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국심과 국수주의를 혼동해서는 안 된다. 애국심은 자기나라에 대한 사랑(Love for, or devotion to one’s country)인 반면에 국수주의는 자기 나라를 다른 나라보다 우월한 위치에 두고자하는 사상(Exalting one’s nation above all other nations)이다. 즉 애국을 하는데는 다른 나라를 생각하던가 다른 나라와 비교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국수주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내 나라가 밟고 올라가야 할 다른 나라가 있어야한다.
국수주의는 인종차별과 버금가는 위험한 사상이다. 요즘과 같이 전 세계가 서로가 서로에 의지하며 공익을 추구해야하는 시대에서는 더더욱 그러하다. 황우석 교수의 논문 조작에 따른 파동을 지켜보면서 한국인의 국수주의적 사고에 놀랐다. 상당한 여론이 아직도 황 교수를 감싸고 있단다.
PD 수첩 프로그램에서 황 교수 논문의 문제점을 보도했을 때, 전 국민이 들고일어났던 상황을 분석해 본다.
한국민들은 황 교수 논문의 진위를 가리기보다는 한국의 위상이 추락하는 모습을 노출시킨 PD 수첩의 행위를 반 한국적 행위로 단죄한 나머지 분노했던 것이다. 국수주의적 발상이다. 그 핵심인물이 한국사람이든 외국인이든 조작된 논문의 진위를 가려야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며 이를 보도하는 것이 언론의 직분이다.
그러나 한국이 세계 제일의 나라로 알리는 것이 진실을 규명하는 일보다 더 중요했던 것이었다. 황 교수가 논문을 조작했기 때문에 망신을 당한 장본인은 황 교수와 함께 공모한 연구팀이지 한국 전체가 아니다. 그러나 황 교수의 조작극을 감싸고자 하는 한국 국민의 국수주의적 발상이 나라를 망신시키고있는 줄 알아야 한다.
북한이 세계에서 제일 가는 천국이라고 주장하는 것도 주체사상의 발상이다. 북한은 여하한 나라에게도 머리를 숙이지 않는다. 식량과 의료품뿐만 아니라 엄청난 돈을 줘도 고맙단 말이 없다. 오히려 지원을 제공하는 쪽에서 머리를 조아리며 바쳐야한다. 국수주의에 빠지면 그들이 주장하는 우월성이 현실인양 착각하게 마련이다.
황 교수의 논문이 사기극으로 막을 내렸는데도 불구하고 국수주의에 빠진 사람들은 현실을 보지 못한다. 황 교수의 이미지를 세계제일의 과학자로 보존하는데 급급하다.
한국 근대사에 있어서 국수주의적 발상을 대원군의 척화비에서도 엿볼 수 있다. 1866년 병인양요 후에 프랑스 함대가 강화도를 점령했다가 돌아간 사실이 있다. 이때에 대원군은 백성들에게 조선군대가 프랑스 함대를 격퇴시켰다고 호언했으며 서양 오랑캐와는 화친하지 않겠다는 의지와 조선의 우월함을 홍보하기 위해서 방방곡곡에 척화비(斥和碑)를 세웠던 것이다. 웃기는 국수주의 연극이었다.
아직도 한국 여러곳에 남아있는 대원군의 척화비와 금강산의 아름다운 자연을 훼손하면서 새겨진 주체사상의 모토는 국수주의 한국의 수치를 알리는 간판이 되고 말았다.
국가간의 벽은 계속해서 낮아지고 있다. 유럽을 보라. 전 유럽이 하나의 공동체로 변해가고 있지 않나. 독일 과학자가 난치병의 치료법을 개발했든지, 불란서 과학자가 개발했든지, 그게 무슨 대수이겠는가.
이인탁
변호사
Intaklee@intakle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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