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예하듯 아슬아슬 ‘자유로운 광대’ 감우성
영화 ‘왕의 남자’ 감우성
배우의 삶, 줄타기처럼 긴장 연속이죠
살기위해 바둥대는 처절한 캐릭터 연기
첫 사극도전, 망가지는 것도 개의치 않아
참, 말을 붙이기 힘든 배우다. 무슨 말을 건네도 그냥 웃음만 지을 뿐이다. 도대체 속에 뭐가 들어있을까? 내심 궁금증을 참을 수 없었다.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오랜만에 영화 ‘왕의 남자’(감독 이준익ㆍ제작 이글픽쳐스, 씨네월드)의 개봉(29일)을 앞둔 감우성과 마주 앉았다. 지난 6월 영화 ‘간 큰 가족’ 개봉 당시 인터뷰를 가진 데 이어 올해 두번째 만남이다. 황우석 교수와 관련된 문제나 연예계의 산업화에 대한 질문으로 말문을 열어보려했지만 그저 “연기만 생각하기에도 벅차요.
저는 그저 배우이고 광대일 뿐이에요”라는 말로 에둘렀다. 감우성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말을 아꼈다. 그는 몇몇 오해를 받은 예를 들어가면 “굳이 설명할 필요를 느끼지 않았어요”라고 말하면서 그 설명이 또 다른 오해를 낳지 않을까 조심스러워했다. 실상 말이라는 게 잘못 와전될 수도 있는 터. 괜한 말 한 마디를 던지는 것 보다 행동을 옮기고 싶어하는 게 그의 속마음이었다.
# 마음 먹으면 목숨을 건다
‘왕의 남자’는 감우성의 연기 이력에 첫번째 사극이다. 도회적인 이미지로 자리매김한 그가 조선시대 광대로 나선다는 게 의외다. 망가지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다. 처음 감우성은 영화 출연 제의를 받고 사극, 그것도 갓과 도포를 쓴 양반도 아닌 광대 캐릭터와 자신을 연결한다는 사실에 의아해했다. 감우성은 “원작인 연극 ‘이’를 보지는 못했지만 자자한 소문을 듣고 있었죠. 이준익 감독이 미술대학 출신이라는 말에 좋은 사극이 나올 것 같아 출연을 결정했어요”라고 말했다.
감우성은 선택하기까지 오래 고민하지만 일단 선택하면 목숨을 건다. 영화 출연을 앞두고 줄타기 등 광대로 변신하기 위해 두달 여 동안 특훈을 자처했다. 위험한 촬영을 앞두고 와이어 없이 직접 연기를 한 적도 여러 번이다. 한번은 잠시 쉬는 틈을 타 추가 장면을 촬영하다 입안이 찢어지는 바람에 4바늘을 꿰매기도 했다. 감우성은 “많은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점을 쳐보지만 결정을 내리는 순간 끝가지 밀고 나가는 스타일이에요”라고 말했다.
‘왕의 남자’는 폭군으로 알려진 연산군(정진영)과 그의 광대인 장생(감우성), 공길(이준기) 등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영화의 백미는 광대를 통해 숨겨놓은 속마음을 드러내는 연산군의 이미지다. 감우성은 광대 장생 역으로 단순무식하지만 살기 위해 바둥거리는 처절한 남자의 이미지를 표현해냈다. 어찌보면 지금의 연기자라는 직업이 조선시대 광대에 비견될 수 있을 것이다. 감우성은 “지금도 줄타기를 하는 셈이죠. 언제 떨어질 지 모르는 불안감이 없지 않아요”라고 표현했다.
감우성의 인생 혹은 연기 이력은 빠르지 않지만 꾸준하다. 91년 데뷔했으니 광대 노릇을 한 지 햇수로 15년째다. 그럼에도 연기의 기본기를 갖춘 게 채 7~8년도 되지 않았다고 표현했다. 채림과 출연한 드라마 ‘사랑해 당신을’의 촬영 도중 갑자기 풀리지 않던 감정의 고리가 금세 풀리는 것을 느꼈다. 요즘 또 다른 단계를 넘기 위해 새로운 고민에 빠져있다고 하니 그의 배우 완성기는 당분간 끝이 없을 것 같다.
감우성은 그림 이야기를 꺼내들었더니 뜬금없이 “친구들이 부러워요”라고 말했다. 감우성은 알려진 대로 서울대학교에서 동양화를 전공한 화가 지망생이었다. 학과 동기들은 어느덧 대학교수나 이름있는 화가로 활동하고 있다. 가끔 서울 인사동 거리를 거닐면서 전시회를 찾기도 한다.
감우성은 내년 결혼식을 올린 후 자신의 경기도 양평 집 한 켠에 작업실을 만들 예정이다. 그럴싸한 공간이 없어 아직 그림 그리기를 엄두 내지도 못했다. 감우성은 “그림을 그리고 싶어요. 그리고 싶어 죽겠어요. 앞으로 3~4년안에 전시회를 갖는 게 꿈이에요”라고 속마음을 털어놨다.
천천히, 그렇지만 결코 멈추지 않는 그의 행보가 어디서 끝을 맺을 지 관심이 모아진다.
결혼은 내년에… 혼인신고 먼저 했어요
감우성은 남자답다. 꼼꼼하지만 단호하다. 그의 성격은 일생일대의 결혼 과정에서도 드러난다. 오랫동안 연인으로 지내던 피앙세 탤런트 강민아와 내년 1월 결혼을 앞두고 있다. 무려 15년 동안 열애기간을 거친 끝에 결혼에 골인한다. 감우성은 얼마전 이미 혼인신고를 했어요라고 속마음을 툭 털어놓으면서 인연을 운명으로 받아들이고 서로 양보하고 합의하고 사는 게 바로 부부의 삶이 아닐까요라고 되물었다.
개인적인 사정으로 결혼식을 갖지 않으려 했지만 웨딩드레스를 입고 싶어하는 연인의 마음을 외면할 수 없었다. 감우성은 일단 결혼식을 올린다는 일정이 서자 웨딩드레스를 입은 채 화보 촬영도 하고, 해외에서 결혼식도 조촐하게 치른다는 계획을 일사천리로 진행했다. 감우성은 내친 김에 웨딩드레스 외에 한복을 입고 결혼 기념 사진도 찍을 계획이에요라고 말했다.
고규대 기자 enter@sportshankook.co.kr
사진=임재범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