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할러데이 시즌, 파트타임 구인 사인이 샤핑몰이나 소매점마다 넘쳐난다. 틴에이저들에게 이 기회는 용돈을 벌기도 하고 대학 등록금 마련을 위해 저축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하고 새로운 기술을 배워서 장차 유용하게 사용할 수도 있으며 무엇보다 대학입학 지원서 ‘칼리지 이력서’(college resume)에 한 줄 근사하게 쓸 수 있다는 유혹을 뿌리치기 힘들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일하는 틴에이저들이 득이 많은지 혹은 실이 많은지를 조사한 전문가들에 따르면 파트타임으로 일하는 시간에 차라리 스포츠 팀에서 뛰거나 학술 클럽에 조인하거나 뮤직 앙상블에서 연주하는 것이 더 낫다고 한다. 왜 그럴까?
일주일에 10시간이상 일하면 학교생활에 지장
쉬운 과목만 듣고 마약-알콜 사용 확률 더 높아
청소년들의 파트타임 잡. 근사하게 들리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물론 예외는 있지만 1주일에 10시간 이상 일하거나 그 이상 일하면 일 할수록 더 손해라고 필라델피아의 템플대학 심리학 교수 로렌스 스타인버그는 경고하고 있다.
그는 캘리포니아와 위스콘신주에서 9개 고교를 대상으로 15∼18세 틴에이저 4,000명을 조사한 결과 “가장 큰 문제는 학교생활에 방해가 된다는 것”이라고 못 박고 있다. 그는 또 “고등학교에서 정확성과 시간 관리를 배우지 못했다면 맥도널드에서도 배우지 못한다”고 일하면서 자녀가 좀 더 성숙되기를 바라는 부모들의 환상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스타인버그 박사가 발견한 일하는 학생에 관한 사실은 다음과 같다.
◆성적에는 별 영향이 없다. 그러나 일하는 학생들은 더 쉬운 과목을 택하거나 성적을 유지하기 위해 요령을 부린다.
◆고교 졸업생 11명중 단 한 명만 삼각함수를 택했다.
◆졸업생 중 44%가 대학입학에 필요한 필수과목 중 일부를 택하지 않았다.
◆일하는 학생이 많은 클래스는 급우들도 영향을 받는다. 이런 반의 교사들은 보다 쉬운 레슨을 택하거나 숙제를 덜 내주거나 클래스 시간에 숙제를 하도록 허락하는 등 기대치가 낮기 때문이다.
◆주당 20시간 이상씩 일하는 10대들은 그렇지 않는 또래에 비해 마약이나 알콜을 사용할 확률이 30%가 더 높다.
◆가장 큰 함정은 과외수입이지만 나이 많은 근로자와의 접촉, 덥고 반복적이고 소음이 많고 스트레스 많은 작업환경도 마약이나 알콜 남용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파트타임을 하면서 나중에 써먹을 수 있는 직업 스킬이나 라이프 스킬을 배운다는 증거는 없다. 10대들이 택하는 대부분의 파트타임 일이 훈련이나 성인 수퍼바이저의 적절한 감독을 필요로 하지 않는 단순노동이기 때문이다.
◆10대의 24%가 식당에서 일하는 등 이상적인 작업환경보다는 단순노동 직업에 종사하는 경향이 있어 오히려 근로에 대해 부정적인 이미지를 갖기 쉽다.
스타인버그 박사의 조사만 일하는 10대에 미치는 영향이 긍정적인 것보다 부정적인 측면이 더 많다고 지적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국제학업성취평가협회(International Association for Evaluation of Educational Achievement)가 운영하는 국제 수학 및 과학 서베이에 따르면 10년 전 미국 12학년의 수학, 과학, 문학(가장 최근 통계자료임)의 평균 점수는 471점으로 국제평균 점수인 500점보다 낮다. 그러나 일하지 않는 12학년의 평균 점수는 하루 5시간이상 일하는 28%의 학생보다 36포인트나 더 높게 나왔다.
연방교육부에 따르면 16∼17세 연령의 10대들이 파트타임 일을 하는 비율은 1999년 34%로 최고에 달한 이후 점차 감소, 현재는 이 연령십대의 28%가 파트타임을 하고 있다. 연방교육부는 일하는 학생과 그렇지 않은 학생간의 성적 비교는 해본 적이 없지만 고교 시니어 중 클래스에서 탑 25%에 드는 학생들은 대부분 스포츠 팀, 학술 클럽, 음악 앙상블, 편집 등에 관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오케스트라가 명석한 학생을 배출한다기보다는 명석한 학생들이 오케스트라에 많이 참여하고 있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연방교육부는 해석하고 있다.
사실 대학들도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방과 후 파트타임 일을 한 학생보다는 과외활동을 한 학생에게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데 일하면서 뮤직 레슨이나 교내 신문을 편집할 시간이 나지 않기 때문이다.
실례로 로드아일랜드의 프로비던스에 위치한 브라운 대학은 올해부터 신입생에게 파트타임 잡 장학금을 지불하는 대신 무상보조인 그랜트를 지급할 예정이다. 여태까지 이 대학은 장학금의 형태로 사무직이나 부엌에서 일하는 조건으로 학비를 보조해 왔었다. 그러나 이 학교 대변인 마크 니켈은 “일하는 동안은 공부를 할 수도 없고 클래스메이트하고 어울릴 수도 없으며 클래스룸 밖에서 얻을 수 있는 어떤 혜택도 누릴 수 없기 때문”이라고 입장을 설명하고 있다.
저축은 않는다, 쓰려고 번다
■10대들이 파트타임 잡을 택하고 있는 이유
대학 학비가 모자라 이를 충당하기 위해 미리 저축을 하고 싶어 고교시절부터 파트타임에 나선다면 명분이 다르다. 그러나 대부분의 10대가 파트타임에 나서는 이유는 이와는 다소 거리가 있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연방교육부에 따르면 대학에 진학하려는 10대의 68%가 페이체크에서 돈을 모아둔 것이 없으며 모아뒀다고 해도 아주 조금일 뿐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학비와 장기저축 모두를 포함한 것이다. 일하는 10대의 절반 가량이 번 돈의 대부분을 개인 용돈으로 지출해 버린다고 밝히고 있다. 이에 대해 스타인버그 박사는 대부분의 부모들은 자녀들이 번 돈에 관해 부모가 관여할 권리가 없다고 간주하고 있지만 이는 오류라고 지적하고 있다. 그는 “10대들이 스스로 관리할 수 있는 돈의 액수가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부모가 원하지 않는 용처에 사용할 확률은 더 높아진다”며 부모들의 방심에 일침을 가하고 있다.
“수면·과외활동 할 시간 없다”
■일하는 10대들의 사례
워싱턴 DC의 교외지역 한 스무디샵에서 고교 10학년이자 16세인 몰리 콜과 제시 레이는 주당 25시간씩 일하고 있다. 과일주스를 만들면서 받는 임금은 시간당 7달러. 둘 다 대학을 위해 저축하고 있지는 않다. 콜의 부모는 몰리에게 수입의 20%를 저축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데 몰리는 이 돈으로 그리스로 여행을 떠날 작정이다. 레이는 페이체크로 개스비, 친구 선물비, 엄마가 사주지 않는, 꼭 필요한 것은 아닌 옷값 등을 지불하고 있다.
둘 다 경쟁이 심한 메릴랜드주의 포토맥에 위치한 처칠 하이스쿨에 재학하고 있지만 아직 일이 성적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고 있다. 레이는 미적분 AP클래스를 택하고 있고 콜은 영어 아너 클래스를 택하고 있는 것을 보면 이들은 일과 학업을 잘 병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둘 다 수면, 방과 후 과외활동, 친구 사귀는 시간 등을 방해받고 있다고 인정하고 있으며 “자유시간이 없어 힘들다”고 실토하고 있다.
상업용 부동산 에이전트인 앤디 콜은 자신의 딸 몰리가 가지고 있는 파트타임 일에 대해 긍정적이다. 그는 장점으로 몰리의 자존감 향상, 새로운 책임감, 딸의 새 은행구좌를 꼽고 있다.
<정석창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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