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연시가 다가왔다. 올해는 산타할아버지가 어떤 선물을 가져다줄 것인지 들뜬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손꼽아 기다리는 자녀들에게 이제는 ‘받는 즐거움’보다 ‘주는 즐거움’을 깨닫게 해주는 것은 어떨까? 베푸는 즐거움의 교훈을 깨닫게 하기 위한 실천 방안을 정리한다.
해를 거듭할수록 자녀들의 성탄선물 구입비 지출 부담으로 허리가 휘청거린다는 부모들이 많다. 매년 새로 선보이는 각종 디지털 상품의 가격이 만만치 않기 때문. 아직 산타 할아버지의 존재를 믿는 아이들의 환상을 굳이 깰 필요는 없지만 어느 정도 산타의 존재에 대해 알만한 나이가 됐다면 이제는 베푸는 즐거움을 통해 연말연시를 맞아 소외된 이웃을 돌아보는 마음을 갖게 하는 것도 자기만 생각했던 이기심을 버리고 한 단계 성숙할 수 있는 좋은 기회로 삼을 수 있다. 가정에서 뿐만 아니라 학원이나 교회, 이웃들과 함께 베푸는 사랑을 실천할 수 있는 몇 가지 간단한 방법은 다음과 같다.
■선물 구입비로 기부금 전달하기: 자녀들에게 성탄 선물을 사주려고 준비했던 비용을 자녀 이름으로 기관이나 단체에 기부하는 것도 유익한 일이다. 이때 기부할 기관이나 단체를 자녀가 직접 결정하도록 하는 것이 포인트. 학교에서 고래에 대해 공부했다면 고래 보호 단체에 기부금을 전달하는 등 교과내용과 연관된 시설을 찾도록 하는 것도 좋다. 기부금을 전달한 뒤 기관이나 단체에서 보내 온 감사의 편지나 영수증 등은 예쁜 액자에 넣어 다음 한 해 동안 벽에 걸어두면 자녀가 일 년 내내 자부심을 갖
고 더 좋은 선행을 베풀기 위해 노력하는 동기 부여의 효과도 얻을 수 있다.
■칭찬의 선물: 가족끼리 서로에 대한 칭찬으로 선물을 대신하는 방법도 바람직하다. 서로 일정한 시간을 갖고 지난 일 년 동안 서로 칭찬받아 마땅했던 일들을 목록으로 작성해 교환하고 함께 얘기를 나누는 시간을 갖는 것도 의미 있다. 특히 성탄을 기리지 않는 유대인이나 불교신자
인 이웃들과 함께 뜻 깊은 연말연시를 보내는데 효과적이다. 물질적인 선물보다 가족이나 주변인의 인정이 더 크고 오래 기억에 남는 선물일 수 있다.
■부모에게 선물 주기: 매년 성탄절에 부모가 자녀에게 선물을 줘야 한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게 한다. 자녀들도 부모에게 선물하도록 하거나 제비뽑기로 각자 선물할 사람을 비밀리에 정해 준비하도록 한다. 자녀들도 받기만 하는 자세에서 벗어나 남을 생각하는 마음가짐을 갖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물론 선물이라고 해서 돈을 주고 물건을 구입할 필요는 없다. 부모와 함께 했던 가장 기억나는 성탄 추억, 우리 가족에게 일어났던 가장 재미있었던 사건, 부모가 가진 가장 좋은 장점, 부모
가 가르쳐 준 기억나는 교훈 등을 매일 하나씩 적어 모은 뒤 책으로 묶어 선물하는 방법도 좋은 본보기다. 부모 이외 할아버지, 할머니 등 자녀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주변인물 누구라고 상관없다.
■물물 교환: 가족 구성원끼리도 좋고 같은 학급이나 또래 친구들과 물물교환을 통해 선물하는 방법도 있다. 자신에게는 굳이 필요 없는 물건이지만 친구나 다른 식구들에게는 필요한 물건일 수 있는 것들을 찾아 서로에게 선물을 준다면 비용 지출 부담이 없으면서 재활용 차원에서도
권장된다.
■너싱홈·아동병원 방문: 가족이나 친구들과 더불어 너싱홈 방문을 준비한다. 노래와 춤도 연습하고 자작시 낭독이나 단막극도 좋다. 공연 무대가 벅차다면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의 방을 일일이 찾아 따뜻한 포옹을 해주고 성탄절 상징인 지팡이 사탕을 노인들에게 직접 나눠주며 성
탄과 새해 인사를 건네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너싱홈 수용 노인이 너무 많아 부담스럽다면 미리 너싱홈에 연락해 무연고 노인 명단을 받아 선별 방문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또는 아동병원에 있는 또래 환자들을 찾는 것도 좋겠지만 자녀들이 너무 어릴 경우 병원균 감염 등의 위험이 있어 환자들과 직접 접촉하기는 어렵다. 대신 병원 관계자를 통해 마음을 전달
할 수 있다. 이러한 경험은 물질보다는 마음가짐이 더 소중하다는 교훈도 주지만 모르는 사람에게 다가가 말을 건네 보고 남들 앞에 서보는 훈련도 겸할 수 있어 일석이조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통조림·장난감 기부: 학교나 지역단체에서 매년 이맘때면 통조림 음식이나 장난감을 수거해 불우이웃에게 전달하는 행사를 갖기 마련이다.
평소 식탁에 풍성히 차려진 음식을 무심히 생각했던 자녀들에게 우리가 일상에서 누리는 작은 것들에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하는 것은 물론, 자신의 먹을 것을 이웃에게 나눠주는 마음도 길러줄 수 있다.
학원이나 교회에서 할 경우 학년별, 학급별로 누가 더 많이 모으는지 선의의 경쟁을 해보는 것도 재미를 가미할 수 있는 방법이다. 이때 전체 무게나 모아진 개수 또는 가장 높이 쌓는 반 등 어떤 심사기준을 적용할 것인지 미리 정해두는 것이 좋다. 물건 종류에 따라 점수를 정해 포인트로 운영해도 좋고 물건을 기부할 때마다 티켓을 발부했다가 이를 영화티켓 상품권이나 도서 상품권, 패스트푸드 식당 이용권으로 맞바꿀 수 있게 하는 것도 아이디어다. 통조림으로 된 캔 음식뿐만 아니라 비누, 샴푸, 칫솔, 치약, 화장지, 기저귀 등 생필품으로 항목을 넓힐 수도 있으며 장난감 수집은 아동이나 학생들이 손쉽게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기관이나 단체에서 수집하는 장난감은 반드시 포장된 새 것으로 해야 하지만 그 이외에도 자신이 사용하던 장난감을 소외된 이웃들을 위해 내어 놓는 마음도 아이들에게는 큰 용기가 필요한
만큼 권장된다.
<이정은 기자> juliannelee@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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