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사다난했던 2005년 한해가 저물어갑니다. 지난 한해동안 국내외의 격변하는 환경 속에서 북가주 한인사회도 수많은 사건과 사고, 그리고 변화의 물결이 몰아쳤습니다. 본보는 올해 한인사회의 획을 그은 여러 사건들을 이슈로 묶어 되돌아보는 송년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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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20일 더블린 시청 앞에는 비가 내리는 가운데도 200여명의 한인들이 모였다. 여느 모임과는 달리 이날 행사에는 1세와 2세들이 골고루 모여 경찰의 총격으로 숨진 한인 2명의 공정한 수사를 촉구하는 촛불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또 이어진 공청회에서 시의원들을 상대로 공정수사를 촉구했다.
이처럼 일명 ‘더블린 사건’은 그동안 물과 기름처럼 겉돌던 한인 1세와 2세들에게 “함께 협력해야 한다”는 각성을 가져다준 사건이었다. 한 2세는 “LA폭동이 한인들의 위상을 깨닫게 해준 사건이었던 것처럼 더블린 사건은 잠들었던 의식을 깨워준 자명종(Wake-up Call)이었다”고 말했다.
역시 2세인 김헌기 EB한인봉사회 관장도 “불행한 사건이었지만 이를 계기로 1세와 2세들이 함께 일하게 된 것은 큰 소득”이라고 평가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2세단체와 한인회가 함께 모여 ‘베이지역 한인정의구현연대’(BAKAJC)가 발족됐다. 정의구현연대는 2-3주에 한번씩 정기모임을 갖고 더블린 사건의 공정한 수사를 요구하는 한편 이 기구를 항구화시켜 향후 유사한 사건이 발생했을 때 한인들의 권익옹호를 위해 발벗고 나서기로 했다.
올초 출범한 제24대 샌프란시스코지역 한인회(회장 김홍익)는 ‘차세대 연합 특별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1.5세와 2세들을 한인사회로 이끌어들이는데 주력했다. 한인회는 한미연합회(KAC), 한인전문직협회, 한인변호사협회 등 2세단체들과 수평적 네트워크를 구성하고 한인회 행사에 이들의 적극 참여를 유도했다. 또 차세대 리더를 발굴하기 위해 한인회 이사로 1.5세와 2세들의 동참을 유도했다. 이같은 노력이 한인정의구현연대의 태동을 이끌었다는 것이 한인회측의 분석이다.
1.5세와 2세들은 지난 5월의 동포한마당잔치(SF상공회의소 주최)와 9월 17일 열렸던 ‘제13회 한국의 날 축제’(한인회 주최)에 대거 자원봉사자로 참여, 1세와 2세들의 협력이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받아들여지게 됐다.
한인회쪽의 2세 참여가 자연스러운 시대적 흐름이다면 평통의 대폭적인 물갈이는 인위적인 2세 참여를 불러왔다. 올해 7월 1일 출범한 제12기 평통(회장 정에스라)에는 북가주지역 62명의 위원중 20여명이 2세로 분류될 만큼 가히 혁명적인 변화가 이루어졌다. 이에따라 영어권 위원들이 따로 차세대 위원회를 구성, 한국어가 아닌 영어로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2세들은 내년 여름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차세대 컨퍼런스를 주도하게돼 평통에 부는 개혁의 바람을 선도하고 있다.
지난 7월 21일부터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제13회 전미주체전’도 앞으로 한인 커뮤니티의 주역은 1.5세와 2세가 될 것임을 생생하게 보여준 대형 이벤트였다. 거의 모든 종목의 선수들은 1,5세와 2세로 구성됐고, 이들을 이끄는 코치 등 임원에도 1,5세와 2세들이 대거 포함됐다.
이제 한인사회의 2세참여는 대세가 되가고 있고, 어떤 성격의 모임이든 1.5세와 2세의 협조 없이는 주류사회와 연계된 사업을 벌일 수 없게 되었다. 김홍익 한인회장은 “지금은 한인사회의 세대교체가 이뤄지는 과도기라 할 수 있다”면서 “내년에는 한인회 이사회에 2세들을 더 많이 포함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5-10년 후에 이루어질 2세 주도의 한인사회 리더양성을 위해 필요한 노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평화를 위한 한미연대의 신상혁씨는 “아직 2세들끼리만 어울려 네트웍을 구성하고 있다”고 고립된 2세들의 실정을 말했다. 김홍익 한인회장은 “2세들에게 한인으로서의 정체성을 길러주고 한인사회를 위한 트레이닝을 시켜야 미래에 2세들이 주도하는 커뮤니티를 말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2세들과 함께 하는 사업에서 1세들이 권위적 태도를 버리고 모범을 보여야 싹트기 시작한 2세들의 참여를 꽃피울 것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한범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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