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NBC15 뉴스는 미 프로풋볼의 그린베이 팩커스 코치 마이크 셔만이 기자회견 도중 셀폰 소리가 나자 “나를 존경하지 않아도 좋지만 서로 남을 존중할 줄 알라”면서 회견도 마치지 않고 자리를 떠나버렸다고 보도하였다.
오죽 전화벨 소리가 귀에 거슬렸으면 기자회견도 하지 않고 떠나 버렸을까. 남의 일이 아니다. 우리는 지금 전화 공해에 시달리고 있다.
산업혁명이 시작된 19세기 초 영국에서는 기계에 일을 잃은 근로자들이 자기들의 일자리를 빼앗아 가는 기계 설치에 반대하고 심지어 기계를 파손하는 일이 발생하였다. 이들을 러다이트(Luddite)라고 불러서 새 기술 반대자라는 단어가 영어에 새로 태어났다.
새 기술이 옛 기술을 대체하는 창조적 파괴를 통하여 인류의 문명은 끊임없는 발전을 해왔다. 오늘날 셀폰의 공해가 심하다고 해서 그 이전으로 돌아가자고 주장하는 21세기 러다이트는 없다고 본다. 물론 나도 러다이트가 아니다. 이 편리한 문명의 이기를 잘 사용하자는 사람이다.
문제의 주체는 셀폰이 아니고 이것을 사용하는 사람이다.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자기 편한 대로 마구 큰 소리로 전화를 하여 주위에 있는 딴 사람들을 불편하게 하는 것이 문제이다. 나에게 가장 거슬리는 것은 식당에서 함께 식사하는 사람이 전화를 받고 바로 끊지 않고 나와 전혀 관계없는 일로 계속 이야기하는 것, 그리고 식당 전체가 들릴 정도로 큰 소리로 전화를 하여 조용한 식사 분위기를 망치는 것이다.
식사를 하건 회의를 하건 바쁜 시간을 내어 참석하였으니 그 시간만은 참석한 사람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여야 한다. 셀폰을 받아 대화를 하는 것은 함께 한 사람들과의 대화를 또는 논의하던 것을 중단하게 하므로 상대방을 무시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전화는 어디까지나 개인의 일이다. 제3자와 무관하므로 제3자가 들을 수 있는 장소에서는 셀폰으로 계속 대화를 해서는 안 된다는 기본예의를 지켜야 한다. 통상 10피트 이내 딴 사람이 있을 때는 전화를 사용하지 말고 혼자 있을 장소를 찾아 전화하는 것이 좋겠다.
나 자신도 셀폰은 항상 진동으로 해놓고 강의할 때는 전화기를 꺼 놓는다. 그리고 학생들이 강의중 전화를 받거나 걸지 못하게 한다. 심지에 내가 속해 있는 컨트리클럽에서는 골프장에서 셀폰 사용을 격리된 장소 이외에서는 하지 못하도록 금하고 있다.
셀폰 사용에 대하여 다음과 같은 제안을 하고 싶다.우선, 타인과 같이 있는 공공장소에서는 벨을 진동으로 해 놓았으면 한다. 그래서 전화가 왔을 때 옆에 있는 사람들을 놀라게 하거나 방해하지 말아야 하겠다.
둘째, 버스나 기차 안에 있을 때, 은행이나 식품점 등에서 줄서 있을 때, 병원의 대기실에서 기다릴 때 등 주위에 사람들이 많은 장소에서 전화가 오면 현재의 입장을 전하고 나중에 건다고 하고 전화를 끊어야 한다. 오래 전화를 계속하는 것은 주위사람들을 짜증나게 하고 남의 이야기를 강제로 들어야하는 고통을 주게 된다
셋째, 교회나 학교 강의실, 극장이나 음악회 등 정신 집중이 필요한 곳에서는 전화를 끄고 있어야 한다. 혹시 급한 전화를 기다리는 경우에는 진동으로 해놓고 진동이 울리면 바로 사이드 키를 눌러 녹음으로 들어가게 하거나 밖에 나가 받는다
넷째, 운전하면서 전화를 거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걸려오는 전화도 간단히 끝내야지 오래 대화를 하면 정신이 전화통화에 집중돼 안전운전을 하지 못할 뿐 아니라 너무 천천히 차를 몰게되어 교통을 방해하게 된다.
다섯째, 셀폰의 마이크는 매우 예민하여 정상보다 더 낮은 목소리로 말하는 것이 좋다. 상대방이 잘 못 듣는 것은 목소리가 작아서가 아니리 난청지역이 되어 시그널이 약하기 때문이다. 시그널이 약할 때는 목소리를 높인다고 상대방이 더 잘 듣는 것이 아니다. 장소를 옮겨야 한다.
뉴욕 시의회는 박물관과 연주회장에서의 셀폰 사용을 금지하고 위반자에게 50달러의 벌과금을 부과하는 조례를 통과시켰으나 재정 부족으로 집행을 못하고 있다고 한다. LA에서 식당과 건물 내 금연을 단속 못하고 있는 것과 같은 실정이다.
전화 공해를 방지하는 조례나 법의 통과를 기대하기 전에 우선 우리끼리 규정을 만들면 어떨까. 식사 때나 회의 때 셀폰을 사용하는 사람에게 20달러 정도씩 벌금을 매기면 식사 값도 해결되는 1석2조의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셀폰 사용을 현명하게 하여 주위 사람들에게 불편을 주지 않도록 한인사회가 셀폰 예절 지키기 운동에 모두 동참했으면 한다.
이청광
칼스테이트 LA
마케팅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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