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퍼 맘’ 좀 안되면 어때
부풀려진 기대가 일을 더 어렵게 만들어
나 자신과 아이를 들볶는 건 모두에게 손해
92세난 한 여성. 그는 대공황 시절 결혼했고 세계 제2차 대전 때 남편을 잃었다. 올망졸망한 4남매를 둔 어린 과부였지만 깨어진 꿈의 조각들을 서로 덧대어 풍요롭고 재미난 인생을 살았다. 그는 슬픔과 노동의 고됨과 자신에게 보여준 이웃들의 온정과 열정을 얘기할지언정 자신의 삶이 스트레스가 많았다고는 말하지 않고 있다.
미국인뿐만 아니라 한인들도 마찬가지다. 6.25전쟁 때 남편을 잃은 우리의 할머니나 어머니들은 아이를 등에 업고 겨드랑이 밑으로 아이 머리를 빼서 젖을 먹이며 머리엔 광주리를 이고 다니면서 육아와 생활고를 책임지곤 했었다. 그래도 그들은 그것을 일상으로 받아들였을 뿐 삶이 스트레스로 가득 찼었다고 회고하지는 않는다.
그런데 오늘날 우리들은 어떤가? 천사 같은 아이들과 안락한 집과 친절한 남편이 있는데도 우리의 삶은 스트레스 투성이다. 작년에 일어났던 일 중에 최악이래야 레드삭스가 플레이오프에 진출하지 못했던 것뿐이다. 부자는 아닐지언정 그렇다고 스타벅스 커피를 못 마실 정도도 아니다. 무엇이 문제인가? 정말 오늘날의 육아나 가족 돌보기는 전 세대보다 훨씬 힘든 것일까? 아니면 우리는 불평의 세대인가 ?
이에 대해 버지니아 폴리테크닉 인스티튜트의 심리학교수 컬비 디터-데카드 박사는 “평균적인 미국 중산층 가정의 경우 오늘날 육아와 자녀 기르기는 전 세대보다 훨씬 더 스트레스가 많다”고 평가하고 있다. 그는 오늘날 스트레스의 주범은 선택의 여지가 많아진데 대해 결정해야 할 사항이 전 세대에 비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전 세대의 여성들은 생활고는 있었을망정 오늘날처럼 직장이나 일 문제로 고민하고 결정할 필요는 없었다. 오늘날 여성이 직업을 가진다는 것은 육아를 누군가에게 의탁해야 한다는 말이다. 그것도 한 명이나 한 군데가 아니라 아이가 자라려면 여러 명 또 여러 군데의 데이케어 센터를 거쳐야 한다. 직장 여성이 6시 정각에 아이를 픽업하기 위해선 트래픽과 싸워야 하고 끝마쳐야 하는 직장 일과와 실랑이를 해야 한다.
풀타임 엄마라고 해서 스트레스가 없는 것은 아니다. 내 아이 내 손으로 돌보기로 결정한 그 날부터 남편과 끊임없이 ‘돈 문제’로 타협하고 다투고 갈등해야 한다. 직장과 아이 기르기를 병행하는 파트타임 엄마 또한 이 문제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킨더가튼 아이의 피터 팬 공연에 가서 직장 일로 메모를 하느라고 아이가 무대에 올라온 짧은 순간을 놓치기 일쑤다. 아이는 피터 팬이 되어서 날아갔는지 모르지만 엄마의 마음은 잠수함을 타고 가라앉아 있다.
무엇이 우리를 이렇게 스트레스 속으로 몰아넣는 것일까?
■현대인의 삶 자체가 너무 복잡하다.
마이크로 웨이브오븐, 그릇 세척기, 셀폰은 생활의 편리함과 옥죔을 동시에 가져왔다. 빨라졌지만 바빠졌고 복잡해졌다. 미국인의 평균 직장은 전 세대보다 훨씬 더 많은 업무량을 요구하고 있다. 현대 테크놀러지는 언제 어디서건 연락이 되도록 되어 있다. 심지어 샤워장과 화장실까지. 우리는 숨을 구석이 없으며 정보는 끊임없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카트리나 피해자의 대책 없는 얼굴 표정과 정치 스캔들, 옆 동네의 살인사건들이 우리의 뇌리를 강타하고 있으며 이런 현실을 피하려야 피할 수도 없다고 하버드 의대 부교수 앨리스 도마 박사는 말하고 있다.
예전에는 스트레스를 연구하는 학자들은 건강상 문제가 있는 사람이나 노숙자, 빈곤자, 천연재해 피해자를 대상으로 삼곤 했었다. 그 이후 이혼, 부모 사망, 실직 등이 스트레스를 준다고 밝혀졌으나 요즘은 일상생활과 부모됨이 굉장한 스트레스로 부각되고 있다.
집안 일은 끝도 밑도 없다. 접시는 항상 닦아지기를 기다리고 있고 빨래는 항상 개켜지기를 기다리고 있고 아이들은 서로 죽일 듯이 물고 뜯으며 싸우고 있을 때 엄마들은 3만년전 막대기 하나로 동물과 싸우던 원시인이 느끼는 격렬한 스트레스를 오늘날도 받고 있는 것이다.
■부풀려진 기대가 스트레스를 준다.
우리의 적은 곧 우리 자신이며 이런 자신이 육아와 부모됨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집은 항상 쇼케이스처럼 반짝여야 하며 자동차 두 대도 항상 물찬 제비처럼 맵시 있어야 한다고 누가 그랬는가? 아이 대학 학자금 저금통은 꽉 차있어야 하고 아이를 낳자마자 ‘엄마와 나’ 클래스에 등록하고 영아 수영반에 집어넣으며 일주일 내내 뺑뺑이를 돌아야 한다고 누가 그랬는가? 도마 박사는 오늘날의 엄마들은 아이와 자신들을 너무 들볶고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사는게 힘겨운 엄마들을 위한 충고
대화는 진부하고 상투적인 문구들이 녹음된 것처럼 계속해서 반복된다. 무기력한 일상, 벼랑 끝에 서 있는 듯하다. 너무 바쁘다. 빠져 나오고 싶지만 그럴수록 아이들과 가족들에게 죄책감만 든다. 그것으로 충분하다. 새해에는 이런 무겁고 복잡한 감정에서부터 벗어나 새털처럼 가볍게 그리고 구름처럼 자유롭게 살아갈 수는 없을까? 전문가들은 “가능하다”고 말한다. 현대를 사는 엄마들의 적은 바로 엄마들 자신이라고 심리학자들은 짚어내고 있다. 내 안의 또 다른 나를 극복하면 육아도, 살림살이도 그리고 직장 일도 훨씬 수월해진다는 것. 그 비결을 살짝 엿들어 보자. 약간 무거운 듯한 주제를 페어런츠지 신년호가 엄마들을 위한 충고의 글 ‘Time for You’란에 게재했다.
<정석창 객원기자>
sokchangpl@cox.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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