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 S. 루이스는 가장 많은 사람들을 기독교로 개종시킨 20세기 문인의 하나다. 옥스퍼드와 캠브리지 대학 영문학 교수였던 그는 수많은 학술 서적 외에 기독교에 관한 에세이도 여러 편 썼다.
그러나 이 모두보다 그를 유명하게 만든 것은 아동 문학의 금자탑으로 불리는 ‘나니아 연대기’ (The Chronicles of Narnia)다. 1950년에 쓰여진 ‘사자, 마녀, 옷장’(The Lion, the Witch, and the Wardrobe)을 비롯, ‘캐스피언 왕자’ ‘새벽 출정호의 항해’‘은 의자’, ‘말과 소년’ ‘마법사의 조카’ ‘마지막 전투’ 등 일곱 권으로 이뤄진 이 책은 지난 50여 년간 29개 언어로 번역되어 9,000만 부 이상이 판매됐다.
미 초중고 학교에서도 권장 도서 리스트에 제일 먼저 올라가 있기 때문에 아마 한인 2세 가운데 이 책을 읽지 않은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이 책을 읽는 사람은 아동만은 아니다. 아동 문학 형식을 빌리고 있지만 모든 위대한 아동 문학 작품이 그렇듯이 이 책은 위대한 성인 문학 작품이기도 하다. 마법의 나라 나니아에서 펼쳐지는 모험담을 그린 이 책은 팬터지 소설로도 흥미진진하다.
그러나 그처럼 오랫동안 많은 사람에게서 사랑 받는 까닭은 보다 깊은 기독교의 진실이 작품 전편에 배어있기 때문일 것이다.
첫 작품 ‘사자, 마녀, 옷장’은 제2차 대전 중 독일 군의 폭격을 피하기 위해 네 남매가 런던에서 시골로 떠나는 것으로 시작된다.
노 교수가 살고 있는 시골집에서 제일 어린 루시가 (너희가 어린아이와 같지 아니하면 천국에 들어가지 못하리라) 나니아로 가는 통로인 옷장을 발견한다.
이들 네 명이 온갖 우여곡절 끝에 사자 아슬란의 도움을 받아 나니아를 지배하는 마녀를 물리치고 나니아의 왕과 여왕이 돼 오랫동안 이곳을 다스리다가 다시 옷장을 통해 지구로 돌아온다는 것이 줄거리다.
여기 나오는 여러 에피소드 중 가장 핵심적이며 인상적인 것은 네 남매 중의 한 명인 에드먼드의 배신으로 그가 마녀에 의해 죽게 되자 아슬란이 자기 목숨을 대신 바치는 장면이다.
마녀는 나니아 법에 따르면 모든 배신자의 생사 여탈권은 자기한테 있다며 아슬란에게 그를 넘겨줄 것을 요구한다.
아슬란은 자기 생명을 대신 내주는 대가로 에드먼드를 구하고 제 발로 돌 탁자로 걸어가 갈기를 깎이는 수모를 당하고 네 발이 묶인 채 마녀에 의해 살해된다.
이 장면을 숨어 지켜보던 수전과 루시는 악의 무리들이 떠난 후 달려와 그의 주검을 안고 통곡한다. 온 세상이 절망에 빠진 순간 기적이 일어난다. 아슬란이 부활하는 것이다. 놀람과 기쁨에 찬 두 소녀에게 아슬란은 ‘시간만큼 깊은 마법’과 ‘시간보다 깊은 마법’에 관해 설명한다.
모든 배신자가 마녀의 손에 떨어지는 것은 ‘시간만큼 깊은 마법’이다. 마녀가 아는 것은 거기까지다. 그러나 세상에는 ‘시간보다 깊은 마법’이 있다. 자진해서 죄 없는 사람이 죄인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목숨을 바칠 때 대속자는 부활하는 것이다.
루이스는 중요한 기독교도들이 흔히 그렇듯 원래 예수를 믿지 않던 사람이다. 그를 개종시킨 것은 같은 옥스퍼드 대학 교수로 역시 ‘반지의 제왕’이란 팬터지 문학의 거작을 남긴 J. R. R. 톨킨이다. 두 사람의 작품은 물론 서로 다르지만 공통점도 많다.
세상에는 선과 악이 존재하며 우리는 선을 택해야 한다는 것, 악과의 싸움에는 희생이 따르지만 그 희생은 생을 의미 있게 하는 값진 것이라는 것, 가장 작은 사람들이 가장 큰일을 해낼 수 있다는 것, 눈에 보이는 일상의 삶이 생의 전부가 아니며 그보다 깊은 세계가 있다는 것 등등.
영화 ‘사자, 마녀, 옷장’이 지난 주말 개봉돼 박스 오피스 1위를 기록했다. 책만은 못하지만 원작의 의도를 충실히 살린 수작이다. ‘나니아 연대기’ 일곱 권은 얼마 전 한글로도 번역돼 나왔다.
자녀와 함께 이 영화를 보고 책을 읽으며 나니아의 마법에 흠뿍 빠져 보는 것보다 그리스도의 탄생일인 크리스마스 시즌을 유익하게 보내기는 아마도 힘드리라 생각한다.
민 경 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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