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리적 결정을 하지 않겠다는 사람은 없다. 그런데도 비합리적 분위기가 생겨나는 것이 인간 사회다. 경제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거품이 대표적 현상이다. 가격이 비합리적으로 올라가는 경우가 거품이기 때문이다.
가격이 비합리적으로 올라간다는 말은 투자의 수익성이 너무 낮다는 말이다. 투자 수익성이 낮다는 말은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더 높은 투자가 있는 데도 낮은 투자를 선택한다는 뜻이다. 모순이다. 바보가 아닌 다음에야 수익성이 더 낮은 투자를 할 리가 없기 때문이다.
해답은 정기적 수익 외에 자산 자체의 가격이 올라가서 발생할 매매 차익에 있다. 즉 당장은 적게 버는 듯하지만 나중에 팔 때 값을 높이 받을 수 있으니 전체적으로 더 수익률이 좋다는 계산이다.
부동산 얘기다. 1년에 5만달러를 버는 건물을 100만달러에 샀다고 가정하자. 연 수익률이 5%다. 1년이 지나도 대충 5만달러 정도 버는데 그 때 150만달러에 팔리는 일이 일어난다. 수익률은 3.3%로 떨어진다. 이렇게 수익률이 떨어지는 데도 계속 투자가 일어나는 현상이 합리화되는 길은 하나 밖에 없다. 앞으로 수익률이 떨어지더라도 더 높은 가격에 팔 수 있다는 계산이다. 그리고 실제로 그런 일이 오랫동안 이루어졌다.
문제는 그 다음에 발생한다. 상대적으로 자꾸 부동산의 가격이 올라가면 어느 순간부터 부동산 불패론이라는 심리가 형성된다. 부동산 불패론이란 아주 단순화해서 표현하면 지금 현재 이 부동산의 수익률이 얼마가 되든지 일단 사두면 가격이 올라가기 때문에 사면 이익이 보장된다는 논리이다. 이 때부터는 부동산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다른 투자보다 낮아지기 시작하는 데도 부동산 가격이 오른다. 바로 이러한 불패론이 거품형성의 기본 요소이다.
투자 수익이 아무리 낮아져도 누군가 더 비싸게 살 것이란 믿음을 투자시장에서는 비합리적 위험감수(Irrational Risk Tolerance)라고 부른다. 쉬운 말로 위험 불감증이다. 투자의 결정에서 위험요소가 무시되면서 위험에 대한 적절한 보상수준의 수익성을 요구하지 않는 현상이다.
지금의 상태를 분석해 보자. 역사적으로 부동산 시장의 수익률은 부도의 위험이 전혀 없는 연방채권의 수익률에 비해 볼 때 최소한 4% 정도의 차이를 갖고 있었다. 10년 만기 연방채권의 수익률이 5%라고 하면 부동산 투자에서 수익률은 9% 이상이라는 말이다. 이 차이를 위험에 대한 보상이라고 부른다. 즉 연방채권에 투자하면 위험이 전혀 없는 반면 부동산에 투자하면 실패의 위험이 따르므로 이에 대한 보상을 받아야 하는데 이 보상은 더 높은 수익률로 나타나는 것이다.
그런데 지난 5년간 꾸준히 형성된 부동산 불패론은 부동산 투자 수익률을 낮추면서 연방채권과의 차이를 4%보다 훨씬 적은 2% 이하로 몰고 갔다. 현재 10년 만기 연방채권의 수익률이 4.5%대에서 머무는데 부동산 투자 수익률은 6%대에 머물고 있다. 위험 불감증이다.
부동산 투자의 위험이 과거보다 그만큼 줄어들었기 때문에 수익률의 차이가 줄었다고 주장하는 측면도 있다. 해외에서 투자자가 계속 들어오기 때문이라고도 하고 부동산 개발지역의 한계 때문에 수요 공급의 원리가 깨져 앞으로도 계속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으니 위험이 낮아졌다는 설명이다. 그럴 수도 있다.
그러나 오랜 기간 설정된 위험부담이 어느 한 시대에 그렇게 급히 바뀐다고 보는 것은 아무래도 무리가 있다. 투자위험에 대한 감각은 인간사회에 경제활동이 시작되면서부터 무수한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형성된 거의 제2의 본능적 확률이다. 넘어서기가 아주 힘들다는 말이다. 수많은 거품 때마다 시대가 바뀌었다고 주장한 이론들이 모두 억지로 판명되었던 과거를 보면 인간의 본능적 속성을 넘어서기가 얼마나 허망한 일인지 알 수 있다.
이제 서서히 수익성이 다시 중요시되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이자율이 오르기 때문이다. 매매가 줄어든다는 지표가 여기저기 나오고 있다. 수익성이 안 맞으면 다시 생각한다고 한다. 시장이 합리성을 찾아간다는 신호다. 이제 누군가가 더 많은 값을 주고 사주리라는 기대는 당분간 어렵다. 결국 다시 수익성이다. 그리고 수익성은 위험관리의 기본이다. 현재 부동산의 상태를 점검할 때다.
최운화
커먼웰스 은행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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