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백인 탈출(The New White Flight). 교외지역 명문고교에 아시안 학생이 늘면 백인학생들은 떠난다. 이유는 무엇인가? 최근 월스트릿 저널 위크앤드 에디션이 커버스토리로 다룬 기사의 제목으로 이 신문은 실리콘 밸리의 학업성적과 명문대 합격률이 높은 공립 명문고교 2곳에서 최근 10년간 발생한 백인학생들의 탈출을 심도 있게 취재 보도했다. 이유는 아시안 학생들이 늘어나면 너무 시험성적과 수학, 과학 등에만 집중하며 전인교육을 위한 스포츠, 인문교육과목, 학생 개인취향에 맞춘 과외활동들이 없어진다는데 있다. 거기에 백인부모들은 또 학생들 간에 경쟁이 너무 치열해 지는 것도 탈출의 한 이유로 첨가하고 있다.
아시안 학생 시험성적에만 치중
지나친 경쟁 탓 학업 압박 심해
원하는 과외활동은 꿈도 못꿔요
■월스트릿 저널서 특집 보도
실리콘 밸리의 교외지역 쿠퍼틴토에 위치한 린브룩 고교는 지난 10년간 백인학생 비율이 거의 절반으로 떨어져 25%에 그치고 있다. 몬테비스타 고교도 백인학생 비율이 45%에서 3분의 1미만으로 떨어졌다. 이 동네 주민은 절반이 백인이고 이 두 공립고교는 올해 1,000점 만점에 평균 924점을 올린 북가주 최고 명문에 속하는 고교들이다.
이 지역은 한때 과일농장 지역이었으나 실리콘 밸리의 산업화와 함께 백인 엔지니어 가족들이 몰려든 중산층 교외지역으로 변했으며 인구는 현재 5만에 이르고 있다. 애플 컴퓨터사가 본사를 두고 있는 이 지역은 조용한 중산층 백인밀집 지역이었으나 최근 아시안 인구 급증으로 1998년 주민의 24%를 차지하던 아시안이 요즘은 41%에 육박했다.
아시안 인구가 늘면서 자연 공립고교에도 아시안 학생 비율이 늘고 있는 것은 당연한데 백인부모들이 인근 사립학교나 더 백인들만 밀집되어 있는 공립고교로 자녀들을 옮기기 때문에 이 두 명문 공립고교의 아시안 학생비율은 주민비율에 비해 월등히 높다.
백인 학생들이 빠졌다고 해서 성적이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평균 성적은 오히려 나날이 올라가서 평균 B학점의 학생이 클래스 밑 순위에서 3번째 서열을 차지하고 있을 정도다.
‘백인 탈출’(white flight)은 1960년대에 친숙했던 용어이다.
대도시에서 백인들이 대거 교외지역으로 빠져나감으로써 도심에는 아프리칸-아메리칸이나 교육수준이 낮은 히스패닉만 남게 되어 흑백분리 현상을 가중시켰던 현상을 말한다.
그러나 이번에 사용되고 있는 백인탈출은 중산층 교외지역에서 백인학생들이 아시안 학생들을 피해 사립이나 백인이 더 많은 학교로 빠져나가는 새로운 의미로 쓰여지고 있다.
물론 위에 지적된 문제점들을 아시안 학부모와 학생에 대한 스테레오 타입으로 몰고 가는 측도 있다. 휼렛패커드사의 매니저이며 차이니즈-아메리칸 커뮤니티 리더인 페이-페이-요는 “남부출신이라고 해서 모두 가난한 백인노동자는 아니고 또 백인이라고 해서 모두 성취가 약한 것이 아니듯이 아시안이라고 해서 모두 그런 것은 아니다”라며 아시안 학생들이 아무 것도 하지 않고 공부에만 매진한다는 기존관념은 편견이라고 말하고 있다.
■케이스별로 소개된 떠나는 이유들
◆캐시 케이틀리(몬테비스타 고교 PTA 공동회장)
최근 어린 아이들을 데리고 쿠퍼틴토로 이사하려는 젊은 부부에게 이사를 만류했다. 백인 학생들이 적어서 학교에 가면 너무 눈에 띄게 될 것이라고 말해줬다. 그녀의 4자녀는 몬타 비스타를 다녔거나 재학 중에 있다. 아들 앤드류(17)는 작년 여름 고교졸업시험을 치르고 학교를 그만뒀다. 요즘 애완동물 서플라이 가게에서 일하는 앤드류는 몬타 비스타의 학업 프레셔를 견디기 힘들어 했다.
◆제시 호긴(몬테비스타 고교를 졸업한 백인 학생)
부모님은 항상 아시안과 경쟁해서는 이길 수 없다고 걱정하셨다. 아시안 부모들은 너무 경쟁심이 강하고 학생들은 단순해 공부만 한다고 말씀하기도 했다.
◆제인 도헤티(은퇴 커뮤니티 행정관)
두 아들을 다른 학교에 보내고 있다. 10년 전 인디애나에서 쿠퍼티노로 이사 올 때 부동산 에이전트가 아시안 인구가 점차 타운에 늘고 있다는 코멘트를 했을 때 이를 흘려들었다. 이사 후 큰 아들 매튜가 몬테비스타 고교를 가기 위해 케네디 중학교를 다니고 있을 때였다. 매튜가 축구를 하고 있을 때 아시안 부모들은 자녀를 대거 애프터 스쿨 프로그램에 집어넣고 있었다. 몬테비스타 고교 학부모의 밤에 참석했더니 시험성적과 명문대학 입학률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을 보고는 매튜를 벨라마인 칼리지 프렙스쿨에 넣었다. 제스윗 사립학교로 백인이 55%이며 아시안이 24%로 상대적으로 적다. 아이들은 공부하면서도 자신들이 원하는 과외활동을 할 수 있어 다행이다. 몬테비스타 고교에 재학하면 그럴 시간이 없다. 경쟁에서 밀리면 안 되므로. 동생 케빈도 형의 전철을 밟으려고 한다.
모든 아시안이 경쟁적인 것이 아니라 초기 이민 아시안들이 그런 것 같다.
◆케빈 도헤티(17세 학생)
부모가 아시안과의 경쟁이 치열한 몬테비스타를 피하고 벨라마인 사립으로 보내준 것을 고맙게 생각한다. 케네디중학교와 몬테비스타에 다녔던 친구들이 별로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 여기서도 공부를 잘해야 하는 압력을 받고 있지만 그 외의 것도 병행할 수 있어서 좋다.
◆스티브 로울리(프레몬트 유니언 하이스쿨 교육구 교육감)
화학 AP클래스에 들어가면 32명의 학생 중 백인은 2~3명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모두 아시안이다. 백인부모들이나 일부 학생들은 교사들이 아시안 학생만큼 백인 학생들을 진지하게 대해 주지 않는다고 의심하고 있다. 외아들 에디가 린브룩 9학년에 입학했는데 기하학을 듣는 중 아시안 학생들은 이미 서머스쿨에서 대부분 선행학습을 했다는 사실을 알고는 좌절했다. 아시안들은 지나치게 경쟁적이며 한 곳에만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아라 한(‘아시안 아메리칸 X’의 공동 편집인·몬테비스타 졸업생)
“아시안이라면 똑똑하다는 것을 확인만 해주면 되지만 백인이라면 증명해 보여야 한다”고 이곳 친구들은 말하고 다닌다.
◆마크 세토(차이니즈 아메리칸, 몬테비스타 고교를 거쳐 예일대 졸업)
내 자녀들은 몬테비스타에 보내지 않을 것이다. 바깥으로 나가면 아시안 인구가 미국 내에 4%에 불과한데 이 고교에서는 대다수를 차지해서 불균형을 이루고 있다. 대학에 가면 학업 때문에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문화적응이 더 힘들다. 내가 졸업한 고교는 이런 바깥 문화에 적응을 힘들게 하고 있다.
◆헝 위이(차이니즈 아메리칸, 쿠퍼티노 거주)
아시안 부모들은 좀 더 자녀들의 정서발달에 중점을 둬야 한다는 사실을 캠페인하고 있다. 미즈 케틀리와 함께 몬테비스타 고교 PTA의 공동회장을 맡고 있는데 자신의 딸 다이애나가 뉴욕대학에 입학했다가 2개월 후인 2004년 빌딩에서 뛰어내려 자살해 버리고만 충격에서 이런 캠페인을 시작하게 됐다. “공부만 강조하면서 아이를 철저히 보호해 왔는데 이런 교육에 허점이 있었던 것 같다”고 그는 말한다. 최근 몬테비스타 고교는 어떻게 하면 10대 자녀와 더 원활한 대화를 할 수 있을까라는 주제로 시리즈 세미나를 개최했으며 린브룩고교도 작년에 너무 어렵거나 불필요한 숙제를 줄이는 등 공부 외의 다른 주제에 관심을 돌리고 있는 중이다.
<정석창 객원기자>
sokchangpl@cox.net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