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의 대상이었던 황우석의 연구 성과가 터무니없는 허위사실로 결국 판명나고 말았다. 서울대 조사위원회의 발표에 따르면 황우석이 만들었다는 환자맞춤형 줄기세포는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으며 줄기세포를 만들었다는 증거도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황우석 팀이 줄기세포의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는 주장도 신빙성이 없는 것으로 의심된다는 것이다.
이같은 사실은 말 그대로 「황우석 쇼크」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어떻게 이렇게 거짓말을 할 수 있을까. 사이언스지에 발표한 논문이 거짓말일 뿐 아니라 이 사건이 불거진 후에 그가 직접 밝혔던 말들이 모두 거짓말이었으니 말이다. 줄기세포를 만들었는데 곰팡이에 오염되어 버렸다는 말, 냉동 상태인 줄기세포를 해동하여 검사하면 줄기세포를 확인할 수 있다고 한 말, 줄기세포의 원천기술을 가지고 있다고 한 말들이 지금으로서는 믿을 수 없게 되었다.
황우석의 거짓말이 우리에게 충격을 주는 것은 너무나 큰 거짓말이기 때문이다. 환자맞춤형 줄기세포는 세계 의학계는 물론 인류역사상 획기적인 연구업적이다. 그는 이 업적으로 세계를 놀라게 했고 인류사상 큰 이정표를 세웠다. 그는 세계적인 영웅으로 노벨상 후보에 올랐고 한국정부의 천문학적인 연구비 지원까지 받았다. 어떻게 이처럼 엄청난 거짓말을 할 수가 있었는지 일반인의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또 한가지는 과학자가 그런 거짓말을 할 수 있겠는가 하는 믿음이 깨진 충격이다. 상대를 쓰러뜨리기 위해서 중상모략을 서슴치 않는 비즈니스나 정치의 세계에서 거짓말을 했다면 그러려니 하고 넘어갈 수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과학은 진리를 탐구하는 학문이기 때문에 과학자는 진실만을 말한다고 사람들은 믿었다. 언론이 아무리 진실 보도를 한다고 하지만 완전무결한 진리만을 추구하는 과학 만큼 진실하다고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끝까지 황우석의 편을 지켰던 것이다. 그런데 이번 서울대 조사위의 조사 결과는 그 허상을 여지없이 무너뜨리고 말았다.
사람들은 일상생활에서 부지부식간에 거짓말을 많이 한다. 아마 우리가 하는 말 가운데 참말 보다는 거짓말이 많을지도 모른다. 그러므로 말이 많은 사람은 더 거짓말을 많이 하게 될 터이고 “나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말처럼 확실한 거짓말은 없을 것 같다.
그런데 거짓말 중에는 선의의 거짓말도 있다. 남의 마음을 상하지 않게 하기 위해 거짓말을 할 때도 있고 다른 사람의 허물을 덮어주기 위해 거짓말을 하는 경우도 있다. 이럴 때는 남을 해하거나 자기의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하는 거짓말이 아니다. 반대로 다른 사람을 중상모략으로 모함하고 자기의 이익을 취하기 위해 하는 거짓말은 악의의 거짓말이다. 이런 거짓말을 하는 사람은 자기의 이익을 취할 수 있지만 그로 인해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치게 된다.
이처럼 자기의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남을 속이는 거짓말이나 속임수는 우리의 생활주변에서 판을 치고 있다.
비즈니스나 정치판에서 거짓말과 속임수가 난무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크고 작은 사회생활에서 거짓말과 속임수가 너무도 심각한 상황이다. 예를 들어 한인들이 생업으로 하는 소매업은 현금을 많이 취급하는데 업소마다 종업원들의 현금관리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규모가 크면 거짓말과 속임수도 그만큼 크고 규모가 작으면 그만큼 작을 뿐이다.
거짓말을 하기는 개인 뿐 아니라 국가나 정부도 마찬가지이다. 국가나 정부는 다른 나라를 상대로, 대통령은 국민을 상대로 거짓말을 한다. 한국정부나 대통령이 거짓말을 얼마나 하는지는 일일이 거론할 필요 조차 없다. 투명성을 강조하는 미국과 미국정부도 거짓말을 하기는 마찬가지이다. 미국이 이라크전쟁을 시작할 때 테러위험 정보를 과장했던 것이 단적인 예이다.
과학이라는 진실의 마지막 보루를 붕괴시킨 황우석의 거짓말은 이런 거짓말 시대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 지금은 거짓말이 난무하는 시대이다. 따라서 불신의 시대이다. 이 시대에 남의 말을 무조건 믿는다는 것은 바보같은 짓이다. 무슨 말을 들을 때마다 “누구의 무슨 말을 믿어야 하나” 하고 항상 자문해 볼 필요가 있다. 많은 말 가운데 참말을 가려내는 것은 돌 속에서 정금을 찾아내는 일 만큼이나 어려워졌다.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 하는 이 시대는 참으로 살기 어려운 시대라고 할 수 있다.
이기영
뉴욕지사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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