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류 미비자(불법 체류자)의 교육 권리와 관련한 3회 시리즈 가운데 지난 주 초·중·고등학교 의무교육 권리에 이어 이번 주에는 대학 진학 기회에 대한 내용을 소개한다. 뉴욕과 뉴저지 주에서는 서류 미비자라도 주내 공립대학에 진학할 수 있다. 단, 뉴욕은 거주민 학비를 적용받지만 뉴저지주는 타주 출신 또는 유학생 학비를 적용받는다는 점이 다르다. 서류 미비자의 고등교육 권리에 관해 알아본다.
미국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서류 미비자 학생은 매년 6만5,000여명에 달한다. 이들은 성적은 물론 운동과 예술분야에 이르기까지 다방면에서 우수성을 발휘하면서도 고교 졸업 후 더 이상 고등교육을 지속하지 못하는 경우가 상당수다. 대학에 진학하지 못하면 당연히 좋은 직장에 취업하기는 더욱 힘들어진다. 행여 체류신분이 걸림돌이 돼 취직길이 막혀 사회의 낙오자가 될 수도 있고 높은 실업률의 원인을 제공하게 된다면 이는 결국 미국에서 세금을 납부하고 합법적으로 거주하는 일반 시민들의 부담만 커지는 셈이다. 때문에 서류 미비자에게도 고등교육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큰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것이다. 현재 미국에서는 뉴욕주를 포함, 캘리포니아, 텍사스, 워싱턴, 일리노이즈, 뉴멕시코, 캔자스, 유
타, 오클라호마 등 전국 9개 주에서는 서류 미비자들이 주내 공립대학 진학시 거주민과 동등하게 저렴한 학비를 부과하고 있다.
이외 뉴저지 주처럼 서류 미비자들을 위한 대학 진학의 길은 열어두었지만 거주민 학비를 적용하지 않고 이보다 비싼 타주 출신 또는 유학생 학비를 적용하는 곳도 많다. 하지만 거주민 학비를 적용하는 주정부라 할지라도 서류 미비자들은 연방학비융자나 무상학비지원 프로그램 혜택을 받을 수 없으며 학비를 충당하기 위해 합법적으로 일을 할 수 없도록 제한받고 있다. 뉴욕주에서 서류 미비자가 거주민 학비를 적용받으려면 뉴욕주내 고등학교에서 2년 이상 재학하고 졸업한 자여야 한다. 또한 졸업 후 5년 이내에 뉴욕시립대학(CUNY)이나 뉴욕주립대학(SUNY) 등 주내 공립대학에 진학해야 한다. 고졸 학력 검증고시인 GED를 치른 경우에도 합격증 취득 후 5년 이내에 공립대학에 진학한 경우에만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이외에도 자격 조건이 갖춰지는 대로 합법체류 신분을 취득하겠다는 서약서를 제출해야 하며 뉴욕주에서 거주해 왔다는 것을 입증할 서류도 제출해야 한다. 그렇다면 서류미비 학생들의 대학 진학 준비는 어떻게 해야 할까?
■어떠한 경우라도 체류신분에 대해 질문을 받으면 절대로 답하지 말아야 한다. 주립 또는 시립 등 공립대학에서는 입학을 지원하는 학생에게 체류신분을 물어볼 수 없다.그렇다고 해서 대학 입학 신청서를 기재할 때 허위 사실을 적어서는 절대 안된다. 미 시민권자나 영주권자가 아니라면 신분을 표기하는 칸에 ‘None’ 또는 ‘Not-Qualified’라고 쓰면 된다.
■어떤 대학이든 입학 신청서를 제출할 때 소셜 시큐리티 번호(SSN)를 기입하지 않아도 상관없다. 정식 소셜 시큐리티 카드는 물론, 합법적으로 일할 수 없다는 표시나 조건부 근로 허가 표시가 있는 경우라 할지라도 소셜 시큐리티 카드를 갖고 있다면 일단 번호는 유효하므로 기입해야 한다.
반대로 소셜 시큐리티 번호가 없다면 해당란을 그냥 공란으로 비워두면 된다. 소셜 시큐리티 번호를 제출하지 않고 빈칸으로 남겨두었다고 해서 입학심사에 영향을 받지는 않는다.
■공립대학이 아닌 사립대학인 경우 대학마다 서류 미비자 입학에 대한 자체 규정을 갖고 있으므로 학교별로 일일이 확인해보고 난 뒤 입학 신청서 제출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학교에 따라 체류신분에 상관없이 학생들을 선발하는 대학도 많으므로 학교에 직접 전화를 걸어 규정을 확인하는 것이 최우선이지만 직접 문의하기 두렵다면 학교 가이던스 카운슬러나 친
구에게 부탁해 대신 문의하도록 한다.
■서류 미비자는 연방학비무상지원이나 연방학비융자 신청 자격이 없기 때문에 연방학비지원신청서(FAFSA)를 신청할 필요가 없다. 다만 일부 사립대학에서는 서류 미비자라 할지라도 FAFSA 신청서 제출을 요구하기도 한다. 가족이 부담할 수 있는 학비 규모가 얼마나 되는지 산출하기 위한 자료로 사용하기 위함이다. 서류 미비자가 FAFSA 신청서 제출을 요구받았을 경우에도 입학 신청서를 제출할 때와 마찬가지로 소셜 시큐리티 번호를 기입할 필요가 없다. 소셜 시큐리티 번호가 없는 경우 그냥 빈칸으로 비워두면 된다. 또한 불법 체류신분이라면 ‘No, I am not a citizen or eligible non-citizen‘이라고 쓰인 칸에 체크하면 된다.
서류 미비자가 제출한 FAFSA 신청서는 자격조건 미달 또는 정보 불충분으로 지원자에게 다시 되돌아오게 마련이다. 하지만 이때 가족이 얼마나 학생의 학비 납부에 기여할 수 있는지에 대한 산출 정보가 정리돼 있으므로 유용한 자료로 쓰일 수 있다. 연방법에 의거, 서류 미비자는 연방정부, 주정부, 시정부 차원의 무상 학비보조 수혜가 전혀 제공되지 않기 때문에 대신 체류신분에 상관없이 장학금을 지급하는 기관을 찾아 장학금을 신청하거나 학비융자를 받을 수 있는 길을 알아봐야 한다.
■일단 대학에 합격한 후에도 서류 미비자가 유학생으로 잘못 분류되는 일이 없도록 주의해야 한다. 유학생으로 분류되면 대학은 이민당국에 의무 보고해야 할 뿐만 아니라 유학생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저렴한 거주민 학비 대신 비싼 유학생 학비를 적용 받는 불리함을 감수해야 한다. 대학은 서류 미비자에 대해 이민 당국에 보고할 의무를 갖지 않으며 유학생에 대해서만 이민당국에 보고하도록 되어 있다.
■체류 신분에 상관없이 18~26세 연령의 남성이라면 ‘의무병역 등록신고(Selective Service System Registration)‘, 일명 SSS에 반드시 등록해야 한다. SSS는 미국의 국가 유사시 군사력 동원을 목적으로 제정된 일종의 징병제도로 시민권자와 영주권자는 물론, 망명자, 피난민, 서류 미비자들까지 어떠한 형태로든 미국내 합법 영주 체류신분을 신청하고자 하는 해당 연령의 모든 남성들은 의무 등록해야 한다.
만약 해당 연령의 남성으로 SSS에 등록하지 않았을 경우 미 시민권자가 될 자격을 갖추게 됐다 할지라도 시민권 취득 허가를 받지 못하는 등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 단, 학생 비자, 외교관 비자, 또는 방문 비자를 소지한 이민 체류 이외의 신분 소지자인 경우에는 적용 대상에서 제외되므로 등록할 의무를 갖지 않는다. SSS는 소셜 시큐리티 번호가 있으면 온라인(www.sss.gov)으로 등록 가능하고 소셜 시큐리티 번호가 없으면 우편으로 등록할 수 있다. 의무병역 등록 신고서는 가까운 우체국에서 구할 수
있으며 18세가 됐을 때 SSS에 등록하지 않았다 할지라도 26세가 될 때까지는 언제든지 등록할 수 있다.
그렇다면 서류 미비자들은 공립대학과 사립대학 중 어디를 지원해야 할까? 주립대학과 사립대학은 서류 미비자에게 제공하는 혜택에 있어 서로 차이가 있으므로 신중히 생각해 결정해야 하며 가능한 공·사립대학을 고루 지원하는 것이 좋다. 뉴욕주립대학이나 뉴욕시립대학은 서류미비 학생에 대한 규정이 캠퍼스마다 동일하게 적용되기 때문에 거주민 학비를 적용받을 수 있고 학비 부담은 적지만 장학 프로그램 혜택의 폭이 좁은 편이다. 반면 사립대학은 공립대학보다 학비가 비싼 대신 우수한 학교가 많지만 대다수 사립대학은 서류 미비자에 대한 처리가 미숙하고 학교마다 규정도 달라 많은 혼선을 빚기도 한다. 하지만 사립대학은 일단 입학하면 다양한 장학 프로그램 혜택을 받을 기회가 있어 정부 차원의 학비지원 혜택을 받지 못한 학생이라도 공립대학 진학 때보다 오히려 학비 부담이 더 적을 수 있다.
한편 뉴욕시립대학(CUNY)은 서류미비 학생들을 위해 ‘뉴욕시의회 밸론 아카데믹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다. 체류신분에 상관없이 뉴욕시에서 공·사립고교나 종교학교를 B학점 이상의 성적으로 졸업한 학생을 대상으로 한다. 반드시 고교 졸업 후 1년 이내에 CUNY 산하 대학에 진학해야 하며 B학점 이상 성적을 유지할 경우 연장 지급도 가능하다. 또한 CUNY 어너스 칼리지도 체류 신분에 상관없이 우수 학생들을 선발, 전액 무상으로 대학 교육을 제공한다. 학비 전액 무상 지원뿐만 아니라 생활비와 노트북 컴퓨터 지급, 뉴욕시내 문화기관 할인 또는 무상 이용권 등 기타 다양한 혜택이 동시 제공되는 것이 큰 장점이며 관련 정보는 웹사이트(www.cuny.edu/honorscollege)를 참조하면 된다.
<이정은 기자> juliannelee@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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