섀튼 저자에서 내 이름 빼달라 요구
서울대, 진상조사 속도 빨라져야 할 듯
제럴드 섀튼 피츠버그대 교수가 서울대 황우석 교수에게 논문 철회를 권고하고, 복제양 돌리를 만든 이안 윌머트 에든버러대 교수가 제3기관의 DNA 검증을 주장했다. 두 사람은 황 교수의 후견인이?든든한 공동연구자였다.
이로써 황 교수의 줄기세포 진위 논란은 더 이상 국내 차원이 아닌 국제적인 이슈로 확실하게 부각됐고, 서울대와 황 교수에 대한 해외 과학계의 압박이 커진 것이다.
교신저자에서 이름을 빼 달라고 한 섀튼 교수는 11월 12일 황 교수와의 결별 선언 때 그래도 논문 내용은 신뢰한다고 말했던 것과 비교하면 이제는 돌아올 수 없는 강을 넘었다. 섀튼 교수에게 누가 무엇을 제보했는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서울대가 재검증을 시작하기로 한 시점에서 누가 왜 섀튼에게 제보를 했을까는 궁금한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섀튼 교수는 그동안 조금씩 발을 빼는 모습을 보여왔다. 11월 29일 사이언스에 논문에서 나의 역할은 데이터 분석과 영어 교정일 뿐 인간세포를 직접 다루는 실험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실어줄 것을 요청한 바 있고, 그의 역할은 그렇게 수정이 됐다.
섀튼 교수의 변화를 지켜보는 연구자들 사이에선 섀튼이 이제 와서 책임을 모면하려고 약삭빠르게 행동한다, 애초에 섀튼이 큰 역할도 없는데 그의 정치력을 이용하기 위해 교신저자의 이름을 준 것이 잘못이다는 등의 말이 나오고 있다.
이안 윌머트 교수가 갑자기 다른 해외 과학자들과 함께 독립적 기관을 통해 줄기세포 DNA 검증을 하자고 나선 배경도 의문이다.
그는 황 교수팀과 줄기세포를 이용한 루게릭병 치료분야에서 협력하고 있으며, 황 교수의 가장 든든한 후원자였다. 가짜 복제양 논란을 재검증을 통해 잠재운 윌머트 박사가 생명공학을 위기에서 살려내기 위해 검증을 먼저 제안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어쨌든 협력도 있지만 경쟁관계에 있던 해외의 생명공학 권위자들이 곤경에 빠진 황 교수의 등을 계속 떠미는 형국이다. 윌머트 교수와 함께 재검증을 촉구한 미 바이오업체 ACT사의 밥 랜저 박사는 DNA 검사는 몇 시간 내에 실시할 수 있는 쉬운 실험이며 독립적인 그룹에 의해 이뤄지면 결과를 속일 수 없다 며 아주 단순한 실험으로 의혹을 가라앉힐 수 있다고 밝혔다.
이처럼 세계 과학자들이 검증을 촉구함으로써 서울대는 진상조사를 서둘러야 할 압박을 받게 됐다. 피츠버그대와의 공동조사 가능성도 있지만 서울대에 앞서 조사에 착수한 피츠버그대에서 논문 진위 여부가 먼저 규명될 수도 있다. 서울대 한 교수는 자칫 황 교수 논문에 대한 의혹이 피츠버그대나 제3의 기관에서 먼저 밝혀질 경우 진위 여부를 떠나 우리 과학계가 의혹을 해소할 자정능력조차 없는 것으로 낙인 찍힐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 용어설명
교신저자(correspondent author) : 저널 심사위원이나 다른 연구자들의 문의에 답변하는 등 논문에 대해 대외적 창구 역할을 하는 저자로 주로 교수들이다. 연구의 전반을 총괄하는 책임자가 교신저자 역할을 맡고, 저자 명단의 맨 끝에 실리는 경우가 흔하다. 2005년 황우석 교수의 사이언스 논문은 제1저자인 황 교수와 25번째(마지막) 저자인 섀튼 교수가 공동으로 교신저자를 맡았다.
제1저자(first author) : 논문 저자 명단 중 가장 먼저 오는 저자. 생명과학분야의 경우 주로 실험의 중요한 부분을 맡은, 기여도가 가장 높은 사람이 이 자리에 오른다. 다른 논문에 인용될 때는 통상 제1저자의 이름으로 약칭된다. 분야에 따라서는 알파벳 순으로 이름을 올리는 논문도 있다.
공저자(co_author) : 제1저자를 주저자라고 부르는 반면 나머지 저자들은 공저자로 통칭한다. 황 교수 논문에서는 노성일 미즈메디병원 이사장과 이병천·강성근·권대기 교수 등 황 교수팀 핵심멤버들이 2~5번째 자리에 올랐고, 김선종 피츠버그대 연구원은 7번째, 안규리 교수는 13번째다. 국내에서는 연구비 지원시 논문 실적을 따질 경우 주저자와 교신저자에 비해 공저자는 비중을 줄여 인정해 준다.
김희원 기자 h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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