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부터 12월2일까지
UCLA 제임스 브리지스 극장
일본 영화계의 3대 거봉 야수지로 오주와 켄지 미조구치 및 아키라 쿠로사와와 동시대인으로 이들의 작품 수준에 조금도 뒤지지 않는데도 해외에서는 3인 감독보다 덜 알려진 감독 미키오 나루세(1905~1969)의 작품 13편이 11월5일~12월2일 UCLA내 제임스 브리지스 극장에서 상영된다.
나루세는 어릴 때 매우 가난해 15세에 학업을 중단하고 막일을 하다가 쇼치쿠 영화사에서 견습생활을 시작했다. 이런 성장기의 경험 때문에 나루세는 서민과 노동계급 그리고 돈 문제에 관한 영화를 많이 만들었다. 전후 급변하는 일본의 사회적 경제적 실상을 많이 다룬 그의 영화들은 대부분 염세적이다.
특히 나루세는 경제적으로 또는 인간관계 면에서 덫에 걸린 여자들의 영화를 많이 만들었다. 이들 ‘여성 영화’들의 각본은 여자들이 주로 썼는데 이번 시리즈서 상영되는 영화 중 5편은 여류작가 하야시 후미코의 소설이 원작이다. 나루세의 단골 여배우는 아름다운 다카미네 히데코. 히데코는 오주의 단골 여배우 하라 세추코인 셈. 나루세의 영화가 불행한 여자들을 많이 다뤄 그는 역시 가난하게 자라 이런 여자들의 문제를 많이 만든 미조구치와 비교된다. 1950~60년대에 절정기를 이뤘던 나루세는 특별히 튀어나는 시각스타일을 구사하지는 않았지만 그의 장면들은 매우 단순하면서도 심오한 미를 지녔다.
▲‘부운’(Floating Clouds·1955)
2차대전 때 인도차이나서 만난 유부남을 죽을 때까지 몸바쳐 사랑하는 여인의 순애보. 감동적이다. 다카미네 히데코 주연.
▲‘식사’(Repast·1951)
보잘것없는 직장인인 남편과의 애정도 아이도 없는 결혼생활에 시달리는 여인(하라 세추코)의 집에 남편의 아름다운 질녀가 나타나면서 여인의 삶이 더욱 기구해진다.
▲‘산의 소리’
(Sound of the Mountain·1954)
불행한 결혼생활을 하는 여인(하라 세추코)과 그녀에게 위로와 마음의 지원을 주는 시아버지와의 관계.
▲‘플로잉’(Flowing·1956)
전후 급속히 사려져 가는 게이샤의 사회적 위치를 반영한 걸작. 게이샤 하우스의 재정적 곤란과 여인들의 일상의 가난을 상세히 그렸다.
▲‘만국’
(Late Chrysanthemums·1954)
전직 게이샤가 부동산 투자로 번 돈을 역시 전직 게이샤이자 자기 친구들인 3명의 여자에게 빌려주면서 벌어지는 여인들간의 관계의 이야기.
▲‘여름 구름’
(Summer Clouds·1958)
농촌의 젊은 전쟁 미망인이 자립과 재혼문제로 갈등하는 얘기를 중심으로 전후 변화하는 농촌사회문제를 다뤘다. 나루세의 첫 와이드 스크린 컬러.
▲‘부인이여 장미 같아라’
(Wife, Be Like a Rose·1935)
대담한 젊은 딸(나루세의 당시 부인 치바 사치코)이 자기 결혼을 승낙 받으려고 낙향해 사는 아버지를 찾아가면서 가족 관계의 의미를 되새기게 된다.
▲‘번개’(Lightning·1952)
각기 아버지가 다른 한 집안의 4남매 중 막내 딸(다카미네 히데코)이 자기를 돈 있는 빵집 주인에게 결혼시키려는 가족에게 반기를 들면서 가정이 핵 분열한다.
▲‘그녀의 고독한 길’
(Her Lonely Lane·1962)
여류작가 하야시 후미코의 자전적 삶. 후미코가 가난과 어려운 애정문제에 시달리면서도 작가로서 성공하기까지의 과정을 그렸다. 다카미네 하데코 주연.
▲‘여자가 계단을 오를 때’
(When a Woman Ascends the Stairs·1960)
전후 게이샤 하우스들이 치열한 생존경쟁을 하는 긴자의 바들로 바뀌면서 2층 바에서 일하는 한 아름다운 호스티스(다카미네 히데코)의 나날의 고달픈 삶을 우아하게 그렸다. 나루세의 최고 걸작 중 하나로 히데코의 아름다운 모습과 가라앉은 연기가 눈부시다.
▲‘동경’(Yearning·1964)
전쟁 미망인(다카미네 히데코)이 폭격으로 무너진 남편의 가게를 혼자 힘으로 재건한다. 그녀를 동정하고 지원하는 유일한 사람은 문제가 많은 시동생. 이 상점이 다시 수퍼마켓 때문에 폐쇄위협을 맞으면서 여인과 시동생은 서로에게 절박하게 매어 달린다. 금지된 사랑의 이야기.
▲‘어머니’(Mother·1952)
종전 무렵 질병과 가난과 악의에 찬 가십에 시달리는 가정을 지켜 나가려고 몸부림치는 어머니의 절망적인 이야기.
▲‘온 가족의 일’
(The Whole Family Works·1939)
부모와 다 큰 아이들이 모두 일해도 간신히 먹고사는 한 가족의 네 아들이 독재적인 아버지에게 반기를 들면서 집안에 위기가 감돈다. (310)206-Film
<박흥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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