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자녀와 함께 보내는
할러데이 대처법
겨울 방학이 다가왔다. 많은 부모들에게 방학은 타도시, 타주 대학에 갔던 자녀들이 집으로 돌아오는 시기를 의미한다.
한인 자녀들에게는 김치와 된장찌개를 마음껏 먹을 수 있는 때이기도 하고, 부모님의 손길이 느껴지는 포근한 잠자리에서 한껏 늑장을 부릴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다. 그러나 또한, 그동안 잊고 살았던 집안의 규율과 습관이 낯설게 느껴지고, 오랜만에 듣는 부모님의 걱정이 잔소리 같게만 느껴져 다소 부담스러운 경험이기도 하다.
부모는 부모대로 변해 가는 자녀들의 취향과 매너가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고, 옛친구를 만난다고 밖으로만 도는 아이가 섭섭하기도 하며, 이제 거의 어른이 되어 가는 예비 성인에게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할 지도 몰라 고민하게 된다. 특히 미국에서 대학생활을 해본 경험이 없는 한인 부모의 경우, 왠지 모를 위축감도 느끼고, 자녀 입장에서는 부모가 자신의 세계를 전혀 이해하지 못한다는 오해를 하기 쉽다.
이렇듯 자칫 갈등과 대립으로 내달을 수 있는 겨울방학. 대학에 다니는 자녀가 집에 왔을 때 좀더 신중하고 현명하게 대처하여 할러데이 시즌을 따뜻하게 보내는 방법을 소개한다.
집안 규율 분명히… 의무는 꼭 지키게
부모의 입장
4개월 가까이 캠퍼스에서 자유롭게 지냈던 아이가 집에 오면 느끼는 첫번째 갈등은 낯설음이다. 분명 가족을 그리워하고 겨울방학을 손꼽아 기다렸지만, 막상 집에 와보면 더 이상 내 집같이 느껴지지 않는 이율배반적 현상.
이 때 한인 가정이라는 특성을 고려하면 대학생 자녀가 느끼는 갈등은 더 클 수밖에 없다.
지극히 미국적인 캠퍼스 생활과 지극히 한국적인 집에서의 생활을 어떻게 적절히 절충하여 적응해야 하는지 막막하게 느껴질 수 있고, 따라서 부모가 자녀들이 겪는 그런 내면의 갈등을 이해하고 해소해 주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것이다.
다음은 미국 4년제 대학 카운슬링 기관의 심리학자들이 권하는 부모와 자녀간의 갈등 해소 방법을 토대로 정리해본 겨울방학 대처법이다.
1.방학이 시작되기 전부터, 혹은 자녀가 집에 오자마자 방학동안 해야할 일, 지켜야 할 일, 그리고 부모가 기대하는 일들을 미리 알려준다.
이제 다 컸으니까 알아서 하겠지 라는 기대는 버리는 것이 좋다. 부모에게 중요한 일이니까 자녀에게도 중요하리라는 기대 역시 무리한 요구다.
자녀가 반드시 해야 할 일 몇 가지를 정해서 미리 말해두어야 자녀 입장에서도 마음의 준비를 하고 시간을 낼 수 있다. 예를 들어, 크리스마스 이브와 설날만큼은 가족과 함께 보내야 한다거나, 집에 와있는 동안 귀가시간은 밤 12시라는 식으로 구체적인 사항을 서로 상의하고 절충해서 미리 약속해 둔다.
2.변화를 받아들인다. 불과 몇 개월만에 다른 사람처럼 변해버린 자녀가 낯설더라도 성인이 되기 위해 겪는 과정으로 생각하고 자녀의 입장에서 이해하도록 노력한다.
몇 개월 후 여름방학이 되어 다시 오면 그 때는 또 다른 모습이 되어있을 지도 모르는 일. 지금 보이는 모습이 영구하다고 단정짓지 않는 것이 좋다.
3.대학생이 된 자녀를 이제부터라도 한사람의 인격체로 대해준다. 일방적으로 자녀에게 무슨 일을 지시하거나 요구하는 태도를 버리고 함께 대화해서 상의하고 서로 양보하는 노력을 보인다.
4.자녀와 최대한 많은 시간을 갖는다. 방학에 맞춰 휴가를 내거나 주말만큼은 모든 다른 약속을 접고 자녀와 함께 특별한 일을 만들어 본다. 함께 운동이나 기타 취미생활을 즐길 수도 있고, 샤핑이나 가까운 일일여행 등 추억거리를 만든다.
5.친구, 교수, 수업내용, 생활환경 등 자녀의 삶에 관심을 보인다.
자녀가 부모보다 키도 크고 어른이 다된 모습을 보이더라도 대학생은 아직까지 완전한 성인이 아니다. 또한 성인이 되었다 하더라도, 많은 자녀들이 평생 부모에게서 가장 원하는 것은 사랑, 관심, 그리고 자신의 존재와 능력을 인정해 주는 지지와 후원이라는 점을 고려해서 집에 있는 동안 그런 표현을 많이 한다.
6.집안 규율 및 가풍을 분명히 하고, 자녀에게 의무를 주어준다.
자녀가 그새 잊었을 수도 있는 집안의 습관과 가족간의 약속을 상기시켜 준다. 할아버지, 할머니가 오시는 날은 외출을 할 수 없다거나, 자신의 침실과 욕실 청소는 본인이 해야 한다는 등의 규율을 계속 지키게 한다.
7.자녀가 가족의 일부라는 느낌을 가질 수 있도록 해준다.
크리스마스 트리를 함께 하려고 기다리거나, 특별한 식사, 행사 등을 준비해서 자녀가 정말 집에 와서 좋다는 기분을 느끼게 만들어 준다.
8.성적이나 학업상태가 궁금해도 간단히 대화 나누고 끝낸다.
많은 부모가 대학생 자녀에게 가장 궁금한 점은 성적과 미래에 대한 준비다. 전공을 아직 정하지 못했거나 성적이 좋지 않은 자녀의 경우, 본인도 고민하는 문제를 방학 내내 들먹여서 스트레스 줄 필요는 없다. 학교로 돌아가기 전 하루 정도 날을 잡아 대화 나누는 것이 좋다.
9.부모의 문제로 자녀에게 부담주지 않는다.
방학이라고 기대하며 집으로 돌아온 아이에게 부모의 이혼이나 파산 소식을 전하는 것만큼 부담스러운 일은 없다. 가정 문제는 할러데이를 마치고 돌아갈 때 간단히 귀띔을 해주거나 꼭 알아야 할 일이 아니면 말하지 않는 것이 좋다.
10.학기 중에 전화, 이메일, 소포 등을 통해 자주 연락하여 관계를 꾸준히 유지한다.
미국 대학생들이 가장 좋아하는 선물은 케어 패키지라고 부르는 집에서 오는 소포. 라면이나 마른반찬, 전화카드, 선물카드, 집에서 구운 과자, 가족들의 사진, 어린 동생이 그린 그림 등의 정성어린 물건을 보내주면 집에서 떨어져 있어도 항상 함께 있는 것처럼 가깝게 느껴진다.
대학생 자녀가 방학을 맞아 오면 집을 떠나기 전에 했던 사소한 집안 일을 맡기거나, 가족이 함께 하는 특별 이벤트를 만들어 가족의 일부라는 느낌을 갖게 해주는 것이 좋다.
한인 자녀들은 대학에 가있는 동안 미국식 습관에 맞춰 지내다가 집에 돌아와서 갑자기 한국적인 생활을 접하면 때로 혼란과 갈등을 경험하게 된다.
자녀의 입장
대학 카운슬링 서비스 조사에 따르면 방학을 앞둔 학생들은 누구나 집에 가는 일에 대해서 복합적인 감정을 가지고 있다.
한편으로는 기쁨과 기대로 흥분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왠지 모를 불안감 때문에 걱정이 앞선다는 것.
겨울방학을 진정한 휴식과 재충전의 기회로 만들려면 다음 사항들을 고려하여 부모님과 화목한 휴가를 보내도록 하는 것이 좋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1.방학을 어떻게 보낼 것인지에 관해 계획된 일정을 미리 부모님께 알려, 서로 오해나 착오가 없도록 한다.
2.방학계획을 세울 때 가족과 보내는 시간을 반드시 포함해서 가족 행사에 빠지지 않고, 부모님을 실망시키지 않는다.
3.캠퍼스에서 어떤 스케줄로 생활을 했던, 일단 집에 가면 가족들의 스케줄에 맞추도록 노력한다.
4.부모님의 규율에 이의가 있으면 논리적으로 이유를 설명하고, 대화를 통해 서로 받아들일 수 있는 선에서 합의한다.
5.캠퍼스 생활과 집이 다르다는 것을 이해하고 받아들인다.
6.방학 때만 집에 온다는 이유 하나로 온 가족이 나에게 특별 대우를 해줘야 한다고 기대하지 않는다.
7.경제적으로 부모님께 지나친 요구를 하지 않는다.
8.성적이나 대학생활에 문제가 있다면 부모님께 솔직하게 털어놓고 조언, 또는 도움을 청한다.
9.집안에 문제가 있어 방학 때 가는 일이 꺼려진다면 집에 가는 날짜를 최소한 줄이고 친구 집이나 여행을 통해 휴식할 수 있는 공간을 찾는다.
10.자녀를 집에서 멀리 떨어진 대학에 보낸다는 자체가 부모에게는 충격이고 힘든 사건이라는 점을 고려해서 부모님께 따뜻이 대한다.
우리 부모들은 대학생 자녀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자녀의 사춘기를 어렵게 보낸 부모일수록 좋은 대학에 보내기만 하면 모든 일이 풀릴 것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막상 대학생이 된 자녀와 새로운 갈등이 생기면 그제야 산 넘어 산이라는 말을 뼈저리게 느끼게 된다. 알듯 하면서 알 수 없는 젊은이들의 세계. 각종 조사기관에서 알아본 요즘 대학생들의 실태를 정리해 보았다.
* 가장 큰 고민거리:
직장 및 미래 (전체 대학생의 70%가 겨울방학 동안 취업에 관련된 준비를 한다고 함)
* 좋아하는 여가활동:
여행, 영화관람, 콘서트 관람, 놀이공원, 운동경기 관람 등의 순
* 기숙사나 아파트에 가지고 있는 전자제품
컴퓨터 88%
TV 85%
DVD 플레이어 58%
디지털 카메라 24%
휴대전화 67%
* 학교에 다니면서 일을 하는 대학생:
65%
* 융자금 페이먼트가 있는 대학생:
65%
* 크레딧카드를 소유하고 있는 대학생:
65%
* 가장 원하는 크리스마스 선물:
디지털 카메라
* 대학생 자녀를 둔 부모의 83%가 자녀를 대학에 보내놓고 가장 걱정되는 일로 음주 및 마약 복용을 꼽은 데 비해 실제로 캠퍼스에서 일어나는 음주 및 마약 관련 문제는 심각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전체 대학생의 80%가 1주일에 4잔 이하의 알콜 음료를 마시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마리화나는 30%, 코케인은 5.4%가 지난 6개월 동안 1회 이상 사용해 보았다고 답변하여, 현재 미국 내 고등학교 학생들보다 오히려 적게 사용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University of Michigan, Higher Education Center, Harris Interactive, CollegeGrad.com, edu.com 조사 참조)
<고은주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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