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현 전 통일부장관은 “북한-중국간 상호의존성이 커지면 통일은 물건너 간다”며 “남-북간 상호의존성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전 장관은 “북 변화의 방향을 어디로 돌릴 것인가가 우리의 과제”라며 이같이 말했다.
민족화해협력국민협의회 대표 상임의장 자격으로 워싱턴을 방문한 정 전 장관은 1일 열린 6.15 공동선언실현 워싱턴위원회 주최 간담회에서 ‘한반도 정세와 남북관계의 전망’을 주제로 강연했다.
■ 북의 중국행 막아야
정 전 장관은 “북한이 개혁, 개방해 그 화살표가 중국이 아닌 남한으로 온다면 (북이) 남한화하지 않겠는가”라며 “그러기 위해선 북의 손을 잡아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국제사회에서 제기되고 있는 북한 인권과 핵 문제, 김정일 위원장에 대한 비판에 대해서도 “자칫 북이 동북 4성이 될 수 있다”며 “큰 차원에서 관리하고 생각해야한다”고 신중한 대응을 주문했다.
그는 이어 “미국은 이를 감안, 남북관계 심화와 북한의 개방, 개혁을 촉진시킬 수 있는 방향으로 핵문제 해결 전략을 수립, 추진해야 한다”며 “현재의 미 외교는 잘못 나가고 있다”고 미온적인 부시 행정부의 대북 정책을 꼬집었다.
정 전 장관은 또 북핵문제의 근원을 ‘북의 미국으로부터의 피해, 방어의식’이라 진단한 후 “미국이 수교 전망을 보이면 북이 해결할 것”이라며 미국의 수교 의지에 북핵문제 해결 여부가 달렸음을 강조했다.
■ 대북지원, 퍼주기 아니다
그는 대북 지원에 대한 퍼주기 비판에 대해서는 ‘평화 건설: Peace Building’ 비용으로 받아들여야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 전 장관은 “북핵은 기본적으로 남한 인질정책”이라며 “북이 미사일 한방만 쏴도 2천900만이 사는 서울, 수도권은 패닉상태에 빠진다”고 북한을 자극 못하는 한국정부의 곤혹스런 입장을 소개했다.
그는 이어 “정부의 Peace Building Process가 없었으면 북 발언에 남측은 불안해하고 증권가가 마비되는 사태가 벌어졌을 것”이라며 “북에 연 2-3억달러를 지원해도 무역에서 250억달러의 흑자를 내면 남는 장사”라고 쌀, 비료지원의 효용성을 주장했다.
그는 또 “북핵문제 대처에 있어 남측이 미국편을 들지 못하고 북측과 접점을 찾으려 노력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도 Peace Building의 과정”이라며 “한미동맹을 깨려는 의도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 흡수통일 위험하다
정 전 장관은 보수세력 일각의 흡수통일론에 대해서는 비판의 날을 세웠다.
그는 “북한이 내일 당장 붕괴돼도 우리(남) 것이 되진 않는다”며 “북 붕괴시 대한민국의 헌정 질서가 압록강까지 확대된다는 논리는 단순하다”고 비판했다. 그는 “설사 북이 붕괴돼도 미국과 중국이 가만히 있지 않는다”며 “친미-친중 정권을 세우기 위해 박이 터질 수도 있다”고 국제사회의 냉엄한 현실을 직시해야 함을 지적했다.
그는 또 사회적 혼란과 엄청난 통일비용을 부담중인 동서독을 예로 들며 “흡수통일은 우리의 능력으론 안된다”고 거듭 주장했다.
통일의 과정, 방법론에 대해 정 전 장관은 경제공동체-국가연합의 수순을 제시했다.
그는 “북이 자력으로 일어날 수준만큼 지원해 수위 차가 크지 않을 때 남북간 경제공동체를 추진해야 우리 부담이 크지 않다”며 “향후에는 일정기간 국가연합 형태로 관리돼야 할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정세현 전 장관은 77년 국토통일원에 입문한 이래, 93∼96년 대통령 통일비서관, 98년 통일부 차관, 2002-04년 통일부 장관을 지냈으며 올들어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 대표 상임의장을 맡고 있다.
■ 전직 단체장등 대거 참석
강서면옥에서 열린 이날 간담회에는 최병구 총영사를 비롯해 로광욱, 강철은, 박규훈, 신필영, 오석봉, 정세권, 김성래, 송제경, 문흥택 전 워싱턴한인회장, 김응태 평통 전 회장, 고대현 북버지니아한인회장등 70여명이 참석, 정 전 장관의 강연에 귀를 기울였다.
민화협측에서는 조성우 상임의장, 이창민 실장, 이운식 사무차장, 김재규 부국장등 4명이 배석했다. 간담회는 신필영 6.15 워싱턴위원회 위원장의 참석자 소개, 강철은 준비위원장의 환영사에 이어 정 전 장관의 강연, 조성우 의장의 인사말로 끝을 맺었다.
<이종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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