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박을 터뜨렸다”란 표현이 한국 신문지상에 자주 쓰인다. 모르긴 몰라도 아마 필자가 미국에 온 다음에 쓰이기 시작된 말 같다. 그 어원이 어디 있는가를 생각해보다가 아마도 흥부와 놀부 이야기에서 나온 것이 아닌가 라고 짐작된다. 마음씨 고운 흥부가 다리 부러진 제비를 헝겊으로 잘 처매주어 살려 놓았더니 다음 해에 박씨 하나를 물고 왔더란다. 주렁주렁 큰 박들이 여럿 달려서 톱으로 켜 보았더니 그들 속에서 금은보화가 쏟아져 나왔다는 것이니까 큰 박을 터뜨리는 것이 뜻밖에 갑자기 횡재하는 것과 같은 의미로 쓰일 것이다. 10억원 로토 대박, 벤처 주식 대박, 아파트 투기 대박… 어느 의미에서는 이 모두 불로소득의 일확천금을 꿈꾸는 행위이다. 놀부의 경우를 생각해보면 그 점이 분명해진다. 보상의 기대는 염두에도 둘 수 없는 상황에서 순수한 동기로 선행을 한 결과 복을 얻은 흥부와는 달리 놀부는 ‘대박을 터뜨리기 위해서’ 일부러 제비를 하나 잡아 다리를 부러뜨리고는 치료해주는 척 했다. 대박을 터뜨리기 위해 야비하고도 몰인정한 무리수를 둔 것이다.
한국사회의 큰 병폐 중 하나는 바로 사행심에서 나온 대박주의다. 한 건만 잘 올리면 일생 편안하게 살 수 있다고 해서 법과 윤리를 내팽개치는 한탕주의와 맥을 같이 하는 사고방식이다. 최근 서울에서 온 어떤 친지 얘기에 의하면 몇십 억 내지 몇백 억 사기를 하고는 돈을 돌려놓은 다음 사기범들 중 하나가 옥고를 치른 후 나중에 나누어 갖는 수법이 유행이란다. 대박을 터뜨리기 위해서는 수단방법 가리지 않기 때문에 놀부 부부가 똥물을 뒤집어썼던 것처럼 큰 봉변을 당하기도 하는데 문제는 못된 짓을 해서 일확천금을 꾀했던 악질들만 변을 당하는 게 아니라 선의의 피해자들이 대박 한탕주의에 희생물이 된다는데 있다. 삼풍백화점이 폭삭 주저앉는 바람에 순식간에 목숨을 잃은 500여 명 이상의 무고한 사람들을 생각해보라.
세계의 눈에 한국 과학계를 분뇨의 시궁창으로 처박아 놓은 황우석 씨의 줄기세포 사건도 대박을 터뜨리려고 했던 그의 조급한 욕심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게 나의 추측이다. 환자 맞춤형 줄기세포 배양의 성공으로 세계 제일의 명예라는 대박을 터뜨리려는 욕망이 그로 하여금 거짓말에 있어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정치인들을 무색하게 하는 거짓말들을 내뱉게 만들었을 것이다. 노무현 정부가 주동이 된, 그리고 젊은 과학도들의 의문제기에 따른 MBC의 보도가 있기 전에는 모든 언론매체들이 불러일으킨 황우석 우상화 현상은 거의 전국민을 최면상태에 빠지게 했었다. 아직도 경기도 지사는 황우석 씨에게 기회를 주어야한다는 주장이고, 또 여론조사에 의하면 압도적 다수가 그와 같은 주장에 동조하고 있는 것을 보면 요행을 바라는 대박주의 최면이 중증이라는 느낌이 든다.
황 씨 개인으로는 한국인 최초의 노벨 과학상을 타고 생명공학의 세계 제일 권위자가 된다는 대박을 터뜨리자니까 막대한 연구기금이 필요했을 것이고, 그런 기금을 따내기 위해서는 줄기세포 배양에 성공했다는 (거짓)논문을 써내는 뻔뻔스러움을 서슴지 않았을 것이라고 공상의 날개를 펴본다. 정부를 포함한 사회 각계는 황 씨의 연구결과로 한국을 먹여 살릴 차세대 기술이 찬란히 펼쳐질 것이라는 기대감에 들떠서 그에게 600억원이 넘는 지원을 베풀어준 데 더해 삼부요인에 준하는 경호원 배치마저 하는 묘한 현상까지 보였었다. MBC의 불리한 보도를 반박하기 위해 안규리 교수를 미국에 보내면서 김선종 씨 등 두 명의 연구원에게 4, 5만불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황 씨 전담 국정원 직원이 역할을 했었다는 사실도 한국사회의 대박 터뜨리기 의존 상황이 어디까지 이르렀는가를 예시한다.
황우석 씨 사건은 거짓말을 밥먹듯 하는 게 별반 문제가 안 되는 한국사회의 또 하나의 병폐를 부각시킨다. 진리를 탐구한다는 과학자가 논문 조작을 “인위적 실수”라고 교언영색을 하는 세상이다. 필자의 개인 경험으로 1960년대 초에 사회과학 도서관엘 갔다가 고등학교 동창을 하나 만났더니 석박사 학위 논문들을 자세히 베끼면서 외국 유학하여 학위 논문을 쓰게 될 때 그대로 사용하면 쉽게 학위를 따게 될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를 해서 깜짝 놀란 적이 있었다. 사실 많은 석박사들의 학위논문이 돈 받고 써주는 사람들의 대작이란다. 그런 풍토라면 황우석 씨 사건은 빙산의 일각인지도 모른다.
황 씨의 2005년 논문과 심지어는 2004년 논문도 근거가 없는 날조였으리라는 서울대 조사위원회의 결론이 맞는다면 그가 뒤집어쓰는 오명은 너무나도 당연하다. 한국사회에서 대박주의와 거짓 풍조가 언제나 사라지려는지 답답한 생각이 든다.
<남선우 변호사 MD, VA 301-622-6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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