변을 잘 나가게 하고 석림(石淋-신장결석)을 다스린다. 딸기코에 느릅나무잎을 물로 달여서 씻으면 좋은 효과를 볼 수 있다. 불면증에는 말려서 곱게 가루를 내어 산조인과 같은 양으로 섞어서 꿀로 오동나무씨만 하게 알약을 만들어 3-5그램씩 먹으면 효험이 있다. 잎을 그늘에서 말려서 가루를 낸 다음 소금물로 반죽하여 여러 가지 음식
에 양념으로 넣어 먹으면 부종, 소변을 잘 못 보는데, 위염, 위궤양 등에 좋은 효과가 있다.
느릅나무는 날것으로 써야 약효가 제대로 나타난다. 열을 가하면 약효가 형편없이 줄어든다. 대부분 느릅나무를 물로 달여서 먹는데 이렇게 먹으면 본래 약성의 10분의 1쯤밖에 나타나지 않는다. 느릅나무뿌리껍질을 찬물에 하룻밤 동안 담가 두면 끈적끈적한 진이 많이 나오는데 이 진을 날로 먹는 것이 가장 좋다. 물에 담가서 나오는 느릅나무진을 숟가락으로 긁어모아 밥숟갈로 두 숟갈(10밀리리터)씩 하루 세 번 밥 먹기 전에 먹는다. 뱃속에 있는 모든 염증을 없애고 내장을 윤택하게 하며 변통을 순
조롭게 하며 부은 것을 내리는 데 매우 좋은 효능이 있다.
느릅나무진은 살결을 곱게 하는 데에도 으뜸이라고 할 만하다. 느릅나무뿌리껍질을 찬물에 하룻밤 동안 담가 두어서 나오는 진을 긁어모아 유리병에 담아 냉장고에 넣어 두고 아침저녁으로 살결에 두껍게 바른다. 느릅나무진은 살결에 바르는 즉시 피부에 스며들어 버리고 살결이 매끈매끈하게 윤이 난다. 느릅나무진은 여드름이나 아토피성 피부염, 습진, 무좀 같은 피부질환에도 효과가 좋다.
느릅나무는 부스럼이나 종기에 가장 효과가 좋다. 종기가 생겼거나 상처가 나서 곪은 데, 부스럼이 생긴 데에 느릅나무진을 바르거나 느릅나무껍질을 짓찧어 붙이고 면으로 된 천으로 몇 겹을 싸고 붕대를 감아 두면 잘 낫는다. 비염(鼻炎)이나 축농증(蓄膿症)에는 느릅나무진을 날것으로 두 숟갈씩 수시로 먹는 한편 코 속에 자주 바른다. 심한 비염이나 축농증을 느릅나무진을 잘 활용하면 별로 고생을 하지 않고 고칠 수 있다. 느릅나무가 콧물 같은 진이 나오고 또 콧병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고 하여 코나무라고 부르기도 한다.
미국에서도 느릅나무 껍질로 죽어가는 사람을 살린 예가 있다. 1847년, 몰몬교 서부 개척민이 록키산맥을 지나가던 중 열한 살 된 아이가 마차에 치어 크게 다쳤다. 허벅지와 엉덩이의 살이 거의 다 떨어져 나가고 뼈가 드러난 데다 여름철이어서 상처가 화농(化膿)하여 살이 썩어 죽게 되었다.
아이의 어머니가 여러 날 동안 밤을 새우며 간호하다가 쓰러져 잠이 들었는데, 비몽사몽(非夢似夢)간에 한 천사가 나타나서 옆에 있는 한 나무를 가리키며 그 껍질을 벗겨 짓찧어서 상처에 붙이면 나을 것이라고 하였다.
아이의 어머니는 잠에서 깨어나자마자 꿈에서 본 그 나무의 껍질을 벗겨 돌로 짓찧어서 상처에 대고 싸매어 주었더니 아이는 곧 아픔이 줄어들고 진물이 줄어들며 곪은 것이 낫기 시작하여 며칠 지나지 앉아 새살이 돋아나오기 시작하였다. 3개월을 치료하였더니 떨어져 나갔던 엉덩이에 새살이 다시 생겨서 완전하게 회복되었다.
질병 치료에 활용하는 방법
늑막염
느릅나무 껍질을 짓찧어(마른 것이면 물에 축여서 짓찧거나 삶아서) 아픈 곳에 찜질을 하고, 동시에 껍질 30-40그램에 물 한 되를 붓고 두 시간 가량 달여서 한 번에 마신다. 하루에 세 번씩 먹는다.
소변불통
느릅나무 속껍질을 3-4월에 채취하여 그늘에 말려 두었다가 쓴다. 그리고 옥수수 수염을 가을에 채취하여 말려두고 쓴다. 느릅나무 껍질과 옥수수 수염을 각각 30그램씩 섞어 물을 한 되 붓고 한 시간쯤 달여서 찌꺼기는 짜서 버리고 그 물을 마신다. 어른은 하루에 50-200밀리리터씩 5-10번, 어린이는 30-50밀리리터씩 하루에 3-5번 마신다.부종이 있을 때에는 느릅나무뿌리 속껍질 40그램을 잘게 썰어서 물 1리터를 붓고 한 시간 가량 달여서 찌꺼기는 짜서 버리고, 그 물과 함께 밀가루로 만든 떡 한 개를 빈속에 먹는데 적당히 나누어서 하루에 다 먹는다.
간디스토마
말린 느릅나무 껍질을 달여서 그 물을 자주 마신다. 하루에 5-10회씩 마신다. 경상북도 영천 지방에서 느릅나무껍질을 달여 먹으면 간디스토마가 없어진다는 말을 들었다. 실제로 그 사람들은 민물고기를 날로 많이 먹고 있어도 디스토마에 걸리지 않았다.
관절염
느릅나무 껍질을 3월에 채취하여 그늘에 말려서 두고 쓴다. 말린 느릅나무 껍질을 한 번에 12그램을 물에 담가 두었다가 끈적끈적하게 우러난 진을 다시 진하게 달이면 꿀처럼 된다. 이것을 한 번에 40-60밀리리터씩 하루 세 번 밥 먹기 전이나 밥 먹고 나서 먹는다.
신경통
황철나무 껍질과 느릅나무 껍질을 같은 양으로 하여 여기에 물을 많이 넣고 달여서 푹 우러난 후에 찌꺼기는 짜 버리고 그 물만 다시 오랫동안 끓여 엿이나 꿀처럼 만든다. 이것을 아픈 곳마다 바른다. 이와 함께 황철나무 껍질과 느릅나무 껍질을 각각 40그램씩에 한 되를 붓고 물이 절반이 되도록 달여서 찌꺼기는 짜 버리고 그 물을 하루 세 번에 나누어 마신다.
종처, 종기, 부스럼마르지 않은 송진과 느릅나무 뿌리껍질을 같은 양씩 넣고 풀이 나도록 짓찧어 부스럼에 붙이면 나쁜 것을 빨아내고 새살이 빨리 나온다. 느릅나무 뿌리껍질을 외용약으로 쓰면 살결을 매끄럽게 하고 염증을 삭히는 효능이 있기 때문에 부스럼 치료에 대단히 효과가 좋다.
임파선결핵 (연주창)
백선 뿌리껍질과 느릅나무 속껍질을 4-5월에 벗겨서 그늘에 말려두고 쓴다. 백선 껍질과 느릅나무 속껍질을 보드랍게 가루 내어 3 : 1의 비례로 섞어서 물에 반죽하여 가제나 엷은 천에 발라서 연주창이 터져 구멍이 생긴 곳에 넣는다. 하루에 한 번씩 갈아 넣는다.
옴이 올랐을 때
4-5윌에 느릅나무 씨를 받아서 그늘에 말려두고 쓴다. 느릅나무 씨를 까서 껍질은 버리고 속살을 말려서 가루 낸 것 20그램에 참기름이나 들기름을 적당량 넣고 고약처럼 개어 옴이 오른 부위에 바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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