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면 눈부시게 반갑고 만나지 못하면 서로의 생각 속에 살다가 아주 오랜만에 만나도 전혀 거리감이 느껴지지 않는 사이. 자랑하지 않으며 경쟁하지 않고 엄살 부려도 괜찮은 관계. 있는 그대로를 인정해 주며 말하지 않아도 세포와 영혼의 울림을 감지할 수 있는 연대감. 아무리 세상을 사는 요령을 피워도 기본은 변하지 않는 것일까? 세월 따라 숙성해 가는 포도주처럼 그리고 장맛처럼 그렇게 무르익은 우정을 간직한 친구 한 두 명만 있다면 우리의 인생은 훨씬 푸근하게, 안정감 있게 흘러가리라. 그런데 전문가들은 이런 성숙한 우정도 아주 어릴 때부터 가꿀 줄 알고 지킬 줄 아는 기술이 있는 자만이 누릴 수 있다고 말한다. 2~3세 유아들의 친구 만들기, 어떻게 도와줘야 할까?
2∼3세 유아 ‘다른 아이 만나기만 하면 싸운다고요?’
한 살 무렵에는 친구가 옆에 있어도 이들은 각자 논다. 세계가 아직 자기 중심적이기 때문에 공유나 공존, 나눔의 개념에는 관심도 없다. 그러나 2~3세로 접어들면 옆에 있는 친구가 눈에 들어오고 따라하려고도 하며 사귀고 싶어 근처에서 알짱거리기도 한다. 특히 3세 무렵부터는 또래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기 시작하는데 이때부터 부모들은 아이의 사회성 개발을 위해 플레이데이트(playdate) 등을 통해 자주 친구와 사귈 기회를 만들어줘야 한다고 ‘아무도 나를 좋아하지 않아요, 모두들 나를 싫어해요’(Nobody Likes Me, Everybody Hates Me)의 저자 마이클 보바 박사는 조언하고 있다.
그는 “이 연령대의 유아들은 어른들처럼 사회적인 접촉과 사귐을 좋아하는데 그런 소셜 스킬은 그냥 자연발생적으로 생겨나는 것이 아니라 배우고 연습해야 개발되는 것”이라고 부언 설명하고 있다. 그에 따르면 유아들의 플레이데이트가 항상 재미있고 화기애애하게 끝나는 것은 아니다. 때론 싸우고 물어뜯고 울음보를 터뜨리는 등 ‘참사’로 끝날 수도 있다. 그러나 신기한 것은 아이들은 이런 일은 금방 잊어버리고 또 그 친구와 놀겠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 연령대의 놀이는 싸움도 자연스럽게 포함되는 것이며 이를 개선시키는 데는 부모의 조력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 공유하기
2~3세 유아들에게 가장 어려운 문제이다. 뉴욕대학 어린이센터의 아동심리학 교수 아니타 구리안 박사에 따르면 토들러들은 누가 자신의 장난감을 만지기만 해도 위협을 느낀다. 현재에만 집중해 있기 때문에 장난감을 되돌려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때 부모들은 가족과 무엇을 공유하는 본보기를 보여준 다음 좋아하는 사람들끼리는 이처럼 물건을 공유하기도 한다는 것을 유아들에게 설명해 준다.
그리고 친구와 놀 때 장난감이나 물건 공유 때문에 그들 사이에서 다툼이 벌어질 것을 어느 정도 예상해야 한다. 이럴 때는 부모가 “너는 인형에게 옷을 입히고 다음엔 네 친구가 인형을 목욕시키면 되지 않겠니?”라며 규칙을 정해주는 것도 괜찮다. 혹은 알람시계를 셋업해서 일정 시간이 지나면 인형을 친구에게 건네는 식으로 하면 아이들은 이런 게임을 좋아한다. 아니면 아예 아이가 독점하고 싶어하는 인형이나 트럭, 완구인형 등은 친구가 오는 날은 멀찌감치 치워놓는 것도 싸움을 방지하는 한 요령이다.
■ 갈등 해소
유아들은 충동적이다. 원하는 것은 즉각 가져야 한다. 정중하게 요청하거나 요구할 만큼 언어구사력이 발달되어 있지도 않다. 때문에 친구가 장난감을 즐기고 있으면 재미로 갑자기 확 낚아채는 행동도 서슴지 않는다.
멀찌감치 서서 보다가 아이들 스스로 위기를 해소할 수 있으면 다행이고 만약 그렇지 못한 경우는 부모가 관여를 해야 한다. 아이들에게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면 좋겠는지 물어보면 문제 해결방법이 여러 개가 나올 수 있으며 그 방안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음도 같이 깨닫게 된다. 때리거나 물었을 경우는 타임아웃 등을 제시해 보고 과격한 행동을 했을 때 친구의 감정이 어땠을지 현장에서 물어도 본다. 또 아이와 함께 책을 읽을 때 이와 비슷한 경우가 있으면 상대의 감정 파악에 초점을 맞춰보거나 친구의 슬픈 얼굴을 흉내 내면서 동정심을 유발시키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전문가들은 말하고 있다.
■ 그룹놀이 참여
또래 그룹이 놀고 있으면 같이 놀고 싶기는 한데 방법을 몰라 방해하거나 훼방 놓는 아이들이 있다. 친절하게 물어보고 참여해야 한다고 가르쳐야 한다. 우선 그룹보다는 개인과의 사귐을 주선하다가 익숙해지면 그룹으로 영역을 넓혀간다. 집에서 테디베어에게 “같이 놀아도 되니?”라며 의사 타진을 해보는 놀이를 시킨 다음 아이 스스로 이에 익숙해지면 또래 그룹에게 시도해 보도록 가르친다.
또 그룹으로 놀고 있다가도 외톨이 아이가 발견되면 살짝 다가가서” 와서 함께 놀지 않을래?”라고 물어보는 기술도 가르친다. 그리고 아이가 친구들에게 친절하게 하는 모습이 발견되면 아끼지 말고 칭찬을 해준다.
‘playdate’시킬때 부모 주의사항
플레이데이트 때 부모가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을 정리해 본다.
■해야 할 것
◇장난감이 필요 없는 공원이나 바닷가 등에서 플레이데이트를 한다.
◇친구에게 플리즈, 땡큐 등 공손한 언어를 많이 사용하도록 가르친다.
◇다른 친구들은 조용히 앉아있고 한 명만 어른을 따라하는 등의 게임은 괜찮다.
■하지 말아야 할 것
◇놀이 계획을 너무 많이 세우지 말 것. 아이들은 자유스럽게 노는 것을 더 좋아한다.
◇한번에 90분 이상 플레이데이트를 하면 지루해 하거나 싸움으로 번지기 쉽다. 1시간 반 이내로 플레이데이트 시간을 조정한다.
◇누가 다칠 위험이 있거나 사태가 험악해 지지 않는 이상 부모가 지나치게 둘 사이에 끼여들어 간섭하지 않도록.
<정석창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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