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약에 관한 오해와 진실
LA 한인타운 내 거주하는 김모(68)씨는 가을만 되면 약재상을 찾아 꼭 녹용을 지어먹는다. 하지만 이 같은 행위는 자칫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전문 한의사들은 조언한다. 경희종합한의원 김원 원장은 “일반적으로 보약은 좋은 약이기 때문에 아무나 먹어서 해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한의사의 진찰 없이 복용하는 일이 많다”며 “몸이 허한 것 같다고 자가진단을 내리고 자신의 몸 상태를 모른 채 무턱대고 녹용, 인삼 등 보약을 찾는 것은 자칫 해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보약은 쉽게 말해 우리 몸의 약한 부분을 보하는 기능을 해주는 약이란 뜻으로 한방치료의 한 부분이다. 최근 미 주류사회에서도 ‘차이니즈 허브’라고 해 침술과 함께 한약치료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몸이 건강할 때는 사실 보약이 따로 필요 없다. 보약은 우리 몸의 밸런스를 맞춰 주는 것으로 꼭 필요할 때 먹어야 제 기능을 담당할 수 있으며 한방 전문의의 정확한 진단을 받고 증상과 체질에 따라 먹는 것이 중요하다.
보약에 대해 막연한 상식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닐까? 보약에 대한 편견과 오해에 대해 짚어 보았다.
필요치 않은 약은 인체에 부담
# 한약이 모두 보약인가
일반적으로 한약 하면 보약을 생각하기 쉽다. 그렇다고 영양제나 정력제도 아니다. 한방의학의 기본원리는 인체의 모자라는 부분은 채워주고 지나치게 넘치는 부분은 빼 줘 오장육부의 제 기능을 회복시켜 주는 것이다. 보약은 한의학에서 질병을 치료하는 8가지 방법 중 한 가지에 해당한다. 또한 필요치 않은 약은 오히려 해가 될 수 있다. 동신한의원의 박성은 한의학박사는 “밥도 지나치면 비만으로 인체에 해가 되듯이 필요치 않은 약은 오히려 인체에 부담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여름철에도 원기 부족땐 필요
# 보약, 가을에만 먹나
아니다. 사실 한약을 먹는 시기가 따로 있는 것은 아니다. 성산한의원의 김성차 원장은 “예전에는 농경사회라 여름 더위가 끝난 뒤 허해진 심신을 보하는 것으로 결실의 계절인 가을철에 먹는 것이 대자연의 섭리에 맞는다고 판단됐었지만 요즘은 여름에도 원기가 부족하면 보약이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FDA검역 철저·최상품도 많아
# 중국산 약재 ‘싸구려’는 오해
중국산 식품에 대한 우려 때문에 약재까지 ‘저질’은 아닐까 의심해 보는 한인들이 많다.
성산한의원 김성차 원장은 “롱비치항에서 농무부와 FDA의 무작위 검사를 8번이나 거쳐 미국에 들어오는 중국 약재를 보면 최상품으로 중국에서 온 중국 한의사들이 놀랄 정도”라며 “약재 중에서는 한국에서 나지 않아 옛날부터 수입에 의존했던 부분도 있으며 중국의 당목향은 가장 최상으로 손꼽힌다”고 설명했다. 중국은 워낙 넓은 나라라 약제도 질이 천차만별. 김 원장은 “한국에서도 한국산 약재만으로는 약을 지을 수 없어 중국 수입에 의존한 지 오래이며 특히 중국 오지에서는 능력상 농약을 쓰지 못해 미국에 유해한 약재가 들어올 수 없다”는 견해를 밝혔다.
체질·증상에 안맞으면 부작용
# 비싼 한약이 좋은 것?
비싼 한약이라고 좋은 것이라거나 싸다고 나쁜 약이라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환자의 체질과 증상에 맞는 약이야말로 최상의 것이다. 나에게 맞지도 않는데 비싼 약이라고 먹는 것은 오히려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적당한 녹용은 뇌 기능 향상
# 어릴 때 보약·녹용을 먹으면 머리 나빠진다?
근거 없는 속설이다. 김원 원장은 “녹용은 정확한 감별 하에 적당량을 복용하면 조혈작용과 성장발육을 돕고 뇌 기능을 높이고 면역력을 높여 잔병치레를 하지 않게 한다. 임상적으로 볼 때 아이의 증상과 체질에 맞게 먹이면 체력을 증강시키고 두뇌활동을 원활하게 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녹용은 따뜻하고 양기를 지닌 약이다. 아이가 열병, 감기 등을 앓고 있는데 투여하면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위장 튼튼해져 소화 잘되는 것
# 보약을 먹으면 살이 찐다?
살이 찌는 것은 유전적, 식생활 습관, 내분비계 질환 등 다양한 요인이 작용한다.
평소 소화기가 약한 사람이 비장과 위장을 튼튼히 하는 한약을 먹어 밥맛이 좋아지고 소화가 잘되어 살이 찌는 경우도 있으나 한약이 모두 살을 찌게 하거나 한약 자체가 살로 변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적합한 약물치료로 체중을 줄일 수 있다. 김원 원장은 “위궤양을 치료한 후 식욕이 좋아질 수 있어 위궤양 전 체중으로 돌아가는 것이지 더 살이 찌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나에게 맞는 약을 먹어야 ‘보약’
보약이라고 무조건 인삼과 녹용을 먹는 것은 아니다. 고혈압 환자에게는 열을 내는 인삼은 좋지 않다. 홍삼도 가능하지만 체질에 맞게 먹어야 한다. 녹용도 체질에 따라 맞는 사람이 있을 수 있으며 맞지 않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가주 한의사협회 최성식 이사장은 “보약은 크게 보기약, 보혈약, 보양약, 보음약 등 4가지로 나눌 수 있다”며 “약은 수천 가지이지만 온·열·량·한으로 따뜻하고, 차갑고, 뜨거우며 서늘한 성질로 나뉘어 증상에 따라 처방된다”고 설명했다.
김성차 원장은 “수분이 없는 60대 이후는 보음약은 괜찮지만 더운약인 보양약을 사용하게 되면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냄비에 물이 하나도 없는데 불만 때는 형국”이라 말했다. 보약은 누구에게나 특효약으로 작용하는 것은 아니며 자신의 건강상태 및 체질 등을 고려해 필요한 보약을 사용해야 한다. 김 원장은 “사람마다 증상과 체질이 다르기 때문에 같은 약을 처방하지 않는다. 십전대보탕이 좋다고 무조건 따라 먹는 것이 아니라 체질에 따라 환자에게 맞게 약재를 가감한 처방약을 복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간질환에도 아예 보약은 피해야 한다는 것도 잘못된 상식이지만 환자의 상태에 따라 해가 될 수도 득이 될 수도 있으므로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한약을 과용하거나 오진으로 인한 한약을 복용하면 간에 큰 해가 될 수 있다.
●보약을 먹을 때 주의점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증상에 따라 보약을 쓸지, 일반
치료약을 쓸지 전문의와 상담한다.
-소화기능이 좋지 않다면 어떤
보약도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우므로 소화기능도 보약
복용 전 점검해 본다.
-닭고기, 돼지고기 등은 약 성분이
제대로 발휘하지 않을 수도
있으므로 주의한다.
-술, 담배는 금하며 부부관계도
피한다.
-녹두 음식(빈대떡), 숙주나물,
찬과일, 찬물, 오이, 날 생선,
밀가루 음식, 가공식품은
피하도록 한다. 하지만 사람에
따라 피해야 하는 것이 조금씩
달라질 수 있다.
-보약 복용 때는 충분한 수면과
안정을 취한다.
▲ 도움말=경희종합한의원 김원 원장,
성산한의원 김상차 원장, 동신한의원 박성은 박사,
평화양한방병원의 최성식 원장.
정이온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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