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대학 입학을 앞둔 고교 12학년생들의 진학 준비가 한창인 요즘 서류미비학생(불법 체류자)들의 대학 진학 기회에 관한 문의가 쏟아지고 있다. 뉴욕과 뉴저지에서는 서류미비 학생들도 초·중·고등학교 의무교육은 물론, 대학에 진학해 고등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길이 마련돼 있다. 이에 서류미비 학생들의 교육 혜택 권리와 방법 등 관련 정보를 3편으로 나눠 소개한다. 이번 주는 첫 번째 순서로 서류 미비자들의 초·중·고등학교 의무 교육기회에 대한 내용이다.
미국에서는 체류신분에 상관없이 6세부터 17세까지는 의무 교육 연령에 해당된다. 그간 이민법과 복지법 개정을 거치면서도 4세부터 21세까지는 여전히 공교육이 보장돼 있다. 다만 공립학교 프리스쿨은 의무 교육과정이 아니고 선택사항이기 때문에 반드시 등록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공립학교 등록을 신청할 때에는 부모나 학생의 체류신분을 밝힐 필요가 전혀 없다. 학교 등록에 있어 이민 관련 서류는 필요치 않기 때문이다. 학교에 근무하는 어느 누구라도 학부모나 학생에게 체류신분을 구두나 서류로 묻거나 밝힐 것을 요구할 수 없으며 그런 질문이나 요청을 받더라도 학생과 학부모는 이에 응할 필요가 없다. 학교가 부모나 학생의 체류신분 때문에 학생의 등록을 거부하는 것은 엄연한 불법이다. 또한 때로 입학신청서에 소셜 시큐리티 번호(SSN)를 기입하라고 요구하기도 하지만 기입하지 않아도 불이익을 당하지 않으므로 상관없다. 하지만 이미 부모나 자녀의 불법 체류신분을 학교에 밝힌 경우라면 비밀을 보장할 수 없다.
학교 교직원들은 이민국에 불법체류자를 신고할 의무가 없긴 하지만 그렇다고 신고하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부모나 자녀의 체류신분에 관해서는 학교에 그 어떤 정보도 밝히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의무 연령에 해당되는 학생들은 체류신분에 상관없이 공립학교에 등록해 교육을 받을 권리와 의무를 갖는다. 공립학교에 자녀를 등록시킬 때에는 체류신분 증명을 제외한 다음의 몇 가지 서류를 제출해야 한다.
■거주 증명: 등록을 희망하는 학생이 해당 학군내 학교에 등록이 가능한지 여부를 알아보기 위해 필요한 서류다. 전기나 가스 요금 청구서, 은행 잔고증명서, 모기지 납부 내역서, 투표 등록카드, 의료보험증, 급여 내역서 등 현재 본인이 해당 주소에 거주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는 서류여야 한다. 단, 전화 청구서는 거주 증명서로 인정하지 않는다. 이외에도 주택 소유주가 아니라면 임대주로부터 보호자 또는 부모와 자녀가 해당주소에 거주하고 있다는 사실 증명서를 받아 제출해도 된다.
■출생 증명: 미국에서 태어났다면 출생증명서가 있겠지만 해외에서 출생한 경우에는 여권으로 대체할 수 있다. 이외 세례 증명서를 대신 제출해도 된다. 한국에서 출생신고 기록을 가져와 이곳에서 영문으로 공증을 받아 제출해도 무방하다. 출생증명서가 없다고 학교 등록을 할 수 없
는 것은 아니지만 등록 희망자의 연령을 파악할 수 있는 대체 서류는 반드시 필요하다.
■예방접종 기록: 학교에 입학하기 전에는 연령별로 요구되는 예방접종을 해당 학생이 받았다는 기록을 반드시 제출해야 한다. 예방접종에는 디프테리아, 소아마비, 홍역, 유행성 이하선염, 결핵 등이 포함된다.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예방접종을 받지 못했다면 뉴욕시 경우 예방접종 핫
라인(212-349-2664)으로 전화해 체류신분에 상관없이 무료로 예방접종을 받을 수 있는 뉴욕시 보건소 정보를 문의하도록 한다.
종교적인 이유로 예방접종을 거부할 경우 접종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다.
학교에서 요구하는 거주 증명이나 출생 증명을 하지 못했다고 해서 학교에 등록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학교는 가능한 즉시 학생의 등록을 허락해야 하고 아무리 늦어도 5일 이내에는 등록을 받아줘야 한다. 다만 예방접종을 제대로 하지 않은 학생에 대해서는 등록을 연기시킬 수
있으며 종교적 또는 의학적인 이유가 증명됐을 경우에만 예외 적용한다.
학교에 등록하면 학부모들은 HLIS(Home language Identification Survey), 즉, 가정에서 사용하는 언어가 무엇인지에 관한 질문서에 답해 제출해야 한다.
가정에서 영어 이외에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모든 학생들은 미국에서 출생해 영어를 구사할 수 있다 할지라도 LAB-R(Language Assessment Battery-Revised)을 치러 영어 실력을 확인받아야 한다. LAB-R 시험 성적이 학교에서 원하는 수준 미만이면 학생들은 이중언어 또는 ESL 수업을 받아야 한다. 영어를 구사하지 못하는 학생이라도 교육기회는 동등하게 보장돼 있지만 일정 수준 이상의 실력을 쌓을 때까지는 이중언어반이나 ESL반에서 수업을 받도록 되어 있다.
뉴욕주 교육부가 실시하는 ESL시험(NYSESLAT)을 치러 시험에 합격하면 언제든지 일반 학급으로 옮길 수 있다. 이중언어반은 학생의 모국어와 영어를 함께 사용해 수업하는 형식이고 ESL반은 쉬운 영어로 수업을 진행하는 방식이다. 학부모와 학생들은 이중언어반과 ESL반 가운데 한 가지를 선택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 또한 등록할 학교에 이중언어반이나 ESL반이 마련돼 있지 않다면 자녀에게 적합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인근 학교로 전학갈 수 있는 권리도 있다. 이때 필요할 경우 교통편이 무료 제공되
기도 한다. 학군내 적당한 이중언어 프로그램 없을 경우 선택의 여지없이 ESL반에 등록하게 된다.
학교 급식 프로그램도 체류신분에 상관없이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뉴욕시에서는 현재 체류신분은 물론, 학생의 가구당 소득 수준에 상관없이 아침 급식을 모두 무료 제공하고 있다. 점심 급식은 부모의 수입을 기준으로 무료 급식을 받을 수도 있고 할인 급식(25센트)을 적용받기도 한다. 일반 학생의 급식비용은 1달러50센트. 우유는 수혜자격에 상관없이 25센트로 균일하다.
급식 신청서에도 소셜 시큐리티 번호를 기입하는 칸이 마련돼 있지만 소셜 시큐리티 번호가 없는 서류 미비자인 경우 ‘None’이라고 기입하면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한국어 급식 신청서는 웹사이트(http://www.opt-osfns.org/osfns/forms/Korean.pdf)에서 내려 받을 수 있다. 또한 특수교육이 필요한 장애학생들도 체류신분에 관계없이 필요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뉴욕시 경우 미국에 온지 2년 미만된 학생들을 단지 영어가 미숙하다는 이유로 특수학급에 배치하는 것을 금지시키고 있다.
이외에도 지능이 뛰어나고 우수한 학생들을 위한 영재교육 프로그램도 일반 학생들과 똑같이 체류신분에 구애 없이 동등하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학생 뿐 아니라 영어가 익숙하지 못한 이민자 학부모들을 위한 서비스도 체류신분에 상관없이 누구에게나 똑같이 제공된다.
뉴욕시는 이민자 학부모들을 위해 각국 언어로 학교 공지문을 번역해 제공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교사나 학부모들의 요청이 있을 경우 뉴욕시 교육청 통번역 담당부서(TIU)와 연결해 3자 통화로 동시통역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서류 미비자라도 공립학교에 재학하는 모든 학생과 학부모들의 교육 권리 행사를 보장받을 수 있는 것이다.
<이정은 기자> juliannelee@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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