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디스 밀러의 이름은 한동안 세인의 입에 자주 회자되었었다. CIA 비밀분석가의 이름을 자기에게 언급한 고위층의 이름을 대배심원에게 밝히기를 거절했기 때문에 법정모욕죄로 85일간 유치장생활을 했던 뉴욕타임스지의 기자였기 때문이다. 취재원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또 언론자유의 신장을 위한 ‘순교자’적 희생양처럼 본인도 행세했고 그 신문도 그 점을 강조하는데 인색함이 없었다.
그러나 피츠제럴드 특별검사의 거의 2년간에 걸친 조사결과 루이스 리비 당시 부통령 비서실장이라고 밝혀진 그 취재원이 애당초 밀러에게 감옥에 가는 대신 자신의 신분을 밝혀도 된다고 허락을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부터 밀러는 뉴욕타임스지 내부로부터 거센 비난을 받기 시작했다. 그 신문의 주필 자신이 밀러와 리비의 관계를 얽혀진 관계(entanglement)라고 표현하는 해명서를 신문에 실을 정도였다. 결국 밀러는 자의반 타의반으로 뉴욕타임스를 떠날 수밖에 없었다.
그러면서 그의 기자경력이 해부대에 오르게 되었다. 국방문제, 특히 화학무기 등 대량살상무기 전문가로 인식되면서 서너 권의 저술까지 있었던 밀러는 클린턴 제1 임기 초에 1년 동안 국방장관이었던 고 레스 애스핀이 연방 하원 국방위원장으로 있던 시절 그와 동거생활을 했었다는 것까지 워싱턴포스트지 등에 언급되었다.
기자로서 성공 지향적이고 공격적인데 더해 뉴스 소스와의 부적절한 관계까지 맺어왔다는 전력이 떳떳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더군다나 이라크 전쟁의 명분으로 부시가 내세웠던 사담 후세인의 대량학살무기(WMD) 보유설을 계속 크게 보도함으로써 부시 행정부와 보조를 맞춰왔다는 점도 비난의 대상이 되었다.
한편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필명을 날린 워싱턴 포스트의 밥 우드워드 편집부국장도 2003년 6월에 어떤 고위층으로부터 발레리 플레임 이라는 CIA 비밀분석가의 이름을 들었었지만 얼마 전까지도 자기 신문사 상사들에게 그 사실을 알려주지 않고 있었다고 최근에 공개사과 함으로써 뉴스거리가 되었다. 그의 경우는 부시 행정부의 고위층과의 심도 있는 인터뷰를 통해 이미 두 권의 베스트셀러를 썼으며 또 앞으로도 쓰게 될 그 개인적 계획이 신문사에서의 업무를 방해한 것이 아닌가 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앤디 카드 백악관 비서실장이 우드워드와 그런 대화를 가졌었다고 밝혔지만 당사자는 그렇지 않다고 주장한다. 우드워드의 제보자는 체니 부통령일수도 있다.
이 게재에 워싱턴 신문기자들의 정부기사 취재 방식에 대해 생각해본다. 제일 직접적인 것은 대통령 이하 정부 당국자의 기자회견들이 있다. 그 경우 뉴스 근원의 말을 직접 인용할 수 있다. 백악관 대변인이나 국무성 대변인의 브리핑도 같은 범주에 속한다. 어떤 경우는 정부의 입장이나 정책 방향을 설명하는 기사에서 ‘행정부 고위층’ ‘국무성 고위층’ 또는 ‘정통한 소식통’이라는 표현이 나오면서 그 뉴스 근원의 이름은 밝혀지지 않는다. 뉴스 내용이 누구로부터 나왔는지를 밝히지 않는다는 의미로 ‘not for attribution’이란 뉴스 취급방식이다. 때로는 국무성 고위층이 ‘라이스’ 장관을 의미할 수도 있고 다른 때는 부차관이나 차관보일 수도 있다.
‘Deep background’라고 그 뉴스나 소식이 누구에게 나왔는지를 밝히지 않으면서 어떤 사태에 대한 배경을 설명하는 데만 내용을 언급하는 방식도 있다. 때로는 고위 관리들이나 기타 뉴스 근원이 ‘off the record’라는 ‘기록해서는 안 된다’ 또는 ‘발설해서는 안 된다’ 라는 요구조건에 응해야만 기자에게 접근을 허용하는 수도 있다.
리비가 밀러에게, 또 아직은 워싱턴 포스트가 신분을 밝히지 않은 고위층이 우드워드에게 한 것처럼 기사거리를 주면서도 뉴스 근원의 신원 비밀보장을 요구하기도 한다. 그런데 두 사람 다 그것을 기사에 쓰지 않았고 제일 먼저 기사화한 사람은 로버트 노백이란 보수계 칼럼니스트였었다는 게 아이러니다. 부시의 이라크 전쟁을 반대하는 윌슨 전 대사의 부인이 CIA 첩자였으며 윌슨이 니제르에 파견되었던 것도 부인 덕이었음을 흘리는 정보를 제공한 ‘고위층’으로서 리비 말고 또 기소될 사람이 있게 될는지, 그리고 우드워드의 발설로 리비의 변호가 큰 힘을 받게 될는지 주목된다.
남선우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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