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무청이 재외국민들이 갖고 있는 병역 의무 이행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주기 위해 시카고에서 세미나를 열었지만 홍보 부족으로 단 한명의 한인들도 참가하지 못한 채 언론사 기자들을 대상으로 설명하는데 그쳤다.
지난 9일 오전 11시 포스터은행 본점 지하 세미나실에서 열린 설명회에는 병무청 정책홍보담당관실 관계자들이 참석해 주시카고 총영사관 소속 관련 영사들과 함께 병무행정에 대해 얘기했다.
가장 중요하게 다뤄졌던 문제는 이중국적자의 병역 문제였다. 한국 국적을 가진 부모로부터 미국에서 태어난 사람은 한국 국적과 미국 시민권을 동시에 가진 이중국적자가 된다. 한국 국적을 가진 이중 국적자인 남자는 만 18세가 되는 해의 3월 31일까지 하나의 국적을 선택해야 하며, 이때까지 한국 국적을 포기하지 않고 한국 호적에 등재되어 있는 사람은 병역 의무 부과 대상자가 된다. 하지만 부모가 외국에서 영주할 목적 없이 체류한 상태에서 출생한 사람은 병역의무를 마치거나 면제를 받아야 한국 국적 이탈이 가능하다. 이중국적자로서 영주권이나 시민권을 가진 부 또는 모와 같이 국외에서 계속 거주하는 사람, 부모와 같이 17세 이전부터 국외에 거주하는 사람, 국외에서 10년 이상 계속하여 거주하고 있는 사람(부모가 국내에서 거주하는 사람은 제외)은 출입국 신고를 하는 과정에서, 병역의 의무를 다 하지 않고도 한국 밖으로 나갈 수 있는 ‘국외여행허가’를 공항 내 병무 신고 사무소에서 받을 수 있다. 특히 18세 이전부터 국외에서 부모와 같이 계속 거주하는 이중국적자는 ‘국외여행허가’를 35세까지 받은 것으로 자동적으로 인정되므로 따로 국외여행허가를 받지 않아도 된다.
가장 중요한 점은, 미국에 있던 병역 의무 대상자인 이중국적자가 한국에 들어가서 ‘1년의 기간내 통산 6개월 이상 체류’할 경우에는 병역 의무가 실제로 부과된다는 사실이다. 통산 6개월 이상이라 함은 1년의 기간내에 입국한 횟수에 관계없이 한국 내에 체류한 기간이 6개월 이상인 경우를 말한다. 즉, 연속적으로 6개월 있었든 여러번 드나들며 183일을 있었든 모두 통산 6개월에 해당된다. 단, 가족의 경조사 참석, 대한체육회 산하 경기단체에서 주관하는 운동경기에 참가하기 위해 한국에 머무는 기간은 계산에서 제외된다.
결국, 만 18세 이상 되는 아들이 이중국적자인 경우 3월 31일 이후에 한국으로 어학연수를 보냈을 때 6개월 이상 체류할 경우에는 병역 의무가 부과된다. 하지만 한국내에서 5개월 이상 체류하는 사람에 대해서는 사전에 병역 의무 부과 예정일을 안내하므로 출입국시 병무신고사무소나 지방병무청에 한국내 주소, 전화번호 등 연락처를 신고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 주시카고 총영사관의 안혜정 민원담당 영사는 미국에서 태어났고 호적에도 안올라 있는 사람이 ‘나는 미국 여권으로 왔다 갔다 하는데 병무청이나 출입국 관리사무소에서 내가 한국 국적도 갖고 있는지 알아낼 수 있는가’라는 단도직입적인 질문을 받을 때가 많다며 병무청의 적절한 답변을 부탁했다. 병무청의 오찬석 정책홍보팀장은 병무 업무는 호적을 바탕으로 처리하기 때문에 호적에 등재돼 있지 않으면 사실상 못 알아낸다고 대답했다.
안 영사는 하지만 간혹 호적에 등재돼 있지 않아도 적발되는 경우가 발생한다며 담당영사에게 적발되지 않을 것이라는 각서를 써달라거나 확실한 제도 보장을 요구하기보다는 국적을 확실히 포기하지도 않으면서 한국에서의 권리만 누리고 의무를 다하려는 모순된 생각을 버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재외국민2세와 병역의무에 대해서도 설명이 있었다. 재외국민 2세란 미국에서 출생한 사람이나 호적상의 나이 기준으로 만6세 이전에 미국으로 출국한 사람으로서, 만18세가 될 때까지 계속 미국에서 거주하고(통산 3년의 범위에서 한국의 초·중·고등학교에 다닌 것도 국외에서 계속 거주한 것으로 봄), 부모 및 본인이 미국정부로부터 시민권 또는 영주권을 얻은 사람을 말한다.
재외국민2세의 경우 앞으로는 한국에서 계속 살겠다는 영주귀국신고를 하거나 한국내에 주민등록을 설정하고 거주하는 경우에만 병역의무가 부과되고 이외에는 면제된다.
6살이 되기 이전에 미국으로 출국한 사람도 재외국민 2세에 포함된 이유는 호적 기준으로 만6세부터 보통 유치원에 가서 한국말을 정식으로 배우게 되는 취학 연령이므로 이 나이가 되기 전에 미국으로 건너간 아이들도 사실상 미국에서 태어난 아이들과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사실상 6세 이전이나 7세 이전이나 많은 차이가 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어떤 정확한 기준을 정해야지 명확한 법이 만들어지기 때문에 6세 이후의 어린 나이에 미국에 왔다고 재외국민2세에 포함시켜줄 수는 없다는 것이 병무청의 입장이다. 6세 이전에 미국에 온 사람들을 포함시켜 준 것도 재외동포들의 건의를 충분히 받아들여 바뀐 법을 2004년부터 적용하기 때문이다.
한국인이 병역 의무를 마치지 않고 미국으로 유학 왔을 때는 대학을 졸업할 수 있는 24세까지 병역의무가 연기되지만, 졸업이 어려우면 28세까지 추가 연장이 가능하다. 박사과정 중에 있는 사람은 29세 6개월까지 연기가 가능하다.
병무청 김철수 정책홍보담당 서기관은 유승준씨도 한구에서 온갖 인기를 누리며 가수 생활을 하다가 병역 의무 부과 직전에 한국 국적을 포기하다 보니까 병역 회피 의혹을 받다 입국 금지 조치를 당했다며 이중국적이나 영주권제도를 이용해 병역 의무를 회피하면서 한국국민으로서의 혜택을 누리려 하는 것을 막으려는 것이지 재외국민들이 법의 한도 내에서 정상적으로 한국에 체류하는 것에 지장을 초래하려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경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