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사랑 실천하며 삶도 배운다
타인에게 도움을 받아본 적이 있는 사람이 또 다른 사람을 돕는다고 한다. 그러나 반드시 누군가에게 신세를 져보지 않고도 봉사가 주는 기쁨 때문에 어려운 시간을 내고 육체적으로 다소 힘든 일을 자처하는 사람들이 우리 주변에는 의외로 많다. 연말에 집없는 사람들에게 칠면조 요리를 대접하는 LA 미션이나 군인들에게 보내는 선물 포장 등 할러데이 시즌과 같은 특별한 때에 자원봉사를 나서는 경우도 있고, 아예 정기적으로 병원 및 양로원에서 환자나 노인들에게 책을 읽어주고 대화해주는 일, 또는 저소득층 청소년센터를 찾아 주말 형제가 되어주는 사람들도 있다.
중미의 개발국가 벨리즈의 한 마을을 방문하여 봉사활동을 벌인 한인 청소년들. 뒷줄 오른쪽이 봉사단체 BASIC을 설립한 제인 권양.
한인 청소년들이 방문한 중미의 개발국가 벨리즈의 온태리오 빌리지. 제인 권양은 이곳 아이들에게서 큰 감동과 교훈, 그리고 용기를 배웠다고 한다.
새해를 맞아 뭔가 의미 있는 일을 하겠다는 결심으로 흔히 봉사활동을 한번쯤 떠올려 보지만 막상 어디에서 누구를 위해 어떤 일을 해야할 지 선뜻 시작하기란 생각처럼 쉽지 않다.
한 때, 봉사활동이 삶에 여유가 많은 사람들의 소일거리로 여겨졌던 시절도 있었지만, 요즘에는 봉사활동의 분야나 종류가 다양해짐에 따라 개개인이 열정을 갖고 있는 사회문제를 위해서, 또는 자신이 속해있는 커뮤니티를 위해서, 그리고 자녀들에게 본보기가 되어주고 반듯한 가치관을 심어주기 위해서 가족 단위로 참여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는 봉사활동이 자녀들에게 새로운 경험이며, 타인에 대한 존중과 커뮤니티에 대한 소속감 및 책임감을 가르쳐줄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또한 교과서로 둘러싸인 학교라는 테두리를 벗어나 삶의 현장과 현실을 볼 수 있는 계기이며, 대학 입학을 앞둔 학생들에게는 자신을 표출하는 좋은 방법이기도 하다.
미션 비에호 고등학교 12학년에 재학 중인 제인 권 학생은 우연히 교회 모임에서 시작한 봉사활동에 매혹되어 청소년 봉사단체를 직접 만든 경우. B.A.S.I.C.(Brothers and Sisters in Community)이란 이름으로 출발한 모임은 9학년부터 12학년까지 오렌지카운티에 거주하는 한인청소년 25명으로 구성되어 지역사회 청소년들을 위한 봉사를 주로 하고 있다.
지난여름에는 어바인의 한인 기독교 청소년 모임의 봉사 프로그램에 동참하여 중미에 위치한 개발국가 벨리즈의 작은 마을 온태리오 빌리지를 2주 반동안 방문한 바 있다. 자원봉사 청소년들은 학교 건물 수리, 마을 표지판 세우기 등 평소 해보지 않던 노동과 마을 고아원 아이들 돌보기, 주일학교 및 예배 준비 등의 일을 해냈다. “벨리즈에서의 경험은 이제껏 살면서 겪은 어떤 일과도 바꿀 수 없을 만큼 제게 큰 감동을 주었습니다. 미국이나 한국 같은 사회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우리 문화와 완전히 다른 문화를 갖고 완전히 다른 세계에서 사는 사람들이 있다는 자체가 큰 교훈이었어요. 그 곳 고아들 중에는 과거에 심한 고통이나 충격적인 경험을 한 아이들이 많았습니다. 그 아이들에게서 너무나 많은 용기를 배웠어요. 권양은 벨리즈에서 봉사했던 짧은 시간이 다른 어떤 여름방학의 추억보다도 값진 경험으로 기억된다고 말한다.
그 경험을 토대로 권양은 BASIC 모임을 운영하고 있는데, 주 1회 샌타애나의 시에라 중급학교 학생들을 지도해주는 개인교사 활동과 운동 및 놀이를 함께하는 방과후 프로그램을 비롯하여, 주말 창고 세일을 통해 모은 기금을 도미니칸 리퍼블릭의 작은 학교 병원에 꾸준히 보내고 있다.
“저희가 하는 일을 특별히 봉사라고 생각해 본 적은 없습니다. 아이들에게 공부를 가르쳐주고 같이 노는 것이니까요. 새로운 친구를 만나서 사귀는 일과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창고 세일 때도 몸은 다소 피곤하지만 친구들과 함께 일하는 즐거움이 있고, 우리가 보내준 약품을 받았을 때 기뻐할 사람들의 모습을 떠올리면 하나도 힘들지 않아요. 자원봉사를 하면서 얻은 가장 큰 재산이라면 그런 사람들과의 관계라고 할 수 있겠죠.라고 권양은 말한다.
이렇듯 봉사활동을 많이 해본 경험자들에 의하면 봉사란 어떤 대상을 위해서 보다는 본인 스스로를 위할 때 더 책임감 있고 성의 있는 태도로 임할 수 있다는 것. 막연한 대의명분이나 타인에게 희생한다는 소극적인 자세가 아니라, 봉사활동이 자신의 삶을 윤택하게 만들어주고 자신에게 만족을 주기 때문이라는 확실하고 직접적인 목적이 있어야 힘들이지 않고 오래 지속적으로 참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그런 이유 때문에 봉사활동을 처음 시도할 때 사전조사를 거쳐서 어떤 분야의 어떤 일을 하겠다는 결정부터 내리는 것이 좋다. 인터넷이나 지역 신문을 통해 봉사기관에 대한 정보를 얻고, 현장을 찾아가 살펴본 뒤 직접 일을 시도해 보는 것도 바람직하다. 처음 해보는 일이어서 하루쯤 관망하고 간단한 일을 조금 해보겠다고 솔직히 이야기하면, 대부분의 봉사단체에서는 허용하는 편이다. 만약 현장 상태가 기대했던 것과 많이 틀리거나 자신이 추구하는 목적에서 크게 벗어나 있다면 다른 봉사기관을 찾는 것이 좋다.
가족 단위인 경우, 일년에 한두번 암이나 심장병 기금모금을 위한 걷기 대회에 온가족이 참여한다거나, 한달에 한번 지역 도서관에서 책정리를 하거나, 혹은 두세달에 한번쯤 주말을 이용해 가까운 양로원을 방문하는 식으로 시간이나 일의 내용이 모두 부담 없는 활동으로 시작하는 것이 무난하다.
에이즈 및 기타 질병에 걸린 환자들에게 음식을 배달해주는 프로젝트 엔젤 푸드의 자원봉사자들.
매년 열리는 에이즈 웍은 LA의 대표적인 자원봉사 이벤트로 수천명의 참가자가 웨스트 할리웃에서 약 6.2마일 거리를 활보하며 기금을 모으는 행사다.
자신에 맞는 봉사 찾아라
■Tips
다음은 비영리 정보 기관 인디펜던트 센터에서 조언하는 봉사활동을 현명하게 시작해서 꾸준히 이어나가기 위해 알아두어야 할 열가지 사항이다.
1. 자신에게 중요한 목적이나 이슈에 관련된 자원봉사 기회를 알아본다.
2. 자신이 이미 가지고 있는 능력이나 기술을 살린다.
3. 혼자 보다는 가족, 친구, 교회 사람들, 직장동료 등 그룹으로 시도한다.
4. 자원봉사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프로그램을 통해 새 기술과 지식을 익힌다.
5. 무리한 스케줄을 만들어서 도중하차하는 일이 없도록 여유가 있는 한도 내에서 시간을 할애한다.
6. 다수의 비영리단체에서 봉사활동을 하려면 일반 직장을 구할 때와 같이 이력서를 제출하고 인터뷰를 거쳐야 한다는 점을 미리 염두에 두고 시작한다.
7. 누구나 알고 있는 단체 이외에 커뮤니티 데이케어 센터. 로터리 클럽, 박물관, 미술관, 국립 공원, 가정 폭력 피해자 센터 등 새로운 분야를 찾아본다.
8. 온라인 봉사활동을 고려한다. 지체장애자들을 위해 논문이나 숙제를 해주는 일에서부터 편지쓰기, 신청서 및 공공기관 관련 서류 작성, 온라인 상담 등 컴퓨터 한 대만 있으면 할 수 있는 일도 요즘에는 상당하다는 것.
9. 편안한 마음으로 유머감각을 유지하면서 자원봉사에 임한다.
10.일시적, 혹은 충동적인 시도에서 그치지 않고 1년내내 꾸준히 참여한다.
오렌지카운티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한인 청소년 봉사단체 BASIC의 기금모금 행사인 주말 창고세일.
▲자원봉사 활동을 찾아볼 수 있는
온라인 및 전화 서비스
Action Without Borders (www.idealist.org)
Youth Service America (www.servenet.org)
Points of Light Foundation 800-595-4448
Network for Good (www.networkforgood.org)
Volunteer Match (www.volunteermatch.org)
Do Something (www.dosomething.org)
LA Works (www.laworks.com)
<고은주 객원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