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초 의붓아버지로부터 학대를 받아오다 끝내 숨진 브루클린의 닉스메리 브라운(7세) 양 사건이후 뉴욕 일원에서는 아동학대에 대한 인식이 새삼 높아지고 있다. 미국과의 문화적 차이 때문에 일부 한인이민자 학부모들이 아동학대자로 몰리는 일도 발생하고 있어 한인들도 아동학대에 대한 정확한 개념 파악이 필요하다. 아동학대의 형태와 실태 및 예방법 등을 살펴본다.

연방후생국 최신 자료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2002년 한 해 동안 아동학대 및 방임으로 사망한 어린이가 1,400명에 달했다. 이는 아동인구 10만명당 1.98명의 비율로 2000년 1.84명, 2001년 1.96명에 비해 매년 증가 추세를 보인 것이다. 특히 3세 이하의 아동학대 피해자가 전체의 76%를 차지하고 있고 1년 미만 된 신생아도 41%를 차지하는 등 부모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어린 연령의 아동일수록 더 많이 위험에 노출돼 있는 실정이다.<그래프 참조>

아동학대 사망자의 절반이 아예 보고조차 되지 않는 점을 미뤄볼 때 실제 피해아동은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아동학대 가해자의 79%는 부모이고 16%는 부모를 제외한 주변인, 5%는 전혀 안면이 없는 제3자로 집계되고 있다.

아동학대란 아동에게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가해지는 다양한 행동을 통칭한다. 성적인 아동학대에서부터 아동에 대한 이상 성욕, 신체적 학대, 아동방임, 감정적 방치, 양육실패 등이 포함된다. 또한 의사도 속는다는 ‘문하우젠 증후군’ 등 자녀에게 약물을 투여해 일부러 아프게 만들어
주변의 동정심을 얻으려는 부모에 이르기까지 아동학대는 가해자의 정신적인 문제 또는 도착증에서 빚어지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아동학대로 인한 더 큰 피해 및 범죄를 사전 예방하기 위해서는 아동학대의 징후를 조기발견하고 치료 또는 중재에 나서는 길만이 최선이다. 주변인들도 아동학대 징후를 발견하는 즉시 관계당국에 신고해야 한다.

아동학대의 징후는 학대 유형에 따라 다소 차이는 나지만 학생들이 행동에 급격한 변화를 보이거나 학교성적이 갑자기 떨어지는 일이 대표적이다. 또한 뭔가 항상 불안해하며 주위를 살피고 눈치를 보거나 학습장애를 보이기도 하고 지나치게 수동적이거나 불평이 늘어나기도 한다.
학대 피해자들은 학교에 너무 일찍 등교하거나 집에 가기 싫어 늦게까지 학교에 남아 있으려고도 하고 몸에 자주 상처를 입거나 어른이 접근하면 움츠려 드는 반응을 보인다. 또한 아동학대 부모들은 자녀에 대한 관심이 상당히 부족하며 자녀의 문제를 부인하거나 자녀에게 모든 탓을 돌리고 교사나 보모에게 과도한 훈육을 당부하기도 한다. 자녀의 존재를 하찮고 부담스럽게 여기고 나쁜 아이로 묘사하는 일이 많으며 자녀의 능력에서 벗어나는 일을 집요하게 요구하기도 하고 부모와 자녀가 서로 신체접촉을 거의 하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이외에도 잦은 결석, 음식을 훔치거나 친구에게 자주 돈 빌리기, 예방접종이나 안경, 치과 등의 기초 치료가 전무하고 제대로 씻지 않으며 계절에 맞게 옷을 챙겨 입지 않는 경우도 아동학대 및 방임의 징후로 볼 수 있다. 아동들이 걷거나 앉을 때 불편함을 호소하고 신체활동 참여를 거부하며 식욕을 잃고 잠자리에서 대소변을 가리지 못하는 경우는 성적인 학대 징후로 여겨지기도 한다. 또한 직접적으로 비정상적인 행동을 가하지는 않았다 할지라도 자녀와 큰 소리로 과격한 언어표현을 사용해 자주 대립하는 경우, 필요 이상으로 자녀에게 신체적 체벌을 가하는 경우, 자녀
가 분노의 원인 제공자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필요 이상으로 부정적인 감정표현을 쏟아내는 부모들이라면 아동학대 성향을 지니고 있다고 봐야 한다.

많은 경우 부모들은 자신들이 아동학대 성향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부인하지만 더 큰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부모 스스로 자신의 모습을 진단해보고 미리 전문가의 도움을 얻어 사전 예방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바람직하다.무엇보다 부모들은 자녀의 올바른 양육법에 대해 지속적으로 공부해야 하고 자녀에게 보다 현실적인 기대치를 갖도록 해야 한다. 아직 어린 자녀들이 새로운 것을 깨닫고 익힐 때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이해하고 기다려줄 수 있어야 한다. 더불어 자녀가 말이나 행동으로 표현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파악하는 능력을 길러야 하며 자녀가 분노하더라도 부모는 감정조절을 할 수 있어야 함은 물론, 어린 자녀지만 존엄성을 인정해주고 사랑으로 대해야 한다. 자녀를 통해 대리만족을 성취하고자 하는 욕심 또한 버려야 한다. 무조건적인 복종이나 신체적인 체벌도 효과적일 수 없다.

아직 어린 아이들이 잘못됐거나 위험한 행동을 했을 때에는 손을 펴서 손바닥으로 살집이 많은 엉덩이 등을 때려주는 정도의 체벌은 일종의 경고 메시지로 해석돼 효과적일 수 있다. 하지만 어느 정도 말귀를 알아들을 수 있는 3세 이상이 되면 체벌보다는 단호하지만 사랑을 담은 어투로 자녀의 잘못된 행동을 반복해서 지적해주는 방법을 사용해야 한다. 잘못된 행동이 계속 반복되면 전문가를 찾아 행동 수정 방법에 대한 조언을 받는 것도 좋다.

아동학대 성향을 보이는 단계에서 조기 발견돼 조치가 취해지지 않을 경우 심각한 아동학대 피해는 물론, 범죄로 발전되기 쉽다. 교사나 경찰, 의사 등은 아동학대 징후 발견시 의무신고자에 해당되지만 이외 일반인들도 누구나 목격하면 신고하는 정신을 가져야 한다. 이는 한 아동의 생사를 좌우할 수 있는 중대사이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아동학대 신고가 접수되면 가해 혐의자가 무죄를 입증하기 전까지는 학대자로 간주된다. 이 때문에 한국식으로 자녀에게 매를 들었던 한인 학부모들이 출동한 경찰에 무조건 체포부터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따라서 문화적 차이는 물론, 아동학대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필요하다.

아동학대와 관련된 자세한 정보는 ◎Prevent Child Abuse
America(www.preventchildabuse.org): 213-663-3520 ◎Childabuse.org(www.childabuse.org): 877-224-8223 ◎National Clearinghouse on Child Abuse and Neglect Information(nccanch.acf.hhs.gov): 800-394-3366
◎Childhelp USA National Child Abuse Hotline(www.childhelpusa.org/report_hotline.htm): 800-4-A-CHILD(422-4453) ◎ChildCareAward(www.childcareaware.org/en): 800-424-2246 등
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정은 기자> juliannelee@koreatimes.com

아동학대 주별 대표 신고처
◎뉴욕: ▲문의: 800-369-2437 ▲www.ocfs.state.ny.us/main/cps
◎뉴저지: ▲문의: 800-835-5510 ▲www.state.nj.us/humanservices/dyfs/index.html
◎커네티컷: ▲문의: 800-624-5518 ▲www.state.ct.us/dcf/HOTLINE.htm
◎매사추세츠: ▲문의: 800-792-5200 ▲www.mass.gov/portal/index.jsp
◎델라웨어: ▲문의: 800-292-9582 ▲www.state.de.us/kids
◎펜실베니아: ▲문의: 800-932-0313 ▲www.dpw.state.pa.us/Child/ChildAbuseNeglec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