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병초로 명의가 된 사연
만병초를 옛어른들은 천상초(天上草)라고 불렀는데 이는 하늘에 사는 신선들의 정원에서 자라는 꽃이라는 뜻이다. 만병초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은 재미있는 실화가 있다. 지금부터 70년쯤 전에 있었던 일이다. 경상북도 봉화군 춘양면에 김씨 성을 가진 젊은이가 살았는데 그는 열여덟 살 때 소백산 속에 사는 어느 도사한테 도술을 배우러 갔다. 그 도사는 기어 들어갔다가 기어 나오는 허름한 초가집에서 약초를 캐면서 살고 있었지만, 의학, 천문, 지리, 기문둔갑 등에 두루 통달하였고 인품이 훌륭하여 제자가 되겠다고 찾아오는 사람들이 줄을 이었다.
도사님은 신통력이 뛰어난 분이었다. 아침에 일어나서 집 앞에 있는 너래바위에 앉아 좌선을 시작하면 홀연히 집채만한 호랑이 두 마리가 나타나서 양쪽에 엎드리고 있다가 좌선을 마치고 나면 사라지곤 했다고 한다.
좌선을 마친 뒤 도사는 마치 감나무잎 비슷하게 생긴 나뭇잎을 달여서 한 잔씩 마시고 제자들한테도 한 잔씩 권했다. 제자들이 그것이 무슨 약초냐고 물으면 ‘이것은 천상초(天上草)라고 하는 약초인데 너희들도 부지런히 마시라’고 하였다. 그것을 마시고 나면 묘하게도 술 취한
것 같은 기분이 들다가 머리가 개운해지곤 하였다.
그러나 김씨 청년은 배우고 싶은 도술은 가르쳐 주지 않고 물 긷고 장작 패는 일 따위의 허드렛일만 시키는 것이 싫어서 일주일 만에 집으로 돌아오고 말았다. 집으로 돌아온 뒤에 그는 스승이 날마다 달여 마시던 그 약초가 무엇인지 궁금했다. 그는 산에 올라가서 그 약초를 한 번 찾아보기로 했다. 소백산에 올라가서 오랫동안 헤맨 끝에 마침내 그 약초와 똑같이 생긴 식물을 찾아냈다.그는 그 약초만 열심히 달여 먹으면 온갖 병이 나을 뿐만 아니라 도사처럼 신통력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믿고 열심히 달여서 마셨다. 그랬더니 과연 몸이 가벼워지고 힘이 나는 것 같았
다. 그는 그 약초를 몸이 아픈 이웃 사람들한테 나누어 주었다. 그랬더니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허리가 아파서 누워 있던 사람이 멀쩡하게 나았고, 다리가 아파 잘 걷지 못하던 사람이 걸어 다니게 되었으며, 중풍으로 혼자서 못 움직이던 사람이 지팡이 없이도 움직일 수 있게 되었고, 심
지어는 간경화증으로 얼굴이 시커멓게 되어 죽을 날만 기다리고 있는 사람이나 당뇨병으로 손발이 썩어 진물이 흐르는 사람도 나았다.
몸이 허약한 사람은 튼튼해졌고, 정력이 약한 사람은 정력이 좋아졌으며, 뚱뚱한 사람은 날씬하게 되었다. 만병초로 많은 환자를 고치자 금방 고을에서 명의로 소문이 났다. 그가 병을 잘 고친다고 소문이 나자 사방에서 환자들이 몰려들었다. 그는 모든 환자들한테 한결같이 천상초를 주었고 그것을 먹은 사람은 대부분 효험을 보았다. 그는 이름이 나고 돈도 많이 벌었다. 60년 동안 천상초를 활용하여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병자를 고쳤다.그에게는 아들이 여럿 있었으나 아무도 아버지의 의술에 관심을 갖지 않았다. 현대의학이 고도로 발달한 시대에 나뭇잎 따위로 병을 고칠 수 있겠냐는 것이었다.
그런데 장남이 당뇨병에 걸렸다. 아들은 유명한 병원의 유명한 의사가 주는 약을 먹으며 열심히 치료를 했지만 낫기는커녕 갈수록 더 심해져서 죽게 될 지경에 이르렀다. 김 노인은 아들한테 만병초를 권했지만 우리나라에서 제일 유명한 의학박사도 못 고치는 병이 나무 이파리 따위를 달여 먹고 낫겠냐면서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그러나 병이 깊어져서 죽을 지경이 되자 물에 빠진 사람이 지푸라기라도 잡는 기분으로 만병초를 달여서 조금씩 먹기 시작했다.만병초는 과연 당뇨병에도 신통한 효력이 있어서 아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당뇨병이 깨끗하게 나았다. 그는 그때서야 우습게 여기던 만병초가 세상의 어떤 약보다 훌륭한 약이고 무식한 아버지가 세상의 어떤 의사보다 훌륭한 의사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그 뒤로 만병초의 영험한 약효를 널리 알리고 아버지의 의술을 이어받는 일에 몰두하였다. 김 노인은 십년 쯤 전에 90세가 넘은 나이로 세상을 떠났고 지금은 장남이 아버지의 의술을 이어받아 그 맥을 이어오고 있다.
■워싱턴 주의 주화(州花)
만병초는 높고 추운 산꼭대기에서 자라는 늘푸른떨기나무다. 잎은 고무나무 잎을 닮았고 꽃은 철쭉꽃을 닮았으며 꽃빛깔은 희다. 천상초(天上草), 뚝갈나무, 만년초(萬年草), 풍엽, 석남엽 등의 여러 이름이 있다. 천상초는 하늘의 신선들이 가꾸는 꽃이라 하여 붙인 이름이고 만년초는 만 년 동안을 산다고 하여 붙은 이름이다. 영어로는 로드덴드롱(Rhododendron)이라고 부르며 미국에는 동북부와 서북부의 산악 지방에 널리 퍼져 자라는데 오레곤과 워싱턴 주에 특히 많다.
뉴욕, 뉴저지에서도 정원에 흔히 가꾸고 펜실베니아 주 포코노 산지나 캣츠킬 산에서도 흔하게 볼 수 있다. 만병초는 워싱턴 주의 주화(州花)이기도 하다. 만병초는 전세계에 5백 여종 이상이 있는데 히말라야에는 아름드리 거목으로 자라는 만병초나무가 많다. 만병초를 중국에서는 칠리향(七里香) 또는 향수(香樹)라는 이름으로 부르는데 꽃에서 좋은 향기가 나기 때문에 붙은 이름이다. 만주지방에 사는 사람들은 제사를 지낼 때에 향나무 대신 만병초 잎을 태운다고 한다. 만병초 잎은 향기가 좋아 백두산 밑에 사는 사람들이나 일본의 아이누족은 만병초 잎을 말아서 담배처
럼 피우기도 한다.
만병초는 춥고 바람이 많은 산꼭대기에서 자란다. 우리나라에는 태백산, 울릉도, 한라산, 지리산, 오대산, 소백산, 설악산, 계방산의 해발 1천 미터가 넘는 곳에서 난다. 북한에는 백두산에 노랑색 꽃이 피는 노랑만병초의 큰 군락이 있고, 울릉도에는 붉은 꽃이 피는 홍만병초가 있다.
만병초는 생명력이 몹시 강인한 나무다. 영하 30-40도의 추위에도 푸른 잎을 떨어뜨리지 않는다. 이 나무는 날씨가 건조할 때나 추운 겨울철에는 잎이 뒤로 도르르 말려 수분 증발을 막는다. 만병초 잎에는 ‘안드로메도톡신’이라는 독이 있으므로 많이 먹으면 중독된다. 한꺼번에 많은 양을 먹으면 생명이 위태로울 수도 있다.
무릇 아무리 좋은 약이라도 지나치면 독이 되는 법이다. 만병초를 복용하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만병초잎 5-6개를 물 1되(1.8리터)에 넣고 물이 반으로 줄어들 때까지 약한 불로 달이면 물이 붉은 빛깔로 우러난다. 이것을 하루 2-3번 마시되 반드시 밥먹고 나서 즉시 복용한다. 처음에는
소주잔으로 반 잔쯤을 마시다가 차츰 양을 늘리되, 마시고 나서 30분에서 한 시간쯤 뒤에 술을 마신 것처럼 약간 취하고 어지러운 증상이 나타날 때까지 조금씩 양을 늘려 나간다. 술 한 잔을 마시고 취하는 사람이 있고 한 병을 마셔도 취하지 않는 사람이 있는 것처럼 약도 사람마다 체질이 다르기 때문에 처음에는 조금씩 마시다가 차츰 양을 늘려 나가면서 자신한테 맞는 양을 스스로 정해야 한다. 한꺼번에 많이 마시면 앞에서 설명한 대로 석청을 먹은 것과 같은 반응이 나타나서 3-5시간동안 고생을 하게 된다.
만병초 잎을 달인 차를 오래 마시면 정신이 맑아지고 피가 깨끗해지며 정력이 좋아진다. 특히 여성들이 먹으면 피부가 고와지고 불감증이 없어진다고 한다. 습관성이 없으므로 오래 복용해도 부작용이 없다.
간경화, 간염, 당뇨병, 고혈압, 저혈압, 관절염 등에도 좋은 치료효과가 있다. 주위에 있는 분들한테 만병초를 복용하게 해 본 결과 얼굴이 맑아지고 비만증이 치료되고 피부에 있는 검은 점이나 주근깨 같은 것들이 없어졌으며 고혈압이나 관절염이 낫고 정신이 맑아지고 집중력이 높
아지는 등의 효과가 나타났다.
■만병 고치는 만능 약초
만병초(萬病草)는 이름 그대로 만병에 효과가 있는 약초이다. 한방에서는 별로 쓰지 않지만 민간에서는 거의 만병통치약처럼 쓰고 있다.
만병초는 고혈압, 저혈압, 당뇨병, 신경통, 관절염, 두통, 생리불순, 불임증, 양기부족, 신장병, 심부전증, 비만증, 무좀, 간경화, 간염, 축농증, 중이염 등의 갖가지 질병에 효과가 있다. <중약대사전>에 ‘성질은 평하고 맛은 달고 시큼하며 생리불순, 토혈, 자궁출혈, 직장궤양출혈, 이질, 관절염을 치료한다’고 하였고, <중국장백산약용식물채색도지(中國長白山藥用植物彩色圖志)>에서는 ‘중추신경을 억제하여 통증을 멎게 하고 혈압을 뚜렷하게 낮추며 수렴, 발한, 항균, 강심 작용이 있어 이질과 사지마비, 신경통, 류마티스 관절염 등을 치료하는 효능이 있다’
고 하였다.
만병초는 잎과 뿌리를 약으로 쓴다. 잎을 쓸 때에는 가을이나 겨울철에 채취한 잎을 차로 달여 마시고 뿌리를 쓸 때에는 술을 담가서 먹는다. 만병초 잎으로 술을 담글 수도 있다.만병초 잎을 차로 마시려면, 만병초잎 5-10개를 물 2되(3.6리터)에 넣어 물이 1되가 될 때까지 끓여서 한번에 소주잔으로 1잔씩 밥먹고 나서 마신다. 만병초 잎을 달인 차를 오래 마시면 정신이 맑아지고 피가 깨끗해지며 정력이 좋아진다. 특히 여성들이 먹으면 불감증을 치료할 수 있고 정력이 세어진다고 한다. 습관성이 없으므로 오래 복용할 수 있고 간경화, 간염, 당뇨병, 고혈압, 저혈압, 관절염 등에도 좋은 효과가 있다.
만병초 잎은 백설풍 또는 백전풍이라고 부르는 백납에도 좋은 효과가 있다. 백납은 피부에 흰 반점이 생겨 차츰 번져 가는 병으로 여간해서는 치료가 어렵고, 치료된다 하더라도 완치되기까지 2-3년이 걸리는 고약한 병이다. 백납 환자는 서울에만도 5만 명이 넘는다는 통계가 나와 있으나 이를 완치할 수 있는 약은 아직까지 없는 상태이다.
백납에는 환부에 1푼(0.3밀리미터) 깊이로 침을 빽빽하게 찌른 다음 만병초 달인 물을 면봉 같은 것으로 적셔서 하루에 3-4번씩 발라 준다. 빨리 낫는 사람은 1주일, 상태가 심한 사람은 2-3개월이면 치유가 가능하다. 만병초 잎은 균을 죽이는 힘이 몹시 강하여 무좀, 습진, 건선 같은 피부병을 치료하는 데도 쓴다. 만병초 달인 물로 자주 씻거나 발라준다. 만병초 달인 물을 진딧물이나 농작물의 해충을 없애는 자연 농약으로 쓸 수도 있으며 화장실에 만병초 잎 몇 개를 넣어 두면 구더기가 다 죽는다. 만병초 달인 물로 소, 개, 고양이 등 가축을 목욕시키면 이, 벼룩, 진드기 등이 다 없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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