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무엘 알리토 씨의 연방 대법원판사로서의 승차는 시간문제일 뿐이다. 유색인종지위향상전국위원회(NAACP)나 전국여성단체(NOW) 등의 맹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에서 감히 필리버스터(상원의사진행방해)를 못하는 이유는 임명권자인 대통령의 뜻이 거의 예외 없이 존중되는 정치풍토 때문이다. 웬만하면 대통령이 지명하는 사람들이 각료 건 판사 자리 건 상원의 인준과정을 통과하게 마련이다. 또 미국 대통령들은 대부분 자격 면에 있어서 결격사유도 없고 특히 논란의 대상이 아닌 무난한 사람들을 지명하는 역사를 지켜왔다.
노무현 대통령의 최근 과학기술, 산자, 통일, 노동 및 복지 등 5개 부처 장관에 대한 개각을 보면서 조금은 비교가 되었다. 노 대통령은 야당이나 야당성 신문들의 의견만 무시하는 게 아니고 심지어는 여당인 열린우리당의 반대에도 오불관언 하는 독불장군 식 인사포석을 했다는 게 필자의 소견이다. 우선 노무현 씨의 대통령 선거사무장인지 대책위원장인지를 지내면서 불법 대선자금을 받아썼기 때문에 유죄판결을 받았던 이상수 전 의원을 초고속으로 사면해서 10.26 재선거에 출마케 했던 것도 비난받아 마땅했던 일이었다. 선거에서 낙방한 이상수 씨를 이번에 노동부 장관으로 발탁한 것은 전형적인 보은 인사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더구나 능력을 평가받아왔다는 전임장관을 장수장관이란 이유만으로 교체했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이야기다. 이상수 씨에게 자리를 만들어주기 위해서가 아니면 노동조합들의 압력에 의해 그리 했을 것이라는 의문 자체가 이 인사의 문제성을 조명한다.
황우석 씨 사건의 문책으로 오명 씨를 과학 부총리 자리에서 물러나게 했다면 말이 되겠지만 내가 알기로는 그 후임인 김우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연세대 총장의 경력에도 불구하고 과학통은 아니라는 점에서 역시 적절한 인사인가 라는 의문을 남긴다. 또 정세균 열린우리당 임시의장 겸 원내대표를 산자부 장관에 기용한 것도 여당대표에 대한 평가절하라고 여당 내에서도 비판이 있었다.
48세인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차장인 이종석 씨를 통일부 장관에 기용한 것은 어쩌면 가장 심각한 인사로 판명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성균관대학 정치학 박사로 북한 연구에만 몰두했다는 이 씨가 노 대통령의 외교안보 철학을 가장 잘 이해하며 대표하고 있다는 게 정설이다. 민족공조, 자주외교를 입에 달고 있는 이 씨는 미국통도 아니고 미국 전문가도 아니다. 또 외교 경험도 전무하다. 해방 이후 대한민국 건국을 거쳐 6.25사변의 혈맹으로서의 우방이었던 미국의 위치는 김대중 씨 정권 때부터 재검토되기 시작하더니 노 정권 아래서는 거의 ‘친북 탈미’ 또는 ‘친북 원미’의 수준에 도달했는데 그 같은 정책의 주요 산파 중 하나가 이종석 씨인 것을 생각하면 미국과의 관계가 더 소원해질 것이라는 걱정이 든다. 더구나 이 씨는 NSC의 상임위원장까지 겸임한다니 외교경험이 많지 않아 아마추어라는 소리를 듣는 사람이 통일부, 국방부, 외교통상부의 때로는 대립될 수 있는 견해를 조율하게 되어 줄걱정이 생긴다.
노 대통령의 ‘오기 정치’는 유시민 의원을 많은 여당 의원들의 반대의견에도 불구하고 복지부 장관으로 임명했다는 사실로 극치에 달했다. 유시민 씨는 재선인지 보선에서 국회의원에 당선되었을 때 청바지인지 막바지 차림으로 넥타이도 안 매고 의원선서를 하려들었기 때문에 화제의 대상이 되기도 했었다. 그 후 노 대통령의 ‘정치적 경호실장’ 노릇을 톡톡 튀면서 이행하는 과정에 경박한 언행과 급진적 정책 제안으로 야당과 보수 언론의 비난 대상이 되어왔을 뿐 아니라 심지어는 열린우리당 내에서도 혀를 내두르는 사람들이 있을 정도였다.
유시민 씨가 입각하면 “당 지지율이 5%는 떨어질 것”이라는 여당 내의 반대도 아랑곳 않은 것을 보면 화합형 내각을 만들어 민생경제에 전념해달라는 대부분 국민의 주문이 노 대통령의 코드 형 인사정책 앞에서 무색해진 것이다. 한 걸음 더 나가서 유씨를 차기 지도자로 키우기 위해 입각시켰다든지, 또는 열린우리당에서 대통령이 탈당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청와대 쪽에서 나오기까지 했다. 또 정동영, 김근태의 차기 대선경쟁자들 사이에 유시민을 집어넣음으로써 소란해지는 정치 분위기로 다음 대선 판세를 자기 쪽에 유리하게 전개하려는 고도의 전략적인 선택이었다는 해설도 있다. 한국의 장래는 어찌되려는가?
1946년 중간선거로 민주당이 의회에서의 여당 자리를 빼앗긴 상태에서 트루만 대통령이 조지 마샬 장군을 국무장관에 임명시켜 공화당 상원의원들의 지지를 도출해낸, 그래서 마샬 플랜으로 서구라파를 부흥시킨 역사가 대조적으로 생각난다.
<남선우 변호사 MD, VA 301-622-6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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