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형교회들이 일요일과 겹친 이번 성탄절에 예배를 취소하였다고 신문들이 보도하였을 때 많은 한인들이 놀라움을 표시했다. 실제로 새들백 처치, 윌로크릭 처치 등 미국의 대표적인 대형교회들이 대부분 이날 예배를 갖지 않았거나, 평소 5~6부에 걸쳐 하던 예배를 한번으로 줄여서 실시했다.
다른 날도 아니고 성탄절에 주일예배가 없다니, 여기까지만 들으면 보수적인 크리스천들은 너무 놀라고 분노할 것이다. 그러나 신문에 보도 안 된 사실은 이 교회들이 모두 주중이나 토요일에 미리 ‘주일예배’를 가졌다는 것이다.
그리고 요즘의 많은 미국교회들은 보통 때도 토요일과 일요일에 똑같은 정기예배를 제공하고 있다. 이틀 중 어느 날이든지 교인이 편리한 요일과 시간대를 찾아서 예배하면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런 추세가 대세라면 토요일에 예배하는 것을 주 이유로 배척해온 안식교단을 이단시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런데 내가 여기서 이야기하려고 하는 것은 성탄절에 예배가 없어서야 되겠느냐 라든가, 토요일에 주일예배를 갖는 것이 옳으냐 그르냐 하는 것이 아니다. 교인들의 편리를 위해서라면 일주일에 안식일이 이틀이어도 상관없다는 듯한 교회들의 태도와, 성탄절에 주일예배를 취소한 너무도 ‘현실적인’ 이유에 관한 것이다.
출석교인이 8,000여명인 사우스랜드 크리스천 처치의 설명은 이렇다. “정기예배를 갖기 위해서는 최소한 500명의 자원봉사자들이 필요한데, 성탄절에는 대부분의 교인들이 여행을 떠나거나 가족과 함께 지내려하므로 인력 확보에 어려움이 많아 예배를 가질 수 없다”
예배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서는 당연히 봉사자들이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500명이나 동원돼 봉사해야만 예배가 이루어진다면 그것이 예배인지 공연인지, 그곳이 예배당인지 극장인지 의아하지 않을 수 없다. 미국교회건 한국교회건 현대의 대형교회들은 교인들의 비위를 맞추고 그들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지나친 서비스를 제공하는 친교집단이 돼버렸다.
남가주의 한 한인교회는 얼마전 요리사를 고용하였다. 주일예배 후 교인들이 먹는 식사를 좀더 잘 대접하기 위한 배려다. 하루 수천명의 교인들이 먹을 식사를 준비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고, 전문적인 주방 요리사가 있다면 훨씬 효율적일 것이다. 그런데 교회가 요리사를 고용해 돈을 주고 요리를 시킬 만큼 맛있게 전문적으로 먹는 것이 그렇게 중요한가? 교회에 밥 먹으러 가는가 말이다.
그렇게 맛있는 밥을 먹고 나오는 엄청난 쓰레기는 또 누가 갖다 버리는 줄 아는가? 한국어 예배공동체에 전혀 속할 수 없는 히스패닉 노동자들이다. 한인 대형교회들의 청소는 모두 히스패닉들이 도맡아한다는 것은 공공연히 알려진 사실이다.
또한 그들이 쉬지 않고 갖다버리는 쓰레기, 일요일 하루에만 수십개씩 쌓이는 거대한 검은 봉지들은 모두 일회용 컵과 그릇, 접시들로 가득 차있다. 환경공해의 주범으로 꼽히는 플라스틱 용기들을 가능하면 쓰지 말자고 교회들이 앞장서 계몽하지는 못할 망정, 설거지가 귀찮아서 매주 수천개씩의 컵, 그릇, 접시, 스푼을 사다가 소비하고 있으니 이런 비성경적인 행태를 무엇으로 해석해야할까.
LA에서 성업중인 한국산 패션스토어에서 들은 이야기다. 이 스토어는 미국에서는 자주 입을 일이 없는 고급 정장류를 주로 팔고 있는데 도대체 장사가 되느냐고 물었을 때 주인은 이렇게 말했다. “교회 때문에 먹고살지요. 교회 입고 갈 옷들을 사는 여성들이 주고객입니다. 교회가 있는 한 저희 집은 절대 망하지 않아요”
그렇게 좋은 옷들을 떨쳐입고 나타나기 때문에 교회마다 수백명이 넘는 권사, 장로, 집사들은 밥도 안하고, 설거지도 안하고, 쓰레기도 안 치우고, ‘사람을 사서’ 시키는가보다.
12월중 한국에 다녀온 나눔선교회 한영호 목사의 이야기다. “유명 교회에서 간증집회를 했습니다. 그런데 집회를 끝내고 나오니 바로 교회 밖 길거리에 수많은 노숙자들이 엄동설한 추위에 떨며 웅크리고 있더군요. 교회가 이런 사람들을 잠만 재워줘도 얼어죽지는 않을텐데 집회가 끝나니 교회 문은 굳게 닫혔습니다”
우리끼리 예배하고, 우리만 은혜받고, 우리끼리 교제하고, 우리만을 위해 봉사하는 ‘우리’들의 교회.
놀라운 것은 이처럼 예배자들의 신앙과 삶이 전혀 일치하지 않는 ‘편리한 교회’일수록 더 크게 부흥하고 더 화려해지는 모순이 계속 된다는 사실이다. 아쉽게 또 한해를 보내는 오늘 이 순간에도…
정숙희 부국장·특집 2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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