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카’는 열쇠가 아니라 카드를
이제까지 자동차를 렌트하려면 최소한 하루, 즉 일 단위로 빌려야만 했지만 몇개 대도시에서 특히 젊은층 사이에서 인기를 모으고 있는 ‘카셰어링’(car-sharing)을 이용하면 시간 단위로 자동차를 빌려 쓸 수 있다. ‘카셰어링’은 1990년대말 일단의 환경의식을 가진 사업가들이 유럽에서 도입한 개념으로 그동안 8개 도시에서 영업해 온 ‘집카’(ZipCar)와 ‘플렉스카’(Flexcar)의 2개 회사가 사업을 확장하면서 과연 비즈니스가 될지를 시험하고 있다.
전화·인터넷 예약… 렌트비 1시간 7~8달러, 하루 60달러
직원 안거치고 차고·거리에 주차된 차 쓴다음 같은 곳 반환
‘플렉스카’‘집카’회원 4~5만명… 일부도시 관용차로 사용
유망해 보였기에 ‘아메리카 온라인’의 창립자로 지금은 벤처 투자가가 된 스티븐 케이스가 올해 워싱턴 DC에서 한번 그 차를 타보고 ‘플렉스카’를 매입했을 것이다. 케이스는 리 아이이코카 전 크라이슬러 회장과 전직 ‘에이비스’ 사장을 이사로 영입했다.
‘집카’ 또한 그에 못지 않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최근 실리콘 밸리의 벤처 투자회사 벤치마크 캐피털로부터 1,000만달러를 받아 시카고 및 서너개 다른 도시로 서비스를 확대하기 시작했다.
카셰어링은 ‘허츠’나 ‘에이비스’에서 자동차를 렌트하는 것과 다른 방식으로 이용한다. 먼저 연간 35~50달러를 내고 회원이 되어야 한다. 자동차는 온라인이나 전화로 예약할 수 있는데 시간당 사용료는 ‘플렉스카’가 7달러50센트, ‘집카’는 8달러50센트다. 24시간 사용할 경우는 보험및 연료비 포함 60달러쯤 된다.
회원과 회사간 모든 거래에는 사람이 거의 개입되지 않는다. 차고, 거리, 골목에 주차된 자동차를 사무실 건물 출입시 직원들이 사용하는 보안장치처럼 생긴 카드로 열고 들어가며, 다 쓴 다음에 같은 장소에 세워 놓으면 이미 등록해 놓은 크레딧 카드에서 요금이 정산된다.
‘집카’는 보스턴, 뉴욕, 워싱턴과 샌프란시스코의 4개 시장에서 900대의 자동차를 이용하는 회원이 5만명, ‘플렉스카’는 시애틀, 포틀랜드, 워싱턴, 샌프란시스코, 로스앤젤레스와 샌디에고에서 500대의 자동차를 가지고 4만명의 회원에게 서브하고 있다고 말한다.
물론 아주 작지만 두 회사 모두 급성장중이다. UC 버클리 연구에 따르면 지난 8월 현재 이 두 회사와 전국의 몇개 비영리 카셰어링 그룹의 회원은 총 7만6420명, 자동차 보유 대수는 1,192대였다. 연간 150억달러 규모인 렌털 카 비즈니스와 비교하면 보잘것 없는 수치지만 다달이 회원 숫자가 수천명씩 늘고 있고, 돈을 벌기 시작한 경우도 있다.
‘집카’가 작년에 손익분기점을 돌파했고 올해 총매출은 작년의 700만달러보다 2배 이상 증가한 1,500만달러가 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2003년도 매출은 400만달러였다. ‘플렉스카’는 아직 이익은 내지 못하고 있지만 케이스는 이 회사를 초기의 AOL에 비견하며 2010년까지는 100만명의 회원을 모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카셰어링이 유럽에서 시작된지는 10년이 조금 넘고 수익성 있는 틈새 시장을 형성하고 있지만 미국에서는 그렇지 않았다. 2000년도에 샌프란시스코에서 시험해보다 포기했던 ‘허츠’는 앞으로도 이 시장에는 별 흥미가 없다고 밝혔다. 그렇지만 한번 해보려는 사람들은 계속 나오고 있는 가운데 테크놀러지의 발전도 도움을 주고 있다. 즉 와이어리스 및 컴퓨터 기술의 발달 덕분에 회사측이 쉽게 차량을 모니터하고 소수의 직원만 가지고도 마음 놓고 렌트를 하는데 큰 비용을 들이지 않을 수 있게 됐다.
교통량을 줄일 방안을 찾는 시정부들이 무료 또는 세금으로 지원하는 주차장을 제공하고 자동차 렌트에 대한 세금을 청구하지 않고 있다. 필라델피아. 버클리, 포틀랜드의 일부 정부기관들은 직접 유지하는 관용차를 줄이고 이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기도 한데 카셰어링 회사 입장에서도 개인 회원들이 직장에서 일하는 시간에는 소기업이나 정부기관, 대학을 겨냥한 마케팅이 필수적이다.
아울러 개솔린 값이 갤런당 3달러가 넘었던 지난 가을 이후 카셰어링은 일단의 약은 도시 거주자들의 눈에도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러나 카셰어링 회사들이 몇개 대도시 이외의 지역에서도 성공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하나도 아니고 경쟁회사까지 있으니 더욱 문제다. ‘집카’는 내년에 시카고와 필라델피아로 서비스를 확대할 계획이며 시애틀, 포틀랜드, 밴쿠버, 브리티시 콜럼비아에도 눈독을 들이고 있다. 시카고지역에서는 이미 비영리 카셰어링 단체와 제휴하고 있는 플렉스카의 경우 애틀랜타, 오스틴, 보스턴과 뉴욕시로 확장할 계획.
유럽에서 가장 크고 성공적인 카셰어링 회사인 스위스의 ‘모빌리티’ 창립자인 콘라드 바그너는 카셰어링 사업은 유럽에 비해 대체 교통수단이 별로 없는 미국에서 더 전망이 좋긴 하지만 집카와 플렉스카 기타 로컬 비영리단체등 경쟁자가 너무 많은 것은 우려할 점이라고 지적한다. 모빌리티는 지난 10년간 라이벌 회사들을 수차례 합병, 스위스 유일의 카셰어링 회사로 자리 잡았다면서 와그너는 미국 카셰어링 회사들이 가격 경쟁으로 공멸하지 말기 바란다고 말했다.
미국내 카셰어링 회사 간부들은 벌써 무료 위성 라디오, 아이파드 연결 같은 경품들은 등장했지만 아직까지 가격 경쟁은 없었다고 단언하면서 현재 카셰어링 업계 최대의 문제는 바로 사람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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