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와의 대화, 이렇게 대처하라
소중히 여긴다는 것은 사랑하며 가치 있게 여기며 인정한다는 것이다. 부모들은 진정으로 자신의 자녀들을 소중히 여기고 있는가? 심정적으로는 그렇지만 현실적으로는 그렇지 못한 경우도 많다. 업무에 시달리고 시간에 쫓기다보면 짜증스러운 나머지 그들을 비하하는 말도 가끔 해대며 그들의 질문에 건성으로 대하며 인성발달보다는 SAT점수 높이기에 더 닦달하는 모습을 보일 때도 있다. 인생은 가르치는 것이라기보다는 보고 배우는 것이라는데 부모로서 좋은 본을 보이지 못할 때도 종종 있다. 두렵고 겁나는 일이지만 다행히 대부분의 자녀들은 현실을 이해하면서 밝게 잘 자라고 있다. 십대자녀의 터프한 질문에 어떻게 대답해야 하는지 전문가의 고견을 들어본다. ‘패밀리 서클’지 11월호 패밀리틴즈에 게재된 내용이다.
“엄마, 남자친구랑 자봤어?”등 때론 황당한 질문
무심코 대답‘마음에 상처’… 내치지 말고 조언을
16세난 딸아이가 아빠의 승용차를 몰고 나가 사고를 냈다. 차 앞 본넷트가 들려 올려가고 기름이 줄줄 새며 엔진에서는 연기가 나고 있다. 너무 놀란 딸 아이는 두렵고 죄스러운 마음으로 아빠에게 셀폰으로 연락했다. “아빠, 죄송해요. 사고가 났어요.” 아이는 이미 울고 있었다. 아빠의 반응은 폭발적이다. “너 그 차 얼마짜리인데…, 아직 DMV에서 스티커도 안 온 새 차를 몰고나가 그새 사고를 내? 너 제 정신이냐?” 아이는 셀폰을 끊으며 ‘아빠는 나보다 차를 더 사랑하고 있다’고 굳게 믿으며 좌절한다.
이 경우 사실 아이보다 차를 더 사랑하는 부모는 없다. 그러나 부모의 반응은 아이에게 그렇게 비치고도 남음이 있을 정도로 많은 부모들은 실수를 하고 있다고 뉴욕대학 심리학교수 하임 기너트는 지적하고 있다.
대화란 얼굴만 마주 보고 있다고 해서, 목소리만 잘 들린다고 해서 저절로 되는 것은 아니다. 더구나 하루가 다르게 생각이 변해가는 복잡한 심정의 십대와의 대화는 더욱 그렇다. 그들이 밑도 끝도 없이 툭 툭 던져대는 질문에 부모들은 어떻게 대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10대들이 이런 어두를 꺼낼 때는 이런 뜻이 담겨있는 것이라고 부모들에게 귀띔해주고 있다.
1. 이런 경험 있어요?
“엄마도 젊었을 때 술 마셔 봤어요? 남자 친구와 잔 적 있어요?”
이런 황당한 질문이 나오면 대부분의 부모들은 “버릇없게 못하는 말이 없네. 저리가”라며 아이를 내치게 된다.
이에 대해 아동심리학자 포스터 클린 박사는 아이는 엄마가 아빠 외의 다른 남자와 잠자리를 한 적이 있는지를 확인하려는 것이 아니라 부모의 확고한 가치관을 타진하는 동시에 이야기를 먼저 꺼내고 싶어 이런 어두를 꺼내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아이를 내치지 말고 아이가 대화의 장을 열고 있다는 것에 고마워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거짓말이나 확대해서 말하는 것은 삼가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그러나 너무 정직하게 대답하는 것도 아이를 혼돈시킬 수 있으므로 “왜? 너나 혹은 친구 중에 그런 문제로 고민하는 아이가 있니?”라고 공을 아이에게 던져 주라는 것이다. 다음엔 “모든 행동에는 결과가 따르지. 지금이라면 그런 위험부담은 취하지 않을 꺼야.” 정도로 해두면서 책임은 결국 자신의 것이라는 것을 강조하라고 지침을 주고 있다.
2. 이런 것 이해할 수 있어요?
“아빠가 자랄 때와 지금이 얼마나 다른지 아세요?”라는 자녀의 질문을 자칫 잘못 건드리면 이슈가 복잡해질 수 있다.
이런 질문은 “부모세대가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일에 대해 마음이 열려 있어요?”라고 간단하게 해석하라고 아동심리학자이자 청소년문제에 관한 책을 몇 권 쓴 적 있는 론 타펠박사는 말하고 있다. 최근 뉴욕타임스 여론조사에 의하면 틴에이저의 43%가 부모세대보다 어려운 시대에 자신들이 성장하고 있다고 믿고 있다. 어려움이란 현대의 속도감, 또래들로부터의 압력, 알콜, 마약 등이 포함된다.
3. 친구들이 이렇게 할 땐 어떻게 하지요?
사실은 친구문제이기보다는 자신의 처신에 관한 정보를 얻기 위한 것일 수도 있다. 아이의 위신을 생각해서 정면 공격하지 말고 객관적인 정보를 주면 다음에도 부모를 믿고 또 의논하게 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4. 여기 가도 돼요?
무조건 예스나 노를 하지 말고 시간을 달라고 말한 다음 차근 차근히 알아보고 대답을 해주도록.
5. 이거 어떻게 생각하세요?
머리를 노랗게 물들이고서는 어떠냐고 물어보면 “괜찮군”이라고 시큰둥하게 대답하는 편이 오히려 낫다. 이미 아이의 머리는 물들여 져 있으니까. 그러면 1주일 후쯤 본색으로 다시 바꾸는 경우는 흔하다.
10대 자녀는 자신의 삶을 스스로 컨트롤 해보고 싶어한다. 따라서 부모 허락 없이 엉뚱한 행동도 가끔 해보곤 하는데 대수롭지 않은 것은 그냥 넘어가라고 위에 언급한 태플 박사는 조언하고 있다. 그러나 통행금지 시간을 어겼다든지 하는 중대한 문제는 행동의 결과에 대한 벌이 무엇인지를 서로 확인한 다음 반드시 제재를 가하는 것이 좋다고. 이때 갑자기 부모 마음대로 벌을 주지 말고 아이가 그 벌에 전에 동의를 했고 자신이 어겼으므로 결과에 책임진다는 의미를 서로 확인하고 벌이 가해져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6. 왜 아직도 어리다는 거죠?
키와 덩치는 엄마 아빠보다 커도 아직 마음은 아니다. 터무니없는 돌출행동을 하겠다고 날뛰면 꼭 안아주면서 왜 그 아이디어가 옳지 않은 것인지를 설명해준다. 아이는 자신의 생각에 제재와 수정을 가하면서 안정감을 느끼게 될 것이다.
7. 아빠 엄마가 자랄 때는 잘해냈나요?
사실 잘난 것 없는 허점투성이 부모들이 자식들은 잘나라고 계속 밀어붙이고 있다. 이를 알고 아이들도 코너에 밀리면 이런 무기를 들이대며 부모를 공격한다.
이럴 때는 “우리도 완벽하지 못했고 네게도 그걸 기대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솔직히 말문을 터야 한다고 ‘내 일에 간섭 마세요(Get Out of My Life)’의 저자이자 청소년심리학자인 앤소니 울프 박사는 말한다. 잘 듣고 대화의 문을 활짝 열고 실패가 곧 끝은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라는 것이다.
<정석창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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