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불러줄때 삶의 보람
시카고공립학교 언어문화국 박란실 장학관
길가다 예전에 가르친 한국 학생들을 만나요. 다 커서는 ‘선생님’ 하고 불러줄 때, 자기 뭐하고 살고 있다고 자랑하듯 말할 때 가슴 떨린 삶의 보람을 느낍니다.
지난 30년간을 교직에 몸담아온 박란실 시카고 공립학교(CPS) 언어문화국 장학관은 길가다, 미용실에서, 슈퍼마켓에서 아직도 아이들과 만나면 가슴이 떨린다고 말한다. 문득 얘들아, 이민 와 3년 고생은 나중에 다 그 보상을 받게 된단다라고 얼러가며 1년에 족히 10권의 책은 번역했을 만큼 아이들이 한국말을 익히게 힘썼던 피터슨초등교의 한인학생 대상 이중언어 교육을 맡았을 때가 생각난단다.
지난 6일 다운타운의 CPS 중앙 오피스내 11층에 위치한 언어문화국을 직접 찾아갔을 당시 사무실은 한창 다음 학기 준비로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시카고 내 600여개의 공립학교의 40여개 언어 및 미술, 음악 프로그램을 관장하고 있는 이 곳에서 그는 디렉터급으로 일하고 있다. 다음주 더 바빠질 것이라면서도 그 와중에도 찾아온 기자에게 일일이 직원들을 소개해준다.
지난 76년 유학온 남편과 미국에 이민 온 박씨는 78년 호손 초등학교 보조교사로 교육계에 발을 들여놓기 시작했고, 그렇게 30년간 한 길만 걸었다. 공부하며 일하며 아이 키우며 노스이스턴대에서 언어학 석사를, 그리고 ESL TESOL을, 내셔널 에듀케이션 칼리지에서 컴퓨터 교육 관련 자격증을 땄다. 총 20년, 강산이 두번 바뀔 시간동안 공부를 쉬지 않았다. 학업의 끈을 놓지 않았던 이유 중 가장 큰 동기는 학교다니는 내 아이들에게 엄마가 같이 발맞춰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 바로 그가 만학도의 길을 걸은 이유다.
보조교사를 하는 2년간 내내 성실했던 그의 모습을 눈여겨 본 당시 교장은 교사자격증을 따온 그에게 당장 시작하라며 곧바로 담임반을 맡게 배려했다. 그는 교육의 인연을 맺게 된 학생들에게 항상 ▲한국말을 배울 것 ▲공부든 무엇이든 부모님을 기쁘게 하는 일을 할 것 ▲밤늦게 일마치고 오는 부모님을 위해 전기밥솥으로 밥이라도 해놓을 것 등을 강조했는데 요즘 길거리에서 유연히 마주치는 아이들마다 그 말대로 잘 따라준 것 같아 무척 기분이 좋다고 말한다.
한국인의 긍지를 잊지 않게 하는 교육도 그가 중요시여긴 부분 중 하나. 피터슨 학교에서 한인학생 대상 이중언어 교육을 맡았을 때는 은방초 선생에게서 직접 춤까지 배우고 한국에서 옷도 공수해 와 아이들에게 한국 전통춤을 가르쳤다.
심지어는 외국 아이들에게도 한국옷 입혀서 무용을 가르쳤는데, 그때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할 정도로 예뻤어요라고 말하며 박씨는 눈언저리가 이내 촉촉해진다.
어떻게 CPS 본부로 오게 됐냐는 질문에 그는 5년간의 피터슨초등교 교감 자리를 거쳐 교장자리를 제안받았을 때 대신 중앙 오피스에서 일하고 싶다라고 전했고, 운도 좋아 언어교육 및 컴퓨터에 능한 전문가를 찾던 이 곳에 오게 됐다고 전한다. 그는 점점 수를 늘려가는 스패니쉬와 중국어 프로그램에 비해, 전에는 35개에 달하던 한국어 이중언어 프로그램이 2개로 줄었다며, 외국어는 무기인데 자녀의 한국어 공부를 소홀히 하는 가정이 아쉽기만 하다고.
공립학교에 자녀를 보내는 한인 부모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을 묻자 한국과는 달리 복습이 많은 교육체계이니 무엇보다 예습을 많이 시킬 것, 공부에 흥미 및 재능이 있어보이면 아이에게 맞는 영재(Gifted) 프로그램이 있는 학교를 찾아 입학신청을 할 것 등을 권고했다.
마지막으로 그는이 자리에 올 때까지 남편이 많이 도와줬다며 가정에 감사를 전한다. 처음부터 ‘같이 공부하자, 여자도 일해야 한다’는 사람이었어요. 공부하는 엄마, 아내를 잘 도와준 그들이 없었다면 저도 이 자리에 없었을 겁니다.
<송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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