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전 알제리아 독립전쟁이 한창 진행 중일 때 불란서에 살던 그 나라 출신 사람들이 일으키는 소요사태를 진압하기 위해 만들어졌던 통행금지 등의 긴급조치들을 발동시킴으로써 조금은 잦아든 불란서의 소수민족 폭동 상태는 이 세상에 완전한 사회는 하나도 없다는 평범한 진리를 되새기게 한다. 12일 이상 계속된 아프리카 출신 2, 3세들의 폭동으로 파리를 포함해서 300여 도시 외곽지대에서 무려 5,000대의 자동차들이 소각되었고 학교나 병원 건물들도 잿더미가 된 사태는 소수민족 문제나 인종차별이 미국만의 문제가 아님을 부각시킨다.
그런데 문제는 불란서 사람들의 자만심은 그 점을 인정하지 않는다는데 있다. 또 인종문제는 미국의 전유물인 것처럼 착각하는 게 불란서인 들이다. 예를 들면 불란서의 최고신문 르 몽드 지는 카트리나 태풍에 대한 기사에서 “카트리나의 피해는 부시 제도를 지탄한다... 빈곤, 정부의 (정책)부재, 잠재적인 인종(편견)주의 등 여러 해 동안 잊혀졌던 이슈들이 다시 정면으로 등장한 것이다”라고 논평하면서 부시가 TV 화면에서 둥둥 떠내려가는 흑인들의 시체를 보면서 자기 옆에 서 있는 장군들에게 “저게 어느 나라지? 먼 나라인가?”라고 질문하는 만화를 게재했었다. 워싱턴 포스트의 어느 칼럼니스트의 지적대로 르 몽드가 부시 이름 대신 작 시락 불란서 대통령의 이름을 대입하여 불타는 흑인지역을 TV로 보면서 “저게 어느 나라지? 먼 나라인가?”라고 불란서 장군들에게 질문을 던지는 만화를 실었어야 마땅할 정도의 사태다.
물론 미국처럼 국가적으로 노예제도를 가지지는 않았어도 유색인종들에 대한 차별은 불란서가 현재로는 미국보다 더한 모양이다. 미국의 원죄 때문에 LA, 디트로이트, 워싱턴 등 미국 도시들이 불탔던 것이 지금부터 오래 전이 아닌 1960년대였다. 그러나 그 이후 소수민족 우대정책, 학교 통합, 흑인들 및 다른 소수민족의 참정권 보호 등의 일련의 연방정부 시책 때문에 소수민족에 대해서는 민주당보다 덜 우호적인 부시 행정부에서조차 국무장관 자리가 연거푸, 또 법무장관 자리도 소수민족계가 차지하고 있는 현재가 가능했었다. 또 타임 워너의 CEO 등 대기업에서도 유색인종들이 높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그래도 흑인들의 빈곤은 계속 큰 문제로 남아 있고, 그밖에도 문제가 많다.
불란서는 자유, 평등, 우애의 불란서 혁명 기치가 유색인종들에게는 무의미한 사회임이 이번 사태에서 잘 드러났다. 하기는 불란서 토종 백인들 사이에도 자유는 몰라도 평등의 이상이 이루어졌다고는 볼 수 없고, 우애란 현 제도 아래서는 실현가능성 조차 없는 이상에 불과하다. 그러나 특히 1950, 60년대까지 가지고 있었던 불란서 식민지 출신의 불란서 이주자들은 말만 시민이지 2등 국민임에 틀림없다. 경찰에 쫓겨 어느 건물로 피신했다가 감전사고로 희생된 파리 근교의 두 명의 흑인 희생자들이 도화선이 된 이번 사태는 학교를 졸업해도 직장을 잡을 수 없는 이민 2, 3세들이 주동이 된 것이다. 불란서 내무장관이 그들을 “쓰레기”라고 부른 것은 불난 곳에 휘발유를 쏟는 것과 같은 결과를 가져왔다. 폭력은 정당화될 수 없지만 높은 아파트지대를 지어서 그들을 격리시키다시피 하고 경찰조차 들어가기를 꺼리는 위험지대가 되도록 방치한데 대한 좌절감이나 분노는 짐작이 간다. 또 대부분이 회교도인 북아프리카 출신들이 종교차별 때문에 느끼는 반감도 상당할 것이다. 불란서의 사회보장제도는 일자리 없는 젊은이들이 최저수준으로 먹고사는데는 거의 지장이 없을 정도로 후하다고 한다. 어느 의미에서는 먹고 할 일이 없다는 것도 문제 중 하나인지도 모른다.
미국 혁명 당시부터 미국과 불란서는 애정과 증오가 점철되는 관계를 가져왔다. 미국의 문제를 불란서가 비웃는 것도 안 된 일이고, 불란서의 폭동을 보고 고소하게 생각하는 미국사람들이 있어도 문제다. 문제해결책은 서로에게서 배워야 마땅할 것이다. 적어도 소수민족 우대정책은 불란서가 미국에서 수입해가야 흑인들의 좌절감을 달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자유, 평등, 우애의 이상향은 인간제도 아래서는 어디서도 찾을 수가 없다.
< 남선우 변호사 MD, VA 301-622-6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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