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연말 대학에 지원하는 학생들이 입학에 필요한 서류들을 준비하면서 스스로 작성이 가능한 지원서나 에세이는 다 준비를 해 놓고 마지막으로 추천서를 둘 또는 셋 확보해야 하는 2세 자녀들을 마주하고 있었다. 마감일은 다가오고 있었지만 선생님들에게 이 추천서를 써 달라고 부탁하는 말을 꺼낼 자신이 없다고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었다. 형사 콜롬보처럼 학생들에게 왜 이런 상황이 발생하는지 꼬치꼬치 파헤쳐 나가 보면 주로 다음과 같은 이유를 듣게 된다.
첫째, 한 고등학교를 4년을 다녔지만 추천서를 부탁할 선생님이 없다는 것이다. 평상시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적이 없으므로 선생님이 자기를 잘 모를 것이라고 말한다.
둘째, 선생님께 추천서를 써 달라고 부탁하는 말 그 자체가 “anxiety provoking” 하는 일이라 불안하다고 말한다.
셋째, 친구들의 잘못된 충고를 따르고 있다. 친구들에게 의견을 물어 보면 긍정적으로 지원해 주는 경우보다는 불안하기는 마찬가지인 친구들이 “Nah! You didn’t do anything in her class, man.” 이렇게 지극히 부정적인 의견을 내어놓으면 친구의 의견에 동조하고는 포기한다고 한다.
그리고 또 하나는 학생들이 학교에서 제공하는 카운슬링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않고 있음을 들 수 있다. 학교가 제공하는 카운슬링 서비스에는 진학상담, 심리상담 등이 있는데 동양계 학생들은 학업이나 개인적인 문제로 이런 서비스를 잘 이용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는 대학과 대학원에서도 비슷하게 발생하는 현상으로 알려져 있다.
추천서는 주로 11학년, 12학년에 필수과목(영어, 수학, 외국어, 사회, 과학)을 가르친 선생님으로부터 받아서 제출하기를 대학에서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class participation’은 9, 10학년 또는 중학교 때부터 일찍 시작하는 자세를 갖추는 것이 바람직하다. 11, 12학년에 가서 갑작스럽게 시작하기에는 어려움이 따른다. 저학년 학생을 둔 부모는 지금부터 자녀들이 수업에 적극적으로 임하는 방법을 선생님이나 학교 카운슬러와 상담하여서 모색할 필요가 있다. 12학년 가을학기에 와서 이를 갑작스럽게 수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위에 예를 든 문제들이 발생하는 이유는 인간관계에서의 불안심리가 그 원인이다. 고등학교, 대학, 대학원으로 진학할수록 더욱 더 빈발해지는 학급내의 주제 발표나 토론시간이 불안해서 학생들은 “just get it over with”, 그냥 아무렇게나 빨리 끝내고 싶다고 말하는 경우를 자주 본다. 이것은 자신의 의사를 논리적으로 나타낼 수 있는 의사표현 능력 부족보다는 다른 사람들 앞에 나서는 상황에서 불안한 심리상태를 적절하게 관리하는 방법을 모르는 것이 원인이다. 그 다음이 ‘authority figure’에 대한 불안심리, 즉 자신보다 위계질서상 높은 위치에 있는 사람들과의 인간관계를 올바르게 익힌 경험이 부족할 때 나타나는 심리적 불안상태를 선생님에게 느끼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인간관계의 대처방법은 성장기에 학생의 부모(특히 아버지)들과의 관계에서 형성이 되며, 그 학생의 장차 삶에서 지속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게 된다. 행동심리학자들은 이런 행동을 그 사람의 고착된 성품으로만 보지 않고 인간관계 행동기술의 부족으로 생각한다. 기술은 연습으로 익힐 수 있으므로 부모와 자녀 사이에서 연습을 통해서도 익힐 수 있는 일이라고 하겠다.
한 예로 집에서 부모가 선생님의 역할을 대신하는 각본을 만들어 실행해 보는 방법이 있다. 그리고 어떤 단계에서 불안감이 일어나는지 부모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 감정을 아이들이 수용하는 연습을 몇 번 되풀이하도록 하면 되겠다. 이러한 연습은 각본만 수정하면 교실에서 불안심리로 인하여 ‘active participation’하지 못하는 경우와 친구들의 잘못된 충고를 물리치는 방법으로도 사용이 가능하다.
문의 (818)360-498, rksohn @yahoo.com
리차드 손
<임상 심리학 박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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