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카고 한인들, “국가적 창피, 분노느낀다”
▶ “전환점삼아 과학발전 이뤄야”지적도
황우석 교수의 줄기세포가 애초부터 존재하지 않았다는 노성일 미즈메디병원 이사장의 기자회견 소식을 보도한 본보 기사를 접한 시카고 한인들은 너무나 큰 충격이자 만약 사실이라면 국가적인 창피라고 입을 모았다.
한인들은 황 교수의 세계 최초 배아줄기세포 배양 성공으로 한국이 과학 우수국으로 도약하는 것 같아 내심 기뻐했는데 이번 일로 역시 한국은 안되나 하는 자괴감까지 들게 되었다고 고백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MBC PD 수첩’에 의해 처음 의혹이 불거져 나왔지만 그래도 사실이 아니길 바랐는데 의혹이 사실일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자 국민적 배신감을 느낀다는 목소리도 있다. 인류의 관심을 끈 과학적 성과가 거짓으로 탄로난 비화의 중심 국가가 되었으니 외국인을 만나면 이거 어디 한국인 이라고 밝힐 수 있겠느냐고 한탄하는 이들도 없지 않다. 황 교수의 줄기세포에 생명과 영혼을 바쳐 지지의사를 보냈던 장애인들의 절망과 비애는 어떻게 보상할 것이냐는 안타까운 물음도 있다. 상황이 겉잡을 수 없을 정도로 악화됐음에도 이제는 황 교수와 노성일 이사장이 책임 회피에만 신경쓰며 서로를 향해 손가락질 하며 진실게임으로 비화되는 듯한 양상을 보고는 추악하다 못해 안쓰럽다는 빈정거림도 들려오고 있다.
시카고대학의 헬렌 송 유기 화학 박사는 “정확한 진실이 밝혀져야 하겠지만 충격적이고 슬픈 소식임에 틀림없다. 진정한 과학의 의미는 뛰어난 연구성과가 아니라 진실이다. 진실이 결여되고 도덕적인 면이 배제된 것이라면 더 이상 과학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며 “주위의 압력이나 강압에 의해서 연구결과가 발표되서도 안되고, 자유롭게 연구에만 몰두할 수 있는 풍토조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노스이스턴 대학에서 화학을 공부하는 다이앤 최씨는 “한편으론 불쌍하기도 하고 국민적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에 거짓말을 한 것 같다”며 “그러나 결과는 전 세계를 상대로 사기를 친 모양이 됐다”고 말했다. 시카고 거주 김기호씨는 “ 생각하면 생각할 수록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전 세계를 담보로 사기를 쳤다”며 “한국인으로서 창피하다는 생각을 금할 수 없고, 어떻게 해서든 황교수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역시 시카고 거주 권현동씨는“아침에 인터넷을 통해 소식을 접하고 짜증부터 나더라”며 “황 교수 본인의 위치가 한국은 물론 세계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망각한 상태에서 저지른 일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다. 노스웨스턴대학에서 생물학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정병민씨는 “황우석 교수의 연구결과에 대한 진위여부를 놓고 조작 논란이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며 “일단은 그 진위 여부를 확실히 밝히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보지만, 만약 조작이 사실로 드러나면 놀라운 일”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그러나 황 교수가 훌륭한 과학자이고 연구성과를 이루었던 것도 분명한데 굳이 한국 내부에서 논란을 불러 일으킬 필요가 있었느냐는 의견도 있다. 이와 함께 이번 충격을 기폭제로 삼아 더욱 위대한 과학적 업적을 이룰 수 있는 발판을 만들자는 목소리를 내는 한인들도 있다. 와슨 제약회사의 김중은 연구원은 “보통 과학잡지에 어떤 연구 성과가 발표되면 후배들이 같은 실험을 시도해 봄으로써 그 성과가 인정되거나, 문제가 지적되는 과정이 있다. 황 교수가 훌륭한 과학자임은 틀림없는데 미디어에서 허물을 감추기 보다는 의도적으로 끌어내렸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서버브에 거주하는 H씨(익명요구)는 “사실 본인도 공대 출신이었기 때문에 황 교수의 연구에 관심이 많아 자료를 찾아 봤다. 과학을 공부한 사람이라면 줄기세포의 사진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밝혀내는 것이 그리 어렵지는 않았을 것인데, 사이언스지에서도 지원(supporting) 자료로 취급했기 때문에 그리 문제를 삼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황 교수가 국민을 우롱했다고 말해도 무리는 아니지만 중요한 것은 왜 미디어가 굳이 허물을 들추어 냈느냐 하는 점”이라며 “이같은 충격을 전환점으로 삼아 더욱 진실하고 훌륭한 연구가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취재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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