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어느날 이 나라가 되살아나 자신의 신념의 진정한 의미를 이어갈것이라는 꿈이 있습니다.…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언젠가 노예의 자손들과 노예주인의 자손들이 형제처럼 손을 맞잡고 한 자리에 있는 꿈이 있습니다. … 이것이 우리의 희망입니다.… 이런 확신이 있다면 우리는 함께 일하고, 함께 기도하고, 함께 투쟁하고, 함께 감옥에 갇히고, 자유를 쟁취하기 위해 함께 싸울 수 있을 것입니다…
‘내 조국은 아름다운 자유의 땅, 나는 조국을 노래하네’ 하나님의 자녀들이 이 구절을 새로운 의미로 따라 부를 날이 반드시 올 것입니다”
마틴 루터 킹 목사가 1963년 8월28일 워싱턴 행진에서 한 연설문의 일부이다.
마틴 루터 킹에게 있어서 나라는 흑인과 백인이 동등하게 자유의 땅을 일구어 나가는 곳을 의미했다.
꿈은 이루어진다는 슬로건과 함께 월드컵 축구 4강에 들던 밤, 10대 소년 소녀들이 붉은 T셔츠를 입고 거리를 누비며 춤을 추던 축제의 밤, 코리아타운을 지나며 미국에서 자라는 저 아이들이 조국에 대해 무엇을 알아 저렇게 기쁨을 함께 누리고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며 눈물이 흐르던 기억이 난다. 마이클 잭슨보다 비와 신화를 더 좋아하는 저 아이들을 위해 어른인 내가 할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를 생각한 밤이기도 하다.
미국이라는 거대한 땅에 떨어져, 끝없는 자유와 고독에 던져져 가는 곳마다 낯선 영어를 해득해가며 생계를 이어온 우리에게 있어서 미국이라는 나라는 분명 내가 살고 있는 나라이면서도 영원히 나의 것이 될수 없을 것 같은 생각이 들면 드넓은 슬픔이 밀려오기도 한다. 분명히 이민생활은 조국이 나에게 줄 수 없는 자유로운 의식과 경험과 사고의 거대한 공간을 주었다.
한국에 갔을 때 조그만 구멍가게 아저씨도 무언가 당당한 주인의식을 지니고 있음을 느낀 적이 있다. 반면에 미국의 최고학부를 나오고 좋은 직장을 가진 한국 아저씨는 어딘가 어깨가 쳐져 있음을 느끼기도 하는데 미국이라는 나라에서 소수민족으로 살아가며 은연 중에 몸에 배인 쓸쓸함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미국 영화계에서 활동하는 한인 영화 배우가 그들은 예전에 흑인이 받고 있는 대우를 영화계에서 받고 있다는 말을 했다. 결국은 미국사회의 아웃사이더가 되어 떠도는 영혼으로 고독을 느끼며 살아가는 재외 한국인에게 있어서 나라는 무엇이며 무엇을 의미하고 무엇을 할 수 있는가를 생각해본다.
한국도 미국도 잃은 나라 없는 사람들이 아니라 한국과 미국의 두 나라를 가진 사람들. 나는 모국어로 이어진 보이지 않는 위대한 나라의 끝없이 이어질 미래의 역사를 꿈꾼다. 우리는 그 나라를 세우고 있는 신화 창조의 세대이다.
조국 땅에 사는 연대감과는 다른, 모국어와 독특한 문화로 가늠할 수 없는 거대한 대지 위에 이루어진 눈에 보이지 않는 위대한 마음의 나라. 신문과 방송, 인터넷은 심장의 박동처럼 모국어로 우리들의 마음을 잇는다. 기독교적으로 영성의 나라이겠고 불교적으로는 선맥이 흐르는 나라이겠고 종교로부터 자유로운 이들에게는 인본주의와 민족의 정기가 흐르는 문화의 나라일 것이다.
“그곳은 마음의 공포가 없고 머리는 높이 쳐들려 있는 곳, 그곳은 인식이 자유로운 곳, 그곳은 세계가 좁은 가정의 담벼락으로 조각나지 않은 곳, 그곳은 말이 진리의 밑바닥에서 우러나오는 곳, 그곳은 지칠 줄 모르는 노력이 완성을 향하여 그 팔을 활짝 펴는 곳, 그곳은 이성의 맑은 냇물이 죽은 습관의 쓸쓸한 사막으로 찾아들진 않는 곳 …”
‘일찌기 아시아의 황금시기에 빛나던 동족의 하나인 코리아’를 위해 라빈드라나드 타고르가 쓴 시를 읽으며 그 나라를 꿈꾼다.
한국문명과 미국문명이 만나 고유하고 자유로운 이민 문화가 꽃피는 나라, 더 먼길을 달려왔고 더 고독한 길을 달려왔기에 더 광활하고 다정한 보이지 않는 위대한 마음의 나라. 그 왕국의 주인이 우리들이고 우리는 지금 찬란한 하나의 왕국을 세우고 있는 중이다.
박혜숙 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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