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자매로 구성된 정트리오의 환한 웃음은 아름다운 마음과 따뜻한 가족애로부터 나오는 듯하다. 왼쪽부터 둘째 엘렌(바이얼린), 첫째 제니(피아노), 막내 줄리 정(첼로)씨.
정트리오, 음악처럼 아름다운 ‘가족사랑 하모니’
피아노 제니, 바이얼린 엘렌, 첼로 줄리
세자매 나란히 예일대서 공부 화제
“어머니 사랑덕에 오늘의 우리가 있어”
가족들 모두 함께 살기로 의기투합
바이얼린·첼로·피아노가 어우러지는 ‘트리오’ 연주는 정교하고 치밀한 앙상블이 생명이다. 가족 트리오는 그래서 강하다. 서로 눈빛만으로 마음을 읽고 호흡을 척척 맞추는 친밀함을 앙상블에 녹여낼 수 있어서다.
제니 정(피아노)·엘렌 정(바이얼린)·줄리 정(첼로)으로 구성된 정트리오가 지난해 남가주로 음악활동의 본거지를 옮겨왔다. 이들 세 자매가 지닌 음악 열정만큼이나 아름다운 가족 사랑이 그 이유다.
줄리어드음대 박사과정에 재학중인 큰 딸 제니씨는 “첼로계의 거장 알도 파리소에게 사사 받던 막내 줄리가 예일대 전문가(Artist Diploma) 과정을 마치면서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온 가족이 함께 모여 살기로 중지를 모았다”고 밝힌다.
때론 서로에게 가장 냉혹한 조언자이지만 모든 것을 감싸줄 수 있는 친구 같은 존재인 세 자매가 만장일치로 내린 결정이었다. 어머니 장인혜씨는 세 딸이 ‘이젠 우리가 어머니를 돌보겠다’며 LA행을 택했을 때 반대할 수만은 없었다. 자세히 밝히기를 꺼려했지만 현재 장씨는 키모와 방사선 치료를 병행하며 암투병 생활을 하고 있다.
토론토 출신의 정트리오는 세 자매가 나란히 예일대에 입학하면서 유명세를 떨쳤다. 2000년 개교 300주년을 맞은 예일대에 할아버지에서 아버지, 아들로 이어지는 세대 간 동문은 많아도 세 자매가 동시에 학교에 다닌 적은 드물다며 예일대 학보가 정트리오를 조명했던 것이다. 토론토대학 시절부터 ‘정트리오’란 실내악단을 결성해 앙상블을 맞추었던 이들을 두고 ‘자연스런 음악적 통일성’과 ‘완벽한 화음’을 지닌 가족 트리오로 찬사를 보냈다. 이후 정트리오는 2002년 옐로 스프링스 챔버 뮤직 콩쿠르에서 대상을 차지했고, 같은 해 피쇼프 콩쿠르 동메달을 수상하면서 세계를 무대로 연주활동을 시작했다.
지난 시즌만 해도 러시아에서 열렸던 베토벤 트리플 콘체르토 연주를 비롯해 LA와 뉴욕, 필라델피아, 토론토 등지에서 활발한 연주활동을 펼쳤고, 올 상반기 연주 일정도 만만치 않다. 세 자매가 강사로 나가는 어바인 소재 음악전문학교 ‘오퍼스 119’(Opus 119)의 연주회를 시작으로, 2월 중순 필라델피아 연주회, 3월 콜번 스쿨 정기연주회가 잡혀있고, 6월께 한국과 인도네시아로 연주여행을 떠난다.
정트리오는 “지금까지 우리의 음악적 성공을 가능케 한 건 어머니의 큰사랑 덕분”이라며 “따뜻한 사랑과 감동이 느껴지는 연주를 선사하려고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트리오
“피나는 연습만이 실력”
네살부터 악기 잡아
주변서‘마마 정’불러
●정트리오 어머니 장인혜씨의 음악교육 이야기
정트리오는 모두 캐나다 토론토의 ‘로얄 컨서버토리 오브 뮤직’이 운영하는 영 아티스트 퍼포먼스 아카데미 장학생으로 선발돼 조기교육을 받았다. 체계적인 음악이론과 실기교육을 무료로 받을 수 있어 오디션이 치열한 프로그램이다.
큰딸 제니에게 피아노를 배우게 한 장씨는 자신이 음악 전공자가 아니었기에 스스로도 딸과 함께 피아노 레슨을 받았다. 제니는 오디션을 보면서도 음악에 심취해 눈물을 주체하지 못할 정도로 감수성이 뛰어났다.
11세에 피츠버그 심포니 오케스트라와의 협연으로 데뷔무대를 가졌고, 토론토대에서 마리에타 오르브에게 사사 받았다. 예일대 음악학 석사와 전문가 과정을 마친 후 현재 줄리아드 음대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둘째 엘렌은 피아노를 2년쯤 배우다가 바이얼린을 시작했다. 13세에 온타리오의 노스 요크 심포니와 협연하며 두각을 나타낸 엘렌은 유명 작곡가들의 신곡 발표회 단골 연주자이다. 예일대에서 쇼코 아키에게 사사 받았으며 역시 음악학 석사와 전문가 과정을 마쳤다.
손가락 끝이 유난히 뭉퉁한 셋째 줄리는 처음부터 첼로를 배우기 시작했다. 12세에 토론토 유스 심포니 첼로 악장을 지냈고 보스턴 소재 뉴잉글랜드 컨서버토리 오브 뮤직 대학원 재학 중 에 알도 파리소(Aldo Parisot)에게 발탁되어 세 자매 모두 예일대에 입학하는 계기를 제공했다.
토론토에서 ‘마마 정’으로 통할만큼 자녀들의 음악교육에 헌신적이었던 장씨는 외아들 피터(아트센터 재학 중)가 일찌감치 음악을 포기하도록 놔둔 걸 아쉬워한다. 그 누구보다 음감이 뛰어난 아들이 비올라 연주자가 되길 원했던 것. 하지만, 연습을 소홀히 한 탓에 오케스트라에서 쫓겨나기를 거듭해 중학교 시절 본인의 의사로 음악을 중단했다.
세 딸 모두 4세부터 악기를 가르치기 시작해 각각 2시간씩 연습을 시켰으니 장씨 본인은 10년 넘게 하루 6시간을 음악에 투자한 셈이다.
장씨는 “딸들이 커서 음악을 자신의 일부로 여기기까지는 ‘피나는 연습’만이 실력”이라고 강조했다.
<하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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