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한국에서 노무현 대통령과 열린 우리당의 인기는 형편없다. 오죽하면 이들이 골프장에서 상대방을 골탕 먹이는 수단으로 쓰이겠는가. 내기 골프를 치면서 상대방이 샷을 하기 전 ‘노 대통령 일 잘 한다’고 하면 대개 공이 빗나간다고 한다. 그래도 잘 치면 ‘이해찬 총리는 겸손한 인물’이라고 한다. 그러면 열에 아홉은 헛스윙을 한다. 그래도 냉정을 잃지 않는 상대방에게 ‘다음 대통령은 유시민’ 하면 백발백중 열을 받고 골프를 망친다는 것이다.
미주 한인 사회에서 대통령과 집권당의 인기는 보수적인 분위기를 감안할 때 한국보다 낮으면 낮았지 높지는 않을 것이다. 대다수 한인들이 이해할 수 없는 것은 현 정부가 갖고 있는 미국관이다. 한국에서는 “반미면 어떻습니까”라고 했다가 미국에 와서는 “미국이 아니었더라면 나는 정치범 수용소에 가 있었을 것”이라는 노 대통령의 발언도 종잡을 수 없고 느닷없이 맥아더 동상을 철거하겠다고 나선 사람들을 집권당 일부 의원들이 두둔하고 나서는 등 사람들을 어리둥절하게 하고 있다.
그 원인을 결론부터 말하면 청와대 핵심 간부들과 집권 여당 일부 의원들 중에 젊은 시절 북한을 찬양하고 김일성 주체사상을 신봉하던 인물들이 박혀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들이 모두 지금도 주사파로 활동하고 있다는 것은 아니다. 일부는 잘못을 깨닫고 전향했지만 나머지는 아직도 북한에 대한 미련과 미국에 대한 증오를 버리지 못하고 있다.
자유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해 독재와 싸우던 소위 한국 대학의 운동권이 변질된 것은 80년대부터다. 5.18 광주 학살을 저지른 전두환 일당에 대한 분노가 이를 ‘방조한’ 미국에 대한 미움과 전두환의 적 북한에 대한 동경으로 바뀐 것이다. 이때부터 한국 대학은 소위 ‘민족 해방’(NL)파와 ‘인민 민주주의’(PD)파에 의해 최근까지 장악돼 왔다. 이들은 전교조의 핵심 멤버가 되어 반미 사상을 학생들에게 가르치는가 하면 국회와 청와대에서 한국의 정책을 좌우하고 있다. 지난번 총선에서 탄핵 역풍을 업고 등단한 열린 우리당 국회의원 중 12명이 주사파 출신이다.
최근까지라고 한 것은 지난 20여년간 극렬 운동권이 주도해 온 경희대 총 학생회장 선거에서 며칠 전 처음으로 뉴 라이트 계열 학생이 회장에 당선됐기 때문이다. 1년 전부터 시작된 뉴 라이트 운동으로 한국의 대학과 사회가 조금씩 바뀌고 있다. 대학가에서 금기시 돼 오던 북한 인권이 토론되는가 하면 운동권 학생들의 세력이 힘을 잃고 있다. 지난 번 대선에서 노무현 당선에 결정적 역할을 했던 인터넷 매체도 이제는 더 이상 좌파 일색이 아니다.
뉴 라이트 운동의 핵심 가치는 자유 민주주의와 시장 경제, 북한의 인권과 올바른 미국관이다. 이들이 호응을 얻고 있다는 것은 현 정부의 무능과 좌편향 시각에 대한 불만의 표출이기도 하지만 국민들이 어느 길이 옳은 길인지 알고 있다는 점에서 희망적이다.
미주 한인들 입장에서 특히 관심이 가는 것은 이 운동의 미국관이다. 무조건 미국을 따르자는 것이 아니라 최근 역사에서 미국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를 바로 알고 한국에 유익한 방향으로 대미 관계를 이끌어 가자는 것이다. 1945년부터 지난 60여 년 동안 미국은 한국민을 일제의 천황 파시즘과 김일성의 유일 귀신 독재에서 구해냈고 자유 민주 정부 수립을 가능케 했으며 시장 경제 체제 도입과 한국 상품 구매로 세계 10위의 경제 강국으로 일어서는 것을 도왔다.
미국이 한국을 도와준 것은 미국의 이익을 위한 것이란 한심한 소리를 아직도 하는 사람들이 있다. 세계 역사상 어느 나라가 자국의 이익에 반해 다른 나라를 도와준 일이 있는가. 문제는 미국과의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한국에 도움이 되는가 하는 점이다. 그리고 그 대답은 분명한 예스다.
지난 주말 LA 한인타운에서는 미국 내 뉴 라이트 그룹 조직을 위한 김진홍 목사 강연회가 열렸다. 한국에서 뉴 라이트 운동을 주도하고 있는 김 목사는 샌프란시스코와 뉴욕, 워싱턴 등지에서도 뉴 라이트 운동 단체를 만들 계획이다. 한미 관계가 악화될 때 제일 먼저 피해를 입는 것은 재미 한인이다. 뉴 라이트 운동은 지난 수 년 간 손상된 한미 관계를 치유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한국에서 벌어지는 뉴 라이트 운동을 ‘바다 건너 불 보듯’ 할 수 없는 까닭이 여기 있다.
민 경 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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