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언니는 되는데 난 왜 안돼”
“형 만큼 못해” 자칫 질투 열등의식 번져
무심코 방치말고 감정상태 보듬는게 중요
형제간 비교 말고 “너만의 특별함” 북돋워야
4세짜리 피터는 자신은 영원히 책도 못 읽고 줄넘기도 못하며 두발 자전거도 탈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피터가 한 가지 확실히 매스터한 것은 수학 개념이다. 이 꼬마는 7이 4보다 더 큰 숫자라는 것은 확실히 알고 있다. 7은 형 앤드루의 나이니까. 자신의 선택과는 상관없이 둘째, 셋째로 태어난 운명적인 콤플렉스, ‘시빌링 블루’(sibling blues). 다 성장하고 난 후엔 별 것도 아니지만 어린 시절엔 언니나 형만큼 잘할 수 없다는 것은 심각한 과제이다. 시빌링 블루가 질투나 열등의식으로 번지지 않도록 부모들은 어떻게 도와야 할까?
나는 왜 언니처럼 물구나무서기를 못할까? 형은 그냥 앉는데 나만 왜 카시트에 앉아야 하는 가? 언니 방은 왜 내 방보다 더 큰가? 형은 늦게 자도 되는데 왜 나만 일찍 자야 하는가?
둘째, 셋째들의 비교의식은 끝도 없다. 이 감정을 바로 잡지 못하면 불같은 질투가 일어나고 좌절하게 되고 심각한 열등의식에 사로잡힐 수가 있다. ‘태생 순서에 대한 우울’(Birth Order Blues)의 저자 메리 월래스는 어린아이들은 형제와의 차이가 나이 차이나 성장과정 발달 차이에서 오는 ‘다름’이라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기 때문에 부모나 교사는 이를 조심스럽게 다뤄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방법은 다음과 같다.
1. 감정을 인정해 준다.
어린 둘째가 “나는 절대로 운동화 끈을 혼자 맬 수 없을 거야”라며 좌절할 때 부모들은 자동적으로 “아니야, 너 할 수 있을 거야”라고 무심코 기계적으로 말해 버리게 된다. 또 자신은 오후 8시에 취침해야 한다는 사실에 “이건 불공평해”라고 말하면 “인생은 원래 불공평한 거야”라며 아이의 가슴에 못을 박기도 한다. 아이의 가슴이 얼마나 타고 있는지 감조차 잡지 못한 채. 이에 대해 ‘각자를 최대한 사랑하기’(Loving Each One Best)의 저자 낸시 사말린은 “너도 형처럼 신발 끈 매는 것을 차츰 배우게 될 거야”라고 좀 더 구체적으로 성의껏 말해줘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그리고 “실망되지? 때때로 형이었으면 좋겠지?”라며 아이의 감정상태를 충분히 인정해 주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한다.
2. 설명을 자세히 해준다.
“연령마다 특권이 있고 할 수 있는 일이 있다”고 설명해 주라고 뉴멕시코대학의 아동학 교수 폴리 터너 박사는 조언하고 있다. 누나에 비해 일찍 잠자리에 들어야 하는 것을 불평한다면 나이가 많을수록 잠이 덜 필요하다고 일러주고 왜 두 발 자전거를 자신은 탈줄 모르는지 좌절한다면 아직 다리가 짧아서 페달에 닿을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해 준 다음 지난해보다 얼마나 많이 자랐는지 보여주라는 것.
3. 특별하고 유일하다는 느낌을 갖게해준다.
형이 학교에 있는 동안 자신은 엄마와 함께 있을 수 있음을 상기시켜 준다. 그리고 베드타임 스토리를 마음대로 고를 수 있으며 식탁에 놓을 수 있는 플레이스 메이트도 동생이 고를 수 있는 특권을 준다. 그리고 다른 형제와 다른 관심사를 찾아내도록 도움을 줘야 한다. 큰딸은 체조를 좋아하지만 둘째는 발레나 연극, 축구를 좋아할 수도 있다.
4. 성취에 초점을 맞춘다.
언니나 오빠가 할 수 있는 일을 자신이 못할 때 어린 마음이 조급해질 수 있다. 이럴 때는 우윳병 대신 빅 키즈들이 마시는 컵으로 우유를 마시게 된 것, 알파벳을 외우게 된 것 등을 칭찬해 주며 아이가 성취한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게 해 준다. 그러나 이때 주의할 것은 부모는 아이가 매스터한 스킬 때문에 아이를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 그 자체를 좋아한다는 인식을 심어줘야 한다. 아이의 웃기는 얼굴이라든가 아이가 이야기책을 듣는 태도나 표정 등이 사랑스럽고 부모의 마음을 기쁘게 해준다는 시그널을 줄 수 있어야 한다.
5. 비교하지 않는다.
부모들은 무심코 “얘 형은 운동을 좋아하는데 우리 둘째는 그림을 더 좋아해요”라고 레이블을 붙이면서 아이의 가능성에 좁은 울타리를 쳐버리곤 한다. 아직 발견되지 않은 재능이나 관심사도 있으므로 너무 일찍 경계를 그어버리는 것은 좋지 않다고 아동발달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더 햄의 뉴햄프셔대학 가족학부 교수인 젠킨스 터커는 이런 레이블은 형제나 자매간에 불필요한 경쟁의식을 유발시킬 수 있다고 말한다.
6. 부모 스스로의 행동을 점검한다.
무의식중에 부모들은 첫사랑인 첫 아이에게 더 많은 관심과 애정을 기울이는 경우가 흔하다. 첫아이에게는 부모의 경험도 처음이라 새롭고 재미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둘째와 셋째는 이미 다 알고 있는 일에다가 관심사도 흩어지므로 마냥 ‘방목’하게 되는 경우도 흔하다. 큰 아이가 초등학교에 다닐 때는 30명 반 아이 이름을 다 외우다시피 했는데 둘째 아이 때는 교사 이름조차 기억하지 못한다는 학부모들도 흔히 목격하게 된다. 그러나 아이들은 예민하게 이를 알아차리고 큰 아이는 특권의식을 가질 수 있으며 둘째와 셋째는 자신은 중요한 사람이 아니라는 잘못된 메시지를 안고 자라기가 쉽다고 웰래스 박사는 경고하고 있다. 둘째와 셋째 아이가 이런 기분이 들었을 때는 서슴지 않고 부모에게 “나 소외감 느껴요”라고 말할 수 있는 분위기 조성이 필요하다.
7. 참여시킨다.
형이 제방에서 기타 레슨을 받고 있을 때 동생에게는 장난감 기타를 사주고 혼자 연습하게 해주거나 언니가 친구 집에 슬립오버 하러 갔을 때 동생은 할머니 집에서 잘 수 있는 특권을 허락하는 식이다. 다른 형제들이 친구들과 놀 때 동생은 엄마와 함께 형제들이 노는 놀이를 같이 해볼 수도 있다. 형들만큼 줄넘기는 못할지언정 뜀박질하고 뒹굴며 엄마나 아빠랑 함께 놀면 자신도 세상이나 무대의 중심에 있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
형들 앞에서 드러내 칭찬해주라
동생들 다독이기 엄마들의 경험담
다음은 손위 자매나 형제들에게 소외감을 느끼지 않도록 배려한 엄마들의 경험담이다.
■동생이 혼자 잠옷을 입었거나 새 먹이를 줬을 때 형제들 앞에서 이를 부각시키고 칭찬해 준다.
■둘째나 셋째가 잘 한 일이 있으면 언제나 위의 형제들에게 이를 인식시킨다. 예를 들면 최근 막내가 나를 웃게 만들었는데 방과 후 큰 아이들 앞에서 막내의 행위를 흉내내면서 서로 즐거워했다.
■3세짜리 동생이 가장 화나는 일이 5세짜리 형이 친구를 데리고 와서 함께 놀면서 자신은 포함시켜 주지 않는 것이다. 이런 상황을 피하기 위해 형 친구가 올 때는 꼭 동생 친구도 함께 불러준다.
■6세짜리 누나가 숙제를 할 때 3세짜리 남동생도 꼭 같이 끼고 싶어한다. 이런 욕구가 때론 누나의 숙제시간까지 망쳐 놓는다. 요즘은 누가가 숙제를 할 때 동생에게도 컬러링 북을 줘서 누나가 숙제를 하는 옆에서 조용히 그림을 그리게 한다.
■ 각자의 강점을 살려 취미생활을 하게 한다. 10세짜리 니키는 하키를, 7세짜리 벤은 태권도를, 5세짜리 에마는 체조를 하고 있다. 불필요한 비교나 경쟁을 최소화하는 방법이다.
<정석창 객원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