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어서도 안 되지만 너무 많아도 문제가 되는 게 돈이다. 빅터 유고의 명작 ‘비참한 사람들’의 주인공인 장발장이 굶주린 조카들을 보다못해 빵을 훔치다가 잡혀 전과자가 된 사연만 보아도 사흘 굶으면 눈이 돌아가게 마련이다. 한편 ‘돈이 너무 많으면 사람이 미치게 된다’(Too much money makes men mad)라는 영국 속담처럼 돈 많은 사람들은 안하무인격의 거만함을 보이는데 더해 하나님의 존재까지 부인하는 교만을 나타내기가 쉽다. 그래서 무리한 일을 하기 때문에 화를 당하는 수가 많다. 성서에 나와있는 ‘아굴’의 잠언은 구구절절 옳은 태도다. “… 나로 가난하게도 마옵시고 부하게도 마옵시고 오직 필요한 양식으로 내게 먹이시옵소서. 혹 내가 배불러서 하나님을 모른다, 여호와가 누구냐 할까 하오며 혹 내가 가난하여 도적질하고 내 하나님의 이름을 욕되게 할까 두려워함이니이다.”(잠언 30 : 8, 9)
한국 최대의 재벌 이건희 회장의 막내딸 윤형 양이 자살했다는 보도를 보고 돈 많은 사람들의 행동이 보통사람들의 상식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것임을 새삼 느끼게 되었다. 삼성측에서는 처음에 뉴욕대학원에 유학 중이던 그가 교통사고로 죽었다고 발표했었다. 그러나 사람이 죽게되는 교통사고라면 으레 경찰에 신고되었어야 하는데 윤형 양의 경우 경찰보고가 없었다는데 착안한 뉴욕 한국일보사의 취재 때문에 진실이 밝혀지게 되었다. 윤형 양은 자기가 살던 고급 아파트에서 전깃줄에 목을 매어 자살했다는 사실이다. 그의 비극을 발견한 사람은 그와 사귀던 신수빈 이라는 청년인데 그 두 사람 사이의 관계를 이건희 씨 부부가 반대했기 때문에 그런 참담한 결과가 있었다고 추론할 수 있다.
서울의 명문대학 출신으로 알려진 신 씨와의 교제를 왜 윤형 양의 부모가 말렸을까? 추측에 불과하지만 아마도 신 씨 개인은 똑똑한지 몰라도 그의 집안 배경이 이건희 씨 마음에 들지 않았었을 법하다. 한국의 재벌들의 2세, 3세의 결혼에 있어서 비슷한 재벌 배경, 아니면 명문 집안을 선호하는 정략결혼이 흔하다는 사실에서 그런 추측이 가능하다. 사실 이윤형 양의 언니들 둘만 보아도 그렇다. 그 하나는 국무총리를 지낸 이한동 씨 며느리이고, 또 하나는 동아일보 사주 김병관 씨의 며느리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윤형 양의 부모는 그도 삼성 재벌의 영속화에 도움이 될 집안에 시집가기를 바래서 그가 사귀던 신 씨와의 결혼을 반대했을 가능성이 많다. 결국 윤형 양이 꽃다운 나이에 자살이라는 극단의 선택을 한 데는 부모의 책임이 크다고 할 수밖에 없다.
윤형 양의 재산이 2,000억 원, 즉 미화로 쳐서 2억불이라니까 돈이 행복을 살 수 없다는 평범한 진리를 되새기게 된다. 한 걸음 더 나가 그의 희생은 그가 돈이 많아도 너무 엄청나게 많은 집안의 딸이었기 때문에 생긴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한국 최대재벌의 위치를 계속 다음 세대에도 넘겨주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이건희 씨와 그 측근들로 하여금 그의 아들 재용 씨에로 편법, 또는 탈세 성격의 상속 내지 주식증여를 모색하도록 만들기도 할 것이다. 또 자기 처남인 홍석현 전 중앙일보 사장을 통한 한나라당에 대한 정치자금 전달 등으로 말썽을 빚고 있는 것도 또 삼성의 장래보험을 위해 저지른 일임이 분명하다. 국회에서의 국정감사 증인으로 호출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라고 보이는 오랫동안의 미국체재도 역시 자기보호의 고육책으로 보인다.
윤형 양의 교통사고설을 발표한 삼성의 단견도 대단하다. 며칠 있으면 터질 일을 그처럼 거짓말로 꿰매려 했다면 어리석어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비슷한 어리석음은 삼성전자가 1999년부터 약 3년간 다른 전자회사들과 반도체 D램 가격을 담합했었다는 사건에서도 볼 수 있다. 기소되어 재판을 기다리던 중 미 법무성과 법정 밖의 타결을 보아 앞으로 5년 내에 3억불의 벌금을 물어야 하는 결과를 가지고 왔다. 돈이 많아 안하무인격으로 교만했기에 생긴 사건으로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이건희 씨 부부가 느끼고 있을 천추의 한을 짐작해보면 인간적으로 무척 동정이 간다. 그러나 그들이 지금은 별 볼일 없는 이한동 씨의 처지와 또 탈세로 영어의 몸이 되었던 김병관 씨, 더군다나 탈세사건 조사중 아파트에서 투신자살한 김씨 부인 사건에서 일류 집안과 척분을 맺어도 상황은 변한다는 교훈을 감지했더라면 막내딸의 행복을 막지 않았을 것임을 생각하면 안타까울 뿐이다.
<남선우 변호사 MD, VA 301-622-6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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