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미디어를 통해 성희롱 예방훈련에 관한 보도를 여러 번 보았다. USC도 전 직원이 올해 안에 모두 마쳐야 한다는 지침을 내려 필자도 지난달 받았다.
캘리포니아 주의회 법안에 따라, 50명 이상의 직원을 가진 고용주는 2005년도 안에 모든 관리(supervisory) 직원들에게 2시간의 훈련과 교육을 제공해야 한다.
나도 처음엔 뭐 새삼스럽게 배울 것이 없다는 선입견으로 마지못해 웹사이트를 통해 훈련을 받았는데, 처음 소개말로 총장이 아주 직설적으로 직원들은 부하직원들과, 교수들은 학생들과 성관계를 갖지 말라고 하는 메시지를 듣고 문제의 심각성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왜 캘리포니아주 전체에 해당하는 법이 생기고 훈련들을 1년 안에 마쳐야 하는지 그 심각성은 통계가 말해 주고 있다. 미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여성의 40~70%와 남성의 10~20%가 직장에서 어떤 형태로든지 성희롱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보고하였으며, 일반적으로 약 1만5,000건의 성희롱 사례들이 매년 평등고용기회센터(Equal Employment Opportunity Center)에 보고 접수되고 있다고 한다. 또한 연방 노동부는 성희롱의 결과인 장기 결근, 근무의욕 저하, 새로운 직원훈련 교체 비용으로 인해 미국 회사들이 매년 10억달러 정도의 손해를 보고 있다고 예측하였다. 즉, 직장내 성희롱을 적절히 예방하지 못하면, 성희롱을 당한 개인의 고통은 물론이고, 고용주에게도 경제적인 손해가 따르게 된다는 것이다.
거의 두 시간의 성희롱 예방 훈련을 받고 나니, 나도 미처 생각하지도 못한 상황이 성희롱으로 간주될 수도 있다는 것을 배웠다. 예를 들면 성적인 농담을 했을 때, 직접 들은 본인은 농담으로 넘길 수도 있지만, 옆에서 우연히 들은 사람이 성희롱이라고 생각할 때에도 성희롱으로 간주될 수 있다고 한다. 즉 여직원이 남자 직원한테 “오늘 양복 멋있는데”하는 찬사를 하는 것은 괜찮지만 한마디 더 보태서 “너무 멋있어서 일에 집중이 안 되는데, 그 양복을 벗기고 싶은 상상이 떠올라서”라는 좀 심한 농담의 경우, 그 말을 들은 남자 직원이 ‘와, 내 체격이 좋다는 말이구나’라며 아부하는 말로 이해하고 또 그 주위에 아무도 들은 사람이 없을 때에는 성희롱으로 간주되지 않지만, 본인은 괜찮을 지라도 만약 옆에 지나가던 다른 직원이 성적으로 적나라하다고 생각하면 문제가 된다고 한다.
신체적 접촉도 잘 구분해서 해야 한다고 한다. 직장 내에서 서로 악수하고 안아주는 것은 문제가 아니지만, 얼마나 가까이 껴안는지, 혹은 어깨만 껴안는 것이 아니라 허리까지 껴안을 때, 상대방이 타당한 이유로 별로 좋아하지 않을 때는 성희롱으로 간주될 수가 있어 금지되어야 한다고 한다. 또한 성희롱은 동성 사이에서도 해당된다고 한다. 사내 데이트의 경우도 특히 젊은이들이 무척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데이트를 신청하는 것은 괜찮은데 일단 본인이 관심 없다고 거절하는데도 계속 신청하면 성희롱으로 간주될 수가 있다고 한다. 시각적인 면이나 인터넷 온라인상으로의 성희롱도 주의하여야 한다.
예를 들면, 여자직원이 야한 비키니 차림의 여자 모델 그림이 걸려있는 달력을 걸어놓았을 때, 합리적인(reasonable) 사람들이 모욕을 받았다고 생각하면 당장 그 달력을 치워야 한다.
성희롱의 정의는 직장에서, 혹은 사업을 할 경우는 상대하는 손님들과 거래소까지 전부 적용이 되기 때문에 50명 이하의 직원을 가진 한인 비즈니스 커뮤니티도 자세히 알아둘 필요가 있다고 한다. 성희롱을 받는 본인뿐만 아니라, 옆에서 알고서도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는 업주들에게도 책임이 전가되어 법정 소송으로 이어진 큰 배상금 사건도 본 적이 있다.
요새 한국에서 반영되는 연속극을 보면 아찔할 정도의 성희롱 장면들이 나오는데, 아직도 한국 남성들이 아주 적극적으로 혹은 어느 정도 강압적으로 여성직원에게 키스까지 하는 장면이나, 섹시한 여직원을 사내 상급 남성 직원이 엘리베이터에 둘이 있을 때 엉덩이를 만지는 장면 등이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얼마 전 나이 지긋한 사업하는 한인 남성이 자기가 휴가 갔다 오니까 “미국 여직원이 큰 가슴을 들이대고 반갑게 안아주었다”는 얘기를 듣고서, 우리 한인 커뮤니티에서도 구체적이고 자세한 성희롱 예방훈련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었다. 남자나 여자, 그저 말조심, 행동조심 해야 하는 것이 현 미국 사회의 현실이다.
케이 송
USC 부부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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