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의 母조약으로 개별협상 남아…상품분야 내년 4월까지 품목별 협상
서비스·투자협상은 내년말 최종타결
칠레, 싱가포르에 이은 아세안(ASEANㆍ동남아시아국가연합)과의 자유무역협정(FTA)은 지금까지 체결된 것 중 가장 큰 규모다.
10개 나라로 구성된 아세안은 인구 5억4,224만명에 국내총생산(GDP) 6,859억9,100만 달러(약 703조원)의 경제력을 지녔다. 이들 국가와 우리나라 사이의 연간 무역규모는 460억 달러를 넘으며, 우리나라는 올해만 17억3,100만 달러의 무역흑자를 기록했다. 우리나라 수출시장 중 네 번째로 큰 규모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한_아세안 FTA 체결로 우리나라 수출과 무역흑자가 각각 100억 달러, 60억 달러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출품목 중에서는 반도체, 무선통신기기, 컴퓨터 등 정보기술 관련 품목이 많아 FTA 체결로 큰 수익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9일 통상장관회담서 서명한 상품자유화 방식은 수입액 기준으로 전체 상품 중 90%의 관세를 아예 없애고 7%에 대해서도 0~5%까지 관세를 대폭 내리는 내용을 담고 있다. 농산물 등 각국이 민감하게 여기는 품목 200개는 다양한 형태의 보호를 받게 되며 40개 특별 품목은 완전히 관세감축 대상에서 제외된다.
그러나 태국이 품목별 협상에 들어가기도 전에 쌀을 관세감축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우리 정부의 방침에 강한 반감을 표시한 것에서 알 수 있듯이 농산물분야 협상은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전 국민의 70%가 농사를 짓는 세계 최대 쌀 수출국인 태국은 기본협정에 서명하고서도 세부적인 협상에 들어가기 위한 상품무역협정문 서명은 거부했다.
농림부 윤장배 통상정책관은 “우리나라는 쌀 관세화(수입자유화) 유예 협상을 통해 쌀에 대한 관세가 거의 없는 상황인 만큼 앞으로 진행될 품목별 협상에서도 쌀에 관한한 양보는 전혀 없을 것”이라고 못박아 농산물 협상이 쉽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이날 노 대통령이 서명한 기본 협정은 한_아세안 FTA의 골격을 정한 것으로 협상 대상, 목표, 시한 등을 규정하고 있다. 이 협정은 협상대상 분야로 상품, 서비스, 투자 등 3대 분야 무역에 대해 ‘WTO(세계무역기구) 협정에 부합하는 높은 수준의 자유화’를 목표로 설정했다.
노무현 대통령이 13일 쿠알라룸푸르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9차 한_아세안 정상회의에서 아세안 10개국 정상들과 손을 맞잡고 있다. 왼쪽부터 하사날 볼키아 브루나이 국왕, 훈 센 캄보디아 총리, 수실로 밤방 유도요노 인도네시아 대통령, 분냥 보라칫 라오스 총리, 노 대통령, 압둘라 바다위 말레이시아 총리, 아로요 필리핀 대통령, 소 윈 미얀마 총리, 리 시엔룽 싱가포르 총리, 탁신 치나왓 태국 총리, 판 반 카이 베트남 총리. 쿠알라룸푸르=최종욱기자
기본협정이라는 일종의 ‘모(母) 조약’을 기본으로 한국과 아세안 회원국들은 각 분야 및 품목에 대한 개별 협상을 숨가쁘게 진행하게 된다. 상품 분야는 내년 4월까지 품목별 협상을 마친 후 7월부터 관세 감축을 추진하는 것이 목표다. 서비스 및 투자 협상은 내년 초 협상을 시작해 2006년 말 있을 한_아세안 정상회의에서 최종 타결한다는 계획이다.
기본 협정은 아울러 중소기업, 관광, 과학기술 등 총 19개 분야에서 다양한 협력을 추진하고 농산물 교역 확대에 따른 검역 협력 강화 등을 담은 ‘경제협력 부속서’를 첨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아세안과의 FTA 체결로 우리나라가 동북아 및 동남아 시장을 하나로 연결할 수 있는 허브(hubㆍ중심 축)로 부상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개방 확대로 어쩔 수 없이 피해를 입는 산업에 대한 구제 대책은 중대한 과제로 남았다.
농림부 관계자는 “우리 농촌의 경쟁력이 약하다는 이유로 개방을 무조건 막을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면서 “농가나 중소기업 등 개방 확대로 피해를 입는 산업에 대한 대책이 시급히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신영 기자 ddalg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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