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 차터스쿨에서 K∼1학년 클래스 학생들이 수업을 받고 있다. <진천규 기자>
정부지원 받지만 학사운영 간섭은‘No’
차터스쿨 열풍이 불고 있다. 미네소타에 이어 미국에서 2번째로 제일 먼저 차터스쿨을 공립교육의 일환으로 도입한 캘리포니아에서는 지난해에만 84개교의 차터스쿨이 문을 열어 모두 574개교에 이르고 있다. 이번 가을학기에 3만2,000명의 학생들이 차터스쿨에 새로 등록, 현재 20만명 이상의 학생들이 차터스쿨에 다니고 있다. 더욱이 아놀드 슈워제네거 주지사는 10월말 차터스쿨을 설립하기 더 쉽도록 자금조달 절차를 간소화하는 법안을 서명, 앞으로도 차터스쿨 붐이 계속될 전망이다. 가주 차터스쿨협회의 카프리스 영 최고경영자는 차터스쿨이 이처럼 급성장하는 이유는 실제로 효과가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LA 최초의 차터스쿨로써 차터스쿨 운동의 원조라고 할 수 있는 오픈 차터 스쿨을 방문, 차터 스쿨의 특성에 대해 알아본다.
사립같은 독특한 교과과정등 인기
올 가을학기 3만2,000명 신규등록
자금조달 절차 간소화로 신설 늘듯
지난 1993년 LA에서 최초로 차터스쿨로 승인된 오픈 차터 스쿨은 교실에 발을 딛는 순간 뭔가 다른 학교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우선 교실이 학년별로 구성되어 있지 않다. K학년과 1학년, 1학년과 2학년 등 2개 학년이 한 클래스로 합쳐져 2명의 교사가 함께 수업을 인도한다. 덕분에 실력이 높은 1학년생은 1∼2학년 클래스에서, 모자라는 1학년생은 K∼1학년 반에 배치될 수 있다. 반을 합쳤기 때문에 클래스 규모가 크지만 한 클래스에 교사 2명이 배정돼 보다 개인적인 지도를 가능케 한다. 한편 고학년 학생은 저학년 학생을 이끌어주는 리더가 된다.
교과내용도 일반 학교들과 매우 다르다. 영어, 수학, 과학 등 과목별 수업이 따로 있지 않고 교과서도 없다. 학기초에 하나의 테마를 설정해 이를 여러 분야의 관점에서 접근한다. 3∼4학년 클래스의 경우, 올해 테마는 ‘커뮤니티’로 학생들은 초기 문명, 정치 등에 대해 수업을 받고 전기 등에 대해 배우면서 과학 지식을 쌓는 한편 미래의 도시를 만드는 프로젝트로 상상력을 키운다. 로버트 버크 교장은 이같은 테마 중심의 수업이 학생들에게 진부하지 않고 현실에 와닿게 한다고 말한다.
버크 교장에 따르면, 이처럼 독특한 교육 방식은 차터스쿨이기 때문에 가능하다는 것이다.
차터스쿨이란 어떤 학교인가. 차터스쿨은 공립학교로서 무상 교육을 제공하면서 사립학교처럼 독자적인 교과과정을 운영할 수 있는 자율권을 가졌다는 특징이 있다.
차터스쿨은 아예 처음부터 차터스쿨로 신설되거나 공립학교가 해당지역 관할 교육구의 승인 아래 차터 스쿨로 전환하는 절차를 통해 설립되는데 교육자와 학부모, 커뮤니티 인사, 교육기업가 등이 운영체를 구성, 행정과 예산운영에 자율권을 갖는다.
대신 자체 교육 달성목표와 운영방식 등을 정한 학교 헌장, 즉 차터(Charter)를 통해 주 교육부 및 지역 교육구와 이를 이행하겠다는 일종의 계약을 맺는 형식으로 운영되며 차터 계약은 5년을 기준으로 한다.
차터 계약 갱신시 차터 스쿨이 차터에 담긴 내용을 이행하지 못했다고 판단되면 차터를 취소하거나 교육구 운영으로 돌릴 수 있다.
유치원부터 초·중·고교까지 어느 과정이든 개설할 수 있는데 차터스쿨의 82%가 처음부터 차터스쿨로 신설된 학교들이고 나머지 18%는 그라나다힐스 차터스쿨 처럼 공립학교에서 차터스쿨로 전환된 학교들이다.
그러나 현존하는 사립학교는 가주 현행법에 아래 차터스쿨로 전환될 수 없다. 또 LA통합교육구에 소속된 오픈 차터스쿨처럼 교육구와 연계된 차터스쿨이 있고 인근 교육구와 연관이 없는 독립적인 차터스쿨들이 있다.
차터스쿨은 또 사립학교와는 달리 공공예산을 사용하기 때문에 다음과 같은 규제가 따른다.
▲학생이나 가정에 학비를 일체 부과할 수 없으며 인종, 종교, 성별 등에 따라 차별할 수 없다.
▲입학정책은 등록하기 원하는 모든 학생들에 열려 있어야 한다.
그러나 수용능력이 한정됐을 경우 추첨을 통해 학생들을 입학시켜야 한다.
▲주정부가 시행하는 평가 시스템인 가주표준시험(CST), CAT/6 등 표준시험에 참여해야 한다.
따라서 차터스쿨도 일반 공립학교와 마찬가지로 학력지수(API) 등에 따라 학교수준을 평가할 수 있다.
차터스쿨의 장단점
장 주인의식속 학부모등 참여도 높아져
단 이중언어 교육 프로그램등 활용못해
차터스쿨은 교육구 행정의 간섭을 받지 않는 자율권이 있다는 것이 최대 강점으로 꼽힌다.
오픈 차터 스쿨의 로버트 버크 교장은 모든 어린이들이 같은 방법으로 배우는 것이 아니라며 차터스쿨은 학교의 사정과 교육철학에 맞는 참신한 교육과정을 채택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고 강조했다.
매그닛스쿨 LACES(Center for Enriched Studies)의 마가렛 김 교장도 차터스쿨의 경우 “결정권이 학교에 있기 때문에 시간을 많이 줄일 수 있다”며 차터스쿨의 자율권을 부러워했다.
김 교장은 또 차터 승인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들어가는 학부모들과 교육자들의 헌신과 “내 학교”라는 주인 정신 덕분에 차터스쿨이 일반 공립학교에 비해 학부모 참여도가 높다고 지적한다.
대부분의 차터스쿨에서는 학부모들이 학교 운영에 상당한 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다.
오픈 차터의 경우 학교위원회가 12명의 교육자와 12명의 학부모로 구성되어 있어 학교 결정에 교사들과 학부모들이 밀접하게 관여한다.
오픈 차터스쿨에서 K∼1학년 클래스를 가르치는 교사 킴 마수미야는 교사직에서 은퇴했으나 오픈 차터스쿨에 학부모로 참여하다가 다시 교사가 된 케이스. 마수미야는 학교에 대한 열정으로 교사들과 학부모들이 한 가족이 되어 평생 친구가 되기도 한다며 일부 학부모들은 자녀가 졸업한 후에도 계속 학교에서 봉사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 교장은 차터스쿨의 성공 여부가 각 학교에 따라 크게 차이가 있다고 주의한다. 캘리포니아에서는 1992년 이후 630개 이상의 차터스쿨이 개교했는데 이중 9%에 해당하는 61개 학교가 이후 갖가지 사정으로 폐교했다. 이들 학교의 76%는 개교한지 3년내에 문을 닫았다.
또 차터스쿨이 이중언어 프로그램 등 교육구를 통해서만 가능한 좋은 프로그램들을 활용할 수 없으며 학교 장소가 옮겨질 가능성이 있고 학교버스, 운동장 등 시설이 일반 공립학교에 비해 미비할 때가 많다는 단점이 있다.
김 교장은 차터스쿨 운동이 성공적인지는 장기적으로 두고봐야 한다는 생각이다.
버크 교장은 그러나 무엇보다도 차터스쿨을 통해 새로운 교육 전략을 실험, 성공적인 케이스가 다른 학교 및 교육자들에게 전파되는 점에서 차터스쿨 운동이 유익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말했다.
<우정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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