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 북한 인권에 관심을” 북한 인권 국제대회 폐막을 알리는 기사의 제목이다. 눈이 간다. 순간 뭔가가 스친다. 뭐지.
“…너희를 향하여 피리를 불어도 너희가 춤추지 않고 애곡을 하여도 너희가 울지 않았다.” 그래, 그랬지. …아니지. 생각은 이내 엉뚱한 방향으로 흐른다.
2005년 12월이란 시점의 한국적 상황에서는 그 구절도 달라져야 하는 게 아닐까, 마치 블랙홀에서는 빛도 굴절되는 것처럼. 그래서 다시 정리해 본다. ‘너희를 향해 피리를 부니 너희가 화를 내고 애곡을 하니 오히려 손뼉치며 웃었다’-.
참으로 장하다고 해야 하나, 정신이 나갔다고 해야 하나. 북한 인권문제에 관한 한 초지가 일관된 한국 정부의 그 입장 말이다.
전 세계에서 50여 NGO가 모였다. 참석한 국제적 인권운동가만 100여명이다. 미국은 북한 인권담당 특사도 보냈다. 온갖 반인륜적 참상이 고발됐다. 눈물의 호소가, 또 충정 어린 충고가 잇달았다.
그리고는 북한 인권문제에 한국 정부가 관심을 가져달라는 걸 포함해 6개항의 선언이 선택됐다. 그런데도 오불관언이다. 오히려 버럭 역정이다. “북한과 전쟁이라도 하자는 거냐.”
‘참으로 한심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국내 언론의 비판이다. 북한 인권문제를 다루는 국제회의가 열린 것 자체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며 한국 정부가 졸렬한 대응을 했다는 거다.
‘국경 없는 의사회’ ‘앰네스티 인터내셔널’ 등 국제 인권단체뿐이 아니다. 네오콘으로 불리는 미국 내 보수파는 물론이고 진보파로 불리는 민주당도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 북한에서 자행되는 인권 압살의 상황을 더 이상 방관할 수 없어서다.
미국만이 아니다. 북한의 입장을 가능한 존중해 오던 유럽연합(EU)도 진저리를 내고 있다. 그 혐오감은 네오콘에 지지 않을 정도다. 대다수 한국인들도 고개를 흔든다. 북한은 인권문제로 전 세계의 분노를 사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유독 한국 정부만 감싸고돈다. ‘북한 인권’이란 말만 나오면 ‘앨러지성’ 반응에, 제 일인 양 나선다.
왜. 일제히 쏟아지는 질문이다. 왜 그토록 감싸고 있을까.
“갈수록 정체를 알 수 없게 된 이상한 정부 밑에서…” “답답한 건 나라가 이 지경인데도 ‘귀신 씐 좌(左)’와 ‘문드러진 우(右)’를 넘어설…” 한국 내 칼럼들에서 발견되는 워딩(wording)이다. 그 표현법들이 뭔가를 말해주는 게 아닐까.
이제는 다른 차원에서 문제를 보고 있다는 얘기다. 현 정권의 정체성에 심각한 의문을 품고 있다는 것이다. 동시에 정치를 넘어선 그 무엇이 문제의 이면에 도사리고 있다는 암시적 표현으로, ‘왜’에 대해 부분적이나마 설명하고 있다는 생각이다.
북한문제는 영적으로 파악해야 제대로 보인다. 종교학자 토머스 벌크가 수년 전부터 펼쳐온 주장이다. ‘김일성-정일 체제’는 종교집단으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 주장이 우세해지면서 일부 연구기관들은 주체사상의 김일성-정일 체제를 종교집단으로 분류하고 있다.
김일성이 하나님, 김정일이 메시아로 표현된 게 이른바 ‘주체교’로, 전통적 의미의 공산주의와 결별한지는 이미 오래라는 해석이다. 그리고 그 신도 수는 시크교(2,300여만 추산) 다음인 1,900만이 넘어 세계 10대 종교에 랭크된다는 것이다.
이 이론에 따르면 김일성은 북한에서 창조주로서 수령이다. 이 육(肉)의 수령이 죽었을 때에는 수령의 철학을 생물학적으로 가장 잘 체험한 인물이 대를 이어 혁명을 완성해야 한다. 그러므로 수령의 대리자인 김정일은 수령과 동일시되는 것이다.
사교(邪敎)의 성격이 짙은 수령절대주의 이론을 새삼 소개한 건 다름이 아니다. 왜 북한 인권문제만 나오면 온 몸으로 막으려 드는가. 이성적으로는 도저히 설명이 안 되는 한국 정부의 입장이 종교라는 시각, 영적인 차원에서는 혹시 이해되지 않을까 해서다.
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을 미국의 한 관측통은 이런 식으로 파악했다. “북한의 주체사상과 한국의 민족주의가 통합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한국판, 다시 말해 남한 버전의 ‘주체교’가 확산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2005년이 저물어간다. 이 시점에서 열린 서울 북한 인권 국제대회다. 무엇을 알게 했나. 한국이 맞은 문제는 정체성 위기이고 근본에 있어 영적인 문제다. 이걸 재차 확인한 것이다.
그 대처 방안은 그러면 무엇일까. “… 기도 외에 다른 것으로는 이런 유가 나갈 수가 없다” 새삼 떠올려지는 구절이다.
옥 세 철
논설위원
sechok@koreatimes.com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