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밝았다. 각자의 새해 결심을 굳게 다지며 한 해를 시작하려는 이 때, 부모들은 자녀를 위한 새해 설계 중 하나로 재정교육을 잊지 말자. 자녀의 재정교육은 빠를수록 좋다는 전문가 의견을 토대로 올바른 재정교육 요령 등을 알아본다.
갈수록 아이들의 성장 속도가 부쩍 빨라지면서 부모들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요즘 아이들은 나이보다 훨씬 성숙하다. 신체적 성장뿐만 아니라 인터넷 등을 통해 세상과 접하는 통로가 넓어지면서 세상을 바라보는 눈도 빨리 뜨는 편이다. 게다가 어릴 때부터 사이버 머니를 주고받는 각종 게임을 접하면서 ‘돈‘에 대한 개념까지 빨리 깨우치고 있다. 이때 부모가 ‘돈‘이나 ‘경제 개념‘의 방향을 올바로 잡아주지 못한다면 자녀의 일생에 자칫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특히 물질적인 풍요로움 속에 자라는 아이들이 많아지면서 스스로 재정적인 성공을 이루려는 의지는 갈수록 희박해져 가고 있다. 때문에 가능한 이른 시기부터 조금씩 재정 관리의 중요성과 요령 등을 직·간접적으로 가르쳐줄 것을 전문가들은 권장하고 있다.
아직 자녀의 나이가 어리다면 생활 속에서의 간접 교육 방법을 찾는 것이 효과적이다. 동전은 서로 어떻게 가치가 구분되는지 살펴보게 하고 자동판매기를 사용할 때면 자녀에게 동전을 직접 주입하도록 시킨다. 샤핑을 갈 때마다 이것저것 사달라고 졸라대는 아이라면 사고 싶은 물건 가격을 업소마다 비교해보도록 시킨다. 비교 샤핑을 통해 어떻게 하면 보다 적은 돈을 들여 원하는 것을 구입할 수 있는지에 대한 절약방법을 터득할 수 있게 된다. 현금인출기(ATM)를 볼 때마다 돈을 꺼내라고 조르는 아이라면 은행에 저금한 돈을 고객이 어떻게 ATM으로 인출할 수 있는지에 대한 절차와 과정을 설명해주거나 스스로 알아보도록 시켜본다.
무엇보다 자녀의 재정교육에서 가장 먼저 챙겨야 할 것은 통장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미성년자의 통장 개설은 부모가 후견인으로 서명 하거나 공동명의를 조건으로 개설해주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은행에 따라서는 미성년자 단독으로 계좌 개설이 가능한 곳도 있다. 보통 미성년자 통장은 월 수수료가 없는 경우가 많으며 계좌 개설 최소 금액은 1달러부터 100달러 이상까지 은행에 따라 다르다. 계좌 상품에 따라 미성년자가 성년이 될 때까지는 응급시를 제외하곤 적립액을 인출할 수 있도록 하거나 후견인 서명이 있을 때에만 인출이 가능하기도하다. 하지만 무조건 저축통장을 만들어주는 것만으로는 큰 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 전문가들은 우선 ①당장 써야 할 돈을 보관해두는 지출용 계좌 ②나중에 지출해야 할 돈을 적립하기 위한 계좌 ③뮤추얼 펀드 등 투자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계좌 ④다른 사람들을 돕기 위해 기부금을 모아두는 계좌 등 4가지 종류로 나눠 계좌를 개설하는 방법을 추천하고 있다. 특성과 목적에 따라 계좌를 구분지어 놓는 것이 저축 의욕도 높이고 자부심도 느끼게 하는 요령이라는 것.
학생 신분으로 자녀들이 저축할 돈을 모으게 하는 방법도 여러 가지로 시도해 볼 수 있다. 한해 1달러씩 계산해 나이에 따른 액수를 매주 용돈으로 주거나 청소년 자녀인 경우 파트타임 직장을 구해 사회경험도 일찍부터 쌓게 할 수도 있다. 용돈 지급시 월요일 오전이나 토요일 오전 등 매주 정해진 시간에 정기 지급하도록 하고 절대 가불은 허용하지 않는다는 규칙을 지키는 것이 자녀가 짜임새 있는 지출 계획을 세우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 또한 파트타임 직장을 구했다는 이유만으로 용돈을 줄여 지급하는 것은 일에 대한 의욕 상실을 가져올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대신, 별도 수익을 얻게 되는 만큼 IRA 은퇴 연금 적립을 시작하도록 권하고 이에 대한 필요성도 설명하도록 한다.
이외 집안일을 하는 것에 대한 대가는 지불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집안일은 가족 공동의 몫이라는 인식을 심어줘야 하기 때문이다. 저축을 할 때에도 장·단기 목표를 세워 절약해 나가도록 지도해야 한다. 아이들은 인내심이 적기 때문에 장기적 저축 계획만 강요한다면 저축의욕을 쉽게 상실할 수 있으므로 단기 저축 계획은 일종의 ‘당근’ 역할을 톡톡히 하게 되는 셈이다. 친척에게 받은 현찰 선물도 무조건 전액을 은행에 적립하게 하기보다는 지출계획에 맞게 용도별로 나눠 분산시키도록 하는 것이 저축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가 생기는 것을 방지해주는 길이 된다. 또한 저축한 돈이나 주급 등을 자녀가 어떻게 사용하든지 지나치게 간섭하며 잔소리하는 것은 좋지 않다. 자신의 재정은 스스로 결정권을 갖게 해야 책임감을 키울 수 있으며 갖고 있는 돈을 설령 하루 만에 다 썼다고 할지라도 시행착오를 거쳐 스스로 교훈을 깨닫는 것이 잔소리로 주입식 교훈을 얻는 것보다 훨씬 가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저축 통장을 잘 관리해 나가며 성장하는 자녀라면 서서히 뮤추얼 펀드나 소액 주식을 구입하게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자녀가 평소 좋아하는 시리얼이나 운동화 제조회사의 주식을 구입해 주식시장에서의 변화를 살펴보게 하는 것도 흥미를 돋궈주는 일이 될 수 있다. 대학에 진학하는 자녀가 있다면 크레딧 카드의 유혹에 현혹되지 않도록 단단히 주의시키도록
한다. 캠퍼스에서 홍보활동을 벌이는 크레딧 카드 회사에서 카드를 발급받은 뒤 엄청나게 불어난 부채 때문에 허덕이는 학생들이 의외로 많다.
학비융자 대출금뿐만 아니라 졸업과 동시에 엄청난 크레딧 카드 부채를 떠안는 학생들은 사회진출 후에도 부채에 시달리느라 안정된 재정 상태를 유지하는데 큰 어려움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자녀의 크레딧 카드 부채가 너무 커서 부모가 도움을 줘야 할 필요가 있다면 부모 이름으로 융
자를 대출해 부채를 청산해주고 대신 자녀들이 부모에게 빚을 갚게 하는 방법도 있다. 이는 부모가 자녀에게 기여하는 만큼 자녀도 부모에게 어느 정도 책임을 져야한다는 매칭 시스템을 활용한 방법으로 상환 기한을 정해두고 매달 일정액을 부모에게 갚는다는 약속을 맺도록 한다. 자녀 재정교육에 있어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부모가 먼저 본보기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노스웨스턴 뮤추얼사가 부모를 대상으로 실시한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 부모들은 자녀들이 유치원에 입학하기 이전부터 재정 관리의 ABC를 배워야 한다고는 생각하고 있지만 자신 스스로 좋은 본보기가 되지 못하고 있다고 답한 응답자는 절반을 넘어섰다. 또한 자녀와 개인 재정 관리에 대해 구체적인 대화조차 나눠보지 못한 부모들도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지난 수년간 지속된 불경기, 주택시장의 고공행진, 학비 인상, 물가상승, 유가인상 등 여러 악재에 시달리다보니 그간 부모들은 당장 먹고사는 문제가 더 시급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렇지만 이제라도 늦지 않았다. 미국에서 어린이와 청소년은 연간 1,000억 달러 상당을 지출하는 소비군단이다. 부모의 지갑을 열게 하는 무서운 힘만큼 앞으로는 절약하고 아끼며 안정적인 재정 상태를 유지하는 요령도 깨우쳐야 할 때이다. <이정은 기자> juliannelee@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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