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24일에 개봉된 ‘펭귄의 행진’은 총 7,740여만달러의 수입을 올렸다. 최근 DVD로 나왔다.
2005년 결산 입장료 올라도 흥행수입 3년째 감소
여성 및 10~20대 초반 겨냥 영화 참패
기록물 ‘펭귄의 행진’대박
R등급 상스러운 코미디물
’42세 숫총각’등 빅히트 화제
다른 사람들은 한해가 간다고 섭섭해하는 세모지만 할리웃의 메이저 스튜디오들은 어서 2005년이 지나가기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2005년은 할리웃 사상 40년만에 내리 3년째 흥행수입과 관객수가 전년에 비해 하락한 해로 기록됐기 때문이다. 매년 입장료는 오르는 데도 불구하고 올해 북미 흥행수입은 87억달러에 그쳤다(지난해는 92억달러). 그리고 총 매표수도 전년비 무려 7%가 하락한 14억장에 머물었다. 1948년만 해도 미국인의 65%가 주 1회 극장엘 갔는데 그 수가 올해는 10%로 감소했다. 이런 흥행저조를 놓고 따지는 이유도 여러 가지다. 사이클적 현상에 지나지 않는다는 자위론이 있는가 하면 수많은 광고 영화, 비싼 팝콘과 소다 값 그리고 영화 상영중 잡담하는 사람들과 더러운 극장내부 등 이유도 많다. 그러나 에이미 패스칼 소니사 영화담당 부사장의 말이 가장 정확하다고 하겠다. “영화의 질이 나쁘기 때문이다.”
메이저들은 주로 남자아이들과 10대와 20대 초반층을 겨냥하고 영화를 만들고 있다. 그런데 올해는 이들을 겨냥한 여러 대형 영화들도 흥행서 참패했다. ‘스텔스’(Stealth), ‘XXX: 연두교서’(XXX: State of Union), ‘섬’(Island) 등이 그 대표적 경우다. 전문가들은 이들이 인터넷, DVD, 비디오게임 등과 같은 대체 오락에 매달려 집밖에 나오지 않기 때문이라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흥행부진 속에서도 장사가 잘된 영화들은 대부분 속편(‘스타워즈’ ‘해리 포터’)과 리메이크(‘별들의 전쟁’ ‘찰리와 초컬릿 공장’ ‘가장 긴 야드’)들. 그러나 탑스타 니콜 키드만이 나온 리메이크인 ‘아내는 요술쟁이’(Bewitched)는 흥행서 참패했다.
또 올해는 여성용 영화도 흥행이 부진했다. 캐메론 디애스가 나온 ‘언니의 구두’(In Her Shoes)와 커스튼 던스트와 여성팬이 많은 올랜도 블룸이 나온 ‘엘리자베스타운’(Elizabethtown)이 그 대표작품. 불룸이 나온 대형 십자군 영화 ‘하늘의 왕국’(Kingdom of Heaven)도 흥행서 죽을 쒀 불룸의 스타행진 앞길에 암운을 드리웠다. 그런데 ‘하늘의 왕국’은 리들리 스캇 감독이 개봉 때보다 40여분을 늘린 디렉터스 컷으로 재편집, 연말에 다시 선을 보인다.
과감하게 R등급을 감수하고 만든 2편의 상스럽기 짝이 없는 코미디 ‘결혼식 불청객’(The Wedding Crashers)과 ‘40세 숫총각’(40 Year-Old Virgin)이 빅히트를 한 것이 화제다. 히트작 모방에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메이저들이 내년에는 이런 성인용 섹스 코미디를 많이 풀어놓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예견했다. 올해는 극영화보다 기록영화의 질이 나은 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중에서도 ‘펭귄의 행진’(March of the Penguins)은 지난 6월에 개봉돼 수개월 상영 끝에 총 7,740여만달러의 수입을 올렸다. 올해는 ‘펭귄의 해’라고 해도 되겠다. 이 프랑스 영화는 한국계 로라 김이 부사장으로 있는 워너브라더스의 자회사 WIP가 지난 1월 선댄스 영화제서 100만달러에 배급권을 샀다, 대박이 터진 것이다.
이밖에도 ‘그리즐리 맨’(Grizzly Man), ‘뜨거운 볼룸’(Mad Hot Ballroom), ‘라이즈’(Rize), ‘머더볼’(Murderball), 및 ‘엔론’(Enron)과 ‘아리스토크래츠’(Aristocrats) 및 ‘우습지 하 하’(Funny Ha Ha) 등이 모두 비평가들의 호평을 받았다. 기록영화의 풍성한 수확은 오스카상을 탄 마이클 모어의 ‘화씨 9.11’의 공이 크다.
진지한 성인용 드라마는 가을시즌 이후에 개봉해야 된다는 할리웃의 관습적 논리가 올해에도 여실히 증명됐다. 러셀 크로우가 경제 공황시대의 프로 박서로 나온 ‘신데렐라 맨’은 비평가들의 호평을 받았으나 방학을 맞은 틴에이저들의 영화철인 여름에 나왔다가 흥행서 실패했다. 개봉시기와 흥행과의 함수관계를 무시할 수 없다는 얘기다.
올해는 2개의 메이저가 보다 큰 메이저에 매각된 영화계 합병의 해이기도 하다. 먼저 그동안 술집 작부처럼 이 주인 저 주인에게 팔려 다니던 MGM이 소니에게 팔렸다. 아이로니컬한 것은 컬버시티에 있는 소니 스튜디오가 왕년의 MGM 스튜디오라는 것. 주인이 하인처럼 되어 제 집엘 찾아온 것이다. 얼마 전에는 스티븐 스필버그와 제프리 카젠버그 및 데이빗 게펜이 11년 전에 설립한 드림웍스가 16억달러에 패라마운트에 팔렸다. 요즘 메이저들의 주인들은 다 초대형 범세계적 미디어 산업이다. 그런 풍토에서 큰 돈 뒷받침 없이 혼자 힘으로 메이저로 서기가 불가능하다는 것이 증명된 셈이다. 또 인디 영화의 대부였던 와인스틴 형제가 자기들의 부모의 이름을 섞어지은 상호인 미라맥스를 떠났다. 미라맥스의 주인인 디즈니와의 계약이 끝났기 때문. 이들은 그 후 와인스틴 컴퍼니라는 영화사를 설립했다.
올해 가장 괄목할 배우를 꼽으라면 당연 조지 클루니를 들 만하다. TV배우(응급실) 출신인 클루니는 비평가들의 호평을 받은 CBS-TV 대 매카시의 대결을 그린 ‘굿 나잇, 앤 굿 럭’을 감독하고 출연한 데다 중동석유를 둘러싼 미국의 음모에 관한 ‘시리아나’(Syriana)에도 조연했다. 그는 이 두 영화로 3개 부문서 골든 글로브상 후보에 올랐다. 올해를 클루니의 해라고 부를 만하다. 반면 탐 크루즈는 오프라 쇼에 나와 자기 새 애인 케이트 홈즈를 사랑한다면서 원숭이처럼 카우치 위에서 상하로 열심히 뛰어 국제적 망신거리가 됐다.
<박흥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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