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를 속이려고? 새빨간 거짓말인 것 다 안단다”
질투라는 건 좋아하는 감정이 먼저 깔려있어야 가능한 것이다. 그렇다면 거짓말은? 정면 돌파할 자신이 없을 때, 혹은 완벽하고 싶은데 그렇지 못할 때, 또는 곤란한 상황에 처하게 될 것이 두려워 임시나마 그 상황을 모면하기위해서 등 이유는 여러가지다. 윤리적으로 거짓말은 나쁜 것이지만 우리의 삶은 어찌 보면 악의 없는 거짓투성이 이다. ‘고통을 이겨내는 뒷모습이 없다면 아름다운 앞모습이 존재할 수 있겠는가’라고 시인 정호승씨가 말하고 있듯이 어른들은 뒤편에는 무수한 시침을 꽂고 있으면서도 앞모습은 백화점 마네킹처럼 화려한 모습을 하고 살아가고들 있다. 그렇다면 4~5세의 프리스쿨러들의 거짓말은 어떻게 다뤄야 할까? 그냥 지나쳐야 하는 것일까 아니면 “네 속은 내가 다 안다”라며 펼친 신문지처럼 적나라하게 전부 까발려야 하는 것일까 ?
‘이야기’ 꾸미고 만드는
새로운 심리발달 단계
지나친 걱정 필요없지만
‘정직성’주입 잊지말아야
아장아장 걸어 다니는 토들러들도 가끔 악의 없는 사소한 거짓말을 하지만 4~5세가량의 프리스쿨러들의 거짓말은 토들러보다 훨씬 정교하고 교묘해서 부모조차 속아넘어가기 쉽다.
친구 집에 가서 놀다가 레고 피스가 마음에 들어 슬쩍 주머니에 넣어가지고 왔으면서도 집에 와서 부모에게 발견되면 “이게 왜 내 주머니에 들어있지 ?”라고 슬쩍 넘어가려고도 한다. 어른이 보지 않는 기회를 틈 타 어린 동생의 다리를 걸어 슬쩍 넘어뜨려 놓고도 모르는 척 그냥 지나치기도 하고 여름 캠프에서 벌에 쏘였는데 별로 아프지 않았다면서 ‘픽션 무용담’을 늘어놓기도 한다.
이에 대해 심리학자인 버지니아 실러박사는 “킨더가튼 입학 전 연령 아이들의 사소한 거짓말에 부모들이 걱정이 되기는 하겠지만 사실 이는 정상이며 어떤 면에서는 이득이 되는 부분도 있다 ”고 조언하고 있다.
그는 이야기를 꾸미고 만들 줄 아는 것은 새로운 능력개발로 진입하는 단계라고 진단하며 4세~5세 유아들이 부모나 어른에게 거짓말을 하는 경우는 대부분 자신이 컨트롤해도 되는 범위나 한계를 시험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한다. 이들은 자신의 마음은 자신 만의 것이며 부모가 알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부모 쪽에서 보면 어항속의 물고기 보듯이 빤히 들여다보이는 거짓말을 하는 것이라고.
그렇지만 진실되게 사는 것은 무엇과도 바꿀 수없는 미덕이기 때문에 어릴 때부터 가르쳐 놓아야 하는 덕목이다.
“이럴땐 어쩌죠”... 부모들의 고민 Q & A
투산의 애리조나대학 가족학 교수인 웬디 갬블박사가 5세가량 유아들의 거짓말에 고민하는 부모들의 질문에 답변했다.
Q 우리 아이는 상상력이 여간 풍부한 게 아닙니다. 사실과 환상인 판타지를 구분하고 있는 걸까요 ?
A 4세가량이 되면 현실과 픽션을 구분하기 시작합니다. 그러나 종종 판타지가 현실처럼 생생하게 생각되기도 하기 때문에 부모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가령 프리스쿨에서 개구쟁이 친구가 자신의 런치박스를 훔쳐갔다고 말하는 딸아이가 있다고 가정합시다. 이때 백팩에서 런치박스를 찾아낸 부모는 “네가 말을 잘 꾸며대 하마터면 정말로 믿을 뻔 했다. 그렇지만 엄마가 이번 일로 선생님에게 전화를 했으면 어떻게 할 뻔 했니? 다음 번에는 꾸며낸 일을 정말처럼 말할 때는 꼭 엄마에게 귀띔해 주렴”이라고 말해서 거짓말이 현실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게 해야 합니다.
Q 내가 좋아하는 도자기가 박살이 났습니다. 우리 아들 소행인 것 같은데 어떻게 입을 열게 하지요 ?
A 깊이 숨을 내쉬면서 일단 진정부터 하십시오. “무슨 일일까?”라며 평상시와 같은 어조로 물으면 “괜찮으니 와서 같이 치우자”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입니다. 아이가 스스로 먼저 잘못했다고 뉘우치면 정직성을 칭찬해주고 다음부터는 주의를 줍니다. 그러나 새빨간 거짓말을 한다면 그것을 깨뜨린 벌을 주면서 아이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것을 부모가 알고 있다는 것을 알려야 합니다. “실수로 깨뜨렸고 그리고 야단맞을 것이 겁났겠지. 이리 와서 같이 치우자. 그리고 다음에 이런 일이 발생했을 때는 거짓말을 하지 말고 진실을 얘기해라”라고 말해주면 도움이 됩니다.
Q 5세 꼬마가 이번 주에만 12번 가량 사소한 거짓말을 했습니다. 병적인 거짓말쟁이가 될까 걱정입니다.
A 지나가는 과정일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유는 물어봐야 합니다. 부모를 실망시키고 싶지않았다거나 당혹감을 감추기 위해 그랬다고 대답할 지 모릅니다. 페어런팅 스타일도 점검해 보기 바랍니다. 부모가 너무 엄격해서 조그만 실수에도 야단치고 닦달하면 아이는 자신에게도 엄격해지면서 동시에 완벽주의자가 돼야 한다고 생각해 실수를 감추려고 자꾸 거짓말을 하게 됩니다. 느긋함으로 아이의 고민을 풀어주십시오.
Q 진실 된 삶이 미덕이라는 것을 어떻게 가르칩니까?
A 거짓말을 할 때 이를 다르게 취급하면 어떤 결과가 올 지를 같이 얘기합니다. 동생의 다리를 걸어 넘어지게 했을 때 사과하고 나면 모두의 마음이 훨씬 편하다는 것 등을. 그리고 실생활에서나 TV 드라마 등에서 정직함이 발견될 때 이를 집어내 높이 칭찬합니다. 또 잰 앤드 스탠 번스타인의 ‘The Berenstain and the Truth’나 다이앤 드크로우트의 ‘Liar, Liar, Pants on Fire’같은 책을 같이 읽으면 도움이 됩니다.
이럴 땐 전문가와 상담을
드문 사소한 거짓말은 크게 신경 쓸 일이 아니지만 반복되는 심각한 거짓말은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다. 상담을 요하는 경우는 다음과 같다.
■지속적인 거짓말
계속 자신이 한 행동을 하지 않았다고 거부하거나 있었던 일을 없었다고 말한다면 그 아이는 심리적으로 문제가 있을 지도 모른다.
■과대망상
없는 것을 있다고 하거나 그런 일이 없었는데도 부풀려 말하는 과대망상은 걱정이나 우려를 덮으려는 심리일 수도 있고 자존감이나 자긍심이 낮아서 일수도 있다.
■악의적인 거짓말
타인의 감정에 상처를 주고 피해를 주는 거짓말을 계속하는 것은 분노가 적재되어 있다는 표시이다. 원인 파악과 치유가 필요하다.
<정석창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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